이재명에 반기 든 '소신파' 김동연…일극 '대항마' 될까
'비명횡사' 야인들 모여 '친문 빅텐트' 형성
'동교동계' 행보 주목…"권노갑, 애정 남달라"
[아이뉴스24 김주훈 기자]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정책에 소신 발언을 내놓으며 일극체제 '대항마'로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 대표 이외에는 뚜렷한 대안론이 없는 진보진영에서 현역 중 유일하게 '차별화'를 시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치 입문 당시부터 부각된 '세력 부재'는 여전히 대권가도 과제로 꼽히고 있다.
민주당 내에서 이 대표와 각을 세우는 정치인은 소수의 비주류 인사밖에 없다. 이마저도 4·10 총선에서 고배를 마신 '비명'(비이재명)계 인사들이 주를 이루고 있지만, 현역 중에선 자칫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에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김 지사는 민주당 소속 현역 광역자치단체장 중 유일하게 이 대표에게 할말은 하는 인물로 꼽히고 있다. 정책을 비롯해 당헌·당규 등 여러 사안에서 소신을 밝히고 있는데, 대부분 이 대표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현안이다 보니 당내 반발은 만만치 않다.
김 지사가 최근 이 대표와 각을 세운 정책은 '전국민 25만원 지원법'(민생회복지원금 지급 특별조치법)이다. 이 정책은 이 대표의 총선 공약이자 민주당이 당론 1호 법안으로 채택해 사활을 걸고 추진하고 있다. 그동안 당내에서 이 대표 공약을 지적한 인물은 김두관 전 의원이 유일했다. 하지만 김 전 의원조차 민생회복지원금를 반대한 것이 아닌, 대통령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가 예상됨에도 강행하는 '이재명 일극체제'에 대한 우려에 그쳤다.
그러나 김 지사는 해당 공약의 핵심인 '전국민'을 문제 삼았다. 지난 7일 유튜브 채널 삼프로TV에 출연에서 "재정 정책은 타겟팅이 중요하다"며 "지금 상황에서 모든 국민에게 나눠주는 것보다는 어려운 사람에게 두텁고 촘촘하게 더 지원해 주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선별 지급이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도 좋고 타겟팅 할 수 있는 재정 역할도 된다는 것이다.
김 지사는 코로나19 재난지원금이 경제 선순환에 효과적이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소비량이 연결되는 것이 높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민생회복지원금은 지역화폐로 지급돼 소상공인·자영업자 매출과 소득을 증가시켜 지역 경제를 활성화시킬 '경제·재정 정책'이라는 당의 주장에도 일부 다른 입장을 내놨다.
김 지사가 지도부와 각을 세운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당이 지난 6월 이른바 '이재명 대선용'으로 당헌당규를 개정할 때에도 이의를 제기했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간 이견 차이로 지지부진한 '교섭단체 구성 요건 완화'와 관련해 총선 당시 필요성을 제기한 것도 김 지사다. '비명횡사'로 불린 비명계 대거 공천 탈락 사태에는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의 민주당 같지 않다"고 우려를 표했다.
친명계는 김 지사의 행보에 불만을 터뜨리고 있지만, 기폭제로 작용한 것은 이 대표 사법리스크 중 하나인 '불법 대북송금' 사건 관련 자료 제출 거부다. 친명계 인사들은 해당 자료가 대북송금 사건 해결에 실마리가 될 수 있음에도 경기도가 제출을 거부했다며 반발했다. 하지만 도는 "최근 국민의힘 국회의원도 제출을 요구했는데 수사나 재판 중인 사안으로 정치적 악용의 소지가 있어 제출을 거부한 바 있다"고 밝혔다.
당내에선 김 지사 행보가 차기 대권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관측하고 있다. 야권의 유력한 대권주자인 이 대표와 각을 세워 '차별화'를 바탕으로 대권가도에 올라타려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친명계는 불쾌감을 드러내는 분위기지만, 당내 일부에선 정치인이라면 자신의 신념을 드러내는 것은 자유라고 보고 있다.
한 당 관계자는 <아이뉴스24>와의 통화에서 "성적은 안 좋았지만 김두관 전 의원이 전당대회에 출마한 것은 큰 용기가 있었다고 봐야 한다"며 "현재 (이재명 체제에서) 아무도 다른 얘기를 하지 못하는 분위기 속에서, 김 지사가 그런 용기를 내는 것은 당내 다양성을 위해 긍정적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김영배 의원도 전날(9일) KBS 라디오 '전격시사'에 출연해 "정치인은 누구나 자기 입장을 통해 국민에게 자신을 알릴 수 있다"며 "논쟁이 건전하게 진행되면 오히려 풍부하게 국정을 끌어갈 바탕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경기도 해석은 다르다. 문재인 정부에서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을 역임한 김 지사는 경제 전문가로서 그동안 민생회복지원금 등 정책이 일부 보완(선별 지급)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일관되게 강조해왔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이 대표와 각을 세운 것처럼 부각됐지만, 일부 정책에서 이 대표와 노선이 다른 것이지 대권을 겨냥한 '의도된 전략'은 아니라는 것이다.
한 경기도 관계자는 "언론에서 김 지사가 이 대표와 각을 세운다고 하는데, 김 지사의 정책적 입장은 똑같다"며 "전국민 25만원 선별 지원은 김 지사의 기본 입장이었던 만큼 당연히 할 말을 한 것이고, 결과론적으로 이 대표와 각을 세운 것처럼 보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론으로 결정된 만큼 김 지사가 다른 입장을 드러내는 것에 대해 문제 제기는 할 수 있다"면서도 "김 지사는 경제부총리를 역임하면서 실제로 재정 운용이라는 경험을 한 사람이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원인 김 지사는 20대 대선 당시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러브콜을 거절하고 '새로운물결'을 창당했다. 이후 2022년 3월 민주당과의 합당 관련 기자회견에서 "합당 절차를 밟겠지만, 다당제를 포함한 정치개혁을 실천하겠다"며 정치적 소신 유지했다. 현재 김 지사가 민주당의 여러 현안과 충돌하는 것은 당초 노선이 다르다는 점에서 예정된 수순이었던 것이다.
'이재명 일극체제'로 민주당이 전환되면서, 김 지사의 행보는 추동력을 얻고 있다. 이와 함께 김부겸 전 국무총리,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등이 비명계의 소위 '구원투수'로 떠오르면서, 상승작용도 이어질 전망이다. 이들 가운데 경기도라는 진영을 이끌고 있는 김 지사의 '차별화'는 특히 당내 비명계에서 "정계 개편이 이뤄질 경우 새로운 리더로 부상할 요건은 갖췄다"라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당내 계파와 세력 부재는 김 지사의 '약점'으로 꼽힌다. 정치 활동 기간이 3년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대권주자 반열에 자동으로 오르는 경기도지사 치고는 정치적 영향력이 아직은 미흡하다는 평가가 많다. 앞선 관계자도 "정치권에서 팬덤 정치에 대해서 비판하는 목소리가 있지만, 실제 정치에선 무시할 수 없는 요소이자 현재 김 지사에게 부족한 부분인 것은 사실"이라면서 "정치를 오래 한 정치인이 아니다 보니 세력 부재 문제는 앞으로 풀어갈 문제"라고 밝혔다.
반면, 김 지사가 이미 세력화 작업에 돌입했다는 시각도 있다. 현재 경기도는 '친문 빅텐트'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다수의 문재인 정부 인사들이 합류해 있다. 친문계 핵심인 전해철 전 의원은 도정자문위원회 위원장으로 위촉됐고, 안정곤 전 청와대 선임행정관과 신봉훈 전 청와대 행정관은 각각 비서실장과 정책수석으로 활동 중이다. 현재 경기도청 대변인도 강민석 전 청와대 대변인이 맡고 있다. 실제 전 의원은 지난달 26일 위촉식 당일 기자들과 만나 "김 지사와 정치적으로 함께 하거나 후원하는 역할 아니냐는 해석을 하는 분들이 많은데, 거기에 대해 전혀 부정하고 싶지 않다"며 '친문 빅텐트론'에 힘을 실었다.
정치적 영향력은 약화됐지만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유산인 '동교동계'의 움직임도 주목할 점이다. 지난달 21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김대중 탄생 100주년 기념' 포럼에선 이례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동교동계 좌장인 권노갑 김대중재단 이사장 옆에는 민주당 인사가 아닌 김 지사가 줄곧 함께 있었다. 행사장 내 좌석은 물론 기념 촬영 당시에도 김 지사 옆에는 권 이사장이 자리했다. 해당 행사에는 이 대표를 비롯해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박지원 민주당 의원 등 야당 인사가 대거 참여했지만, 중앙에 자리한 김 지사와 달리 모두 외곽에서 사진 촬영을 했다. 사실상 정치 신인으로 봐야 하는 김 지사에게 동교동계가 힘을 실어 줄 경우 대권 잠룡으로서 위치는 더욱 견고해질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 관계자는 "권 이사장이 김 지사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것은 사실"이라며 "김 지사가 최근 김 전 대통령 생가 등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권 이사장이 도움을 주신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대중 탄생 100주년 기념식'에서도 권 이사장 옆에 이 대표가 아닌 김 지사가 자리한 것은 주목할 점"이라고 했다.
/김주훈 기자(jhkim@inews24.com)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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