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은 인기인데 K엔터주는 왜 부진할까
지난해 11월, JYP엔터의 최대 주주인 박진영은 한 경제 유튜브방송에서 이렇게 말했다. “지금 좋은 타이밍입니다. 저에게 여윳돈만 있다면 전 정말 무조건 우리 회사 주식 삽니다.” 당시 JYP엔터 주가는 9만2000원대였다. 이후 박진영은 50억원을 들여 JYP엔터 주식을 장내매수하기도 했다. 그의 ‘언행일치’를 칭찬하며 함께 JYP엔터 주식을 사들인 팬이 있다면 지금쯤 후회하고 있을지 모른다.
박진영의 매수 발언 후 10개월 가까이 동안 JYP엔터 주가는 4만3000원대로 반 토막 났다. 다른 주요 엔터테인먼트사 주가도 맥을 추지 못하고 있다. 하이브 주가는 연초 대비 31% 하락했다. SM과 YG엔터는 같은 기간 각각 40%, 36% 떨어졌다.
K팝의 글로벌한 인기가 꺾여서는 아니다. 미국 경제 매체 CNBC는 스트리밍 회사인 스포티파이를 인용해 2018년 이후 K팝 스트리밍 횟수가 미국에서 180%, 동남아에서 420%, 전 세계적으로 360% 상승하는 등 여전한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고 9일 보도했다. 그런데 주가는 왜 이 모양일까.
◇앨범 판매에 과다 의존
당연한 얘기지만 실적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JYP엔터의 2분기(4~6월) 영업이익은 93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80% 가까이 쪼그라들었다. 하이브와 SM의 2분기 영업이익도 각각 작년보다 30% 넘게 줄었다. YG는 아예 110억원 영업손실을 냈다. 군복무 등으로 인한 초대형 스타의 공백, 주요 기획사의 오너 리스크, 공장에서 찍어낸 듯한 멀티레이블 그룹들, 여전히 닫혀 있는 중국 시장 등 악재가 겹쳐 있다.
최근에는 K팝 수익 모델의 한계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전통적으로 앨범 판매가 K팝 엔터테인먼트사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앨범 판매 악화가 실적 부진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K팝 시장에서는 음반 판매량을 끌어올리기 위해 앨범 재킷 사진을 다르게 하거나, 다른 종류의 포토카드·포스터 등을 넣어 원하는 포토카드가 나올 때까지 팬들이 앨범을 계속 사게 하는 판매 전략을 구사해 왔다. 앨범에 팬 사인회 응모권을 넣어 앨범을 많이 사면 사인회에 참석할 수 있는 확률을 높여 대량 구매를 조장한다는 비판도 받는다.
미국 빌보드지는 이 같은 K팝 앨범 판매 문화를 두고 “한국의 많은 K팝 팬은 CD 플레이어조차 가지고 있지 않다. 그래도 음반사들은 마치 ‘복권’처럼 CD를 판매하는 마케팅 전략을 사용한다”고 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가 경쟁 가수의 앨범 판매량을 따라잡아야 한다거나, 이전 앨범의 판매량을 넘어서야 한다는 ‘팬심’은 앨범을 엔터사의 주요 매출원으로 자리 잡게 했다.
대부분의 팬들이 K팝을 음원으로 듣고 있는데도, 지난해 하이브의 앨범 판매 수익은 스트리밍 수익보다 2.3배 많았다. JYP는 4배에 달했다. 김규연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앨범 판매는 공연 같은 다른 분야보다 원가율이 낮아,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이 선호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올 들어 앨범 판매 둔화
하지만 올해 들어 캐시카우인 앨범 매출이 둔화하고 있다. 하이브는 상반기 앨범 매출이 2348억원으로 작년 상반기보다 17% 감소했다. JYP엔터는 상반기 444억원의 앨범 매출을 거뒀는데, 이는 작년보다 60% 넘게 쪼그라든 것이다. 가요계에선 최근 몇 년간 과열됐던 앨범 판매량 경쟁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앞으로는 어떨까. 증권가에선 빅4의 주가에 대해 여전히 긍정적인 전망을 유지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음반 수출액이 2015년 이후 9년 만에 처음으로 전년보다 역성장해 엔터회사들의 실적 전망을 끌어내렸지만, 점차 앨범 수출이 회복하고 있는 모양새다. 9일 관세청 수출입 무역 통계에 따르면 올 들어 7월까지 앨범 수출액은 1억6130만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1억5959만달러)보다 소폭 증가했다. 내년 본격화할 대형 스타들의 컴백을 기대해, 올해 4분기부터 주가가 회복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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