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바 제국’ 하루 물류… 전광판에 7708만개 찍혔다
지난 4일 찾은 중국 저장성 항저우시 위항구의 10차선 도로 양옆으로 빌딩 숲이 이어졌다. 단지 입구에는 올림픽을 상징하는 오륜 조형물과 함께 알리바바(Alibaba)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1999년 마윈이 창업한 중국 알리바바그룹의 본사가 자리 잡은 항저우 시시캠퍼스다. 캠퍼스 면적은 201만㎡로, 축구장 280개를 붙여놓은 것과 같은 규모다. 이곳에서 일하는 직원만 4만명에 달한다. 캠퍼스 안에는 사무 공간뿐 아니라 축구장, 400m 육상 트랙, 마트, 소방서까지 있었다. 운영 중인 식당만 54개, 캠퍼스에 심어진 나무는 159만그루에 달한다.
한국에서 중국 이커머스 ‘알리’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싼 가격, 짝퉁과 유해 물질이다. 하지만 알리바바그룹의 심장부를 보니 한국에 진출한 알리익스프레스 뒤에는 거대한 제국이 있다는 걸 실감할 수 있었다. 재계 인사는 “알리바바그룹은 쿠팡, 배달의민족, CJ대한통운, CJ ENM을 합쳐놓은 것과 같은 거대한 기업”이라며 “단순히 짝퉁 제품을 파는 기업이라고 비웃을 수만은 없는 조직”이라고 말했다. 최근 알리바바그룹은 한국 시장과 기업을 본격적으로 공략하는 전략을 세우고 실천에 나서고 있다.
◇“2036년까지 20억명에게 서비스 제공”
알리바바그룹의 역사와 현황을 보여주는 전시관에 들어서자, 한편에 ‘102년 동안 존속하는 좋은 회사가 되자’는 목표가 새겨져 있었다. 알리바바가 설립된 1999년부터 2101년까지 3세기에 걸쳐 존속하는 회사가 되겠다는 것이다. 알리바바그룹 관계자는 “2036년까지 전 세계 20억명의 소비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1억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게 구체적인 목표”라고 설명했다.
알리바바그룹의 작년 매출은 약 173조원에 달한다. 쿠팡(약 31조원)의 6배에 육박한다. 한국에 진출한 알리익스프레스는 알리바바의 6개 그룹 중 하나인 알리바바 인터내셔널 디지털 커머스(AIDC)의 한 회사일 뿐이다. 알리바바는 모태 사업인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보완하기 위해 결제 시스템 시장에 진출하고, 물류와 클라우드 분야에 뛰어드는 등 몸집을 계속 키웠다. 배달, 엔터테인먼트 사업도 하고 있다. 알리익스프레스에서 판매하는 제품만 1억5000만개에 달한다. 다이소가 취급하는 물품이 3만2000개 수준이다. 시계가 오후 6시 25분을 가리켰을 때, 전시관 한편에는 이날 하루에 접수된 물류 건수로 ‘7708만’이 표시돼 있었다.
◇물류센터 짓고 한국 시장 본격 공략하는 알리바바
알리바바그룹은 공격적으로 한국 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레이 장 알리익스프레스 코리아 대표는 “3~5년 내 한국 온라인 쇼핑 플랫폼 고객의 절반 이상이 알리익스프레스를 이용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모바일 빅데이터 기업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 인덱스 수치를 보면 지난달 알리익스프레스를 한 번이라도 이용한 고객 수(MAU)는 669만6485명이다. 쿠팡, 11번가에 이은 3위다.
알리익스프레스는 국내에 물류센터를 확보하기 위해 후보지를 물색하고 있다. 장 대표는 “최고 수준의 스마트 기술이 적용될 것”이라 말했다. 알리익스프레스가 국내에 물류센터를 갖게 되면 기존 공산품뿐 아니라 신선식품 분야 등에서도 경쟁력을 갖게 돼 국내 전자상거래 업체들과 전면전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알리익스프레스는 한국 판매자들 잡기에도 총력을 쏟는 모양새다. 한국 상품 전문관인 ‘케이 베뉴(K-venue)’ 입점사에 대한 수수료 면제 정책을 연말까지 지속한다. 이에 더해 알리익스프레스는 이달 중 해외 직접판매(역직구) 사업도 시작한다. 알리바바그룹은 알리익스프레스 등을 통해 한국 제품의 매출을 연간 10조원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막대한 자금력을 갖고 있는 알리바바그룹이 한국 시장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며 “국내 기업들과 치열한 경쟁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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