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들 자사주 매입 러시… ‘주주 챙기기’는 좋지만
삼성전자는 10일 노태문 사장이 3억4750만원어치 자사주 5000주를 매입했다고 공시했다. 노 사장은 지난 6월 초 5000주를 포함해 3개월 사이 자사주 7억1500만원어치를 사들였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5일 7억3900만원을 들여 자사주 1만주를 매입했다. 전영현 부회장도 지난 6월 5000주를 3억76000만원에 샀다. 최근 3개월간 삼성전자 임원 30여 명이 사들인 자사주만 약 7만5000주, 55억원어치에 이른다. 10일 삼성전자 주가가 종가 기준 연중 최저치로 떨어지는 등 ‘6만 전자’ 수준에서 지지부진하자 임원들의 잇단 자사주 매입이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삼성전자뿐만이 아니다. 업종을 가리지 않고 주요 기업에서 핵심 임원들의 자사주 매입이 광범위하게 진행 중이다. 지난 6일 네이버 최수연 대표가 약 2억원어치 자사주 1244주를 샀고,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장남인 신유열 전무도 단기간에 약 3억원어치 주식을 샀다. SK하이닉스의 이인노 부사장, 현대모비스 이규석 대표, 카카오 정신아 대표 등도 최근 1억원 안팎의 자사주를 매입했다.
주가 하락기에 임원들이 주가 방어 차원에서 자사주를 사들이는 것은 이례적인 일은 아니다. 그러나 재계 일각에선 최근 정부와 국회 분위기가 자사주 매입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정부가 ‘소액주주 챙기기’를 골자로 한 상법 개정을 추진 중이고, 야당 역시 10여 건의 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두산그룹이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를 합병하려다 주주들 반발에 부딪혀 철회한 것 역시 기업들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반응이다. 자칫 주주 이익을 소홀히 하는 기업으로 ‘찍히지’ 않기 위해 애를 쓸 수밖에 없고, 그런 노력이 자사주 매입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주가를 부양하려고 배당 확대나 자사주 소각 등을 하려면 기업이 보유한 현금이 많아야 하는데, 경기가 나빠 넉넉하게 현금이 있는 기업이 몇 안 된다”면서 “눈앞의 주주 관리도 중요하지만 기업이 장기적으로 미래 가치를 높이는 본업에 집중할 수 있게 하는 것도 필수”라고 말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