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잔디도 더위에 ‘헉헉’… 밤새 ‘얼음 마사지’ 받는다
지난 8일 막을 내린 한국과 일본, 아시안투어가 공동 주관하는 제40회 신한동해오픈 골프선수권대회. 신한동해오픈 대회 준비팀과 경기가 펼쳐진 인천 클럽72 관계자들은 악전고투를 벌였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대회를 비롯해 국내외 여러 대회를 개최한 클럽72 오션 코스는 한지(寒地)형 잔디. 티잉 구역과 러프 지역은 켄터키 블루 그래스, 그린과 페어웨이는 벤트 그래스다. 한지형 잔디는 손상 후 회복이 빠르고 늦은 겨울까지 푸른 잔디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최적 생장 온도가 섭씨 25도 안팎이라 30도가 넘어갈 경우 성장을 멈추고, 뿌리가 급격히 짧아지는 특징을 지닌다. 이보다 온도가 더 올라가면 타들어가는 현상이 발생한다. 올해처럼 고온 다습한 기후에선 관리가 어렵다.
처음 코스 상태에 적색 경보가 켜진 건 지난 7월 말. 7월 초만 해도 지난해보다 코스 상태가 개선됐다는 평가가 나왔지만, 본격 무더위가 시작된 7월 중순부터 급격히 나빠졌다. 잔디가 타들어가는 잔디 마름병도 도지기 시작했다. 비상 대응에 나선 클럽72는 인근 소래포구에서 공수한 얼음을 그린 위에 뿌리는 등 대책에 나섰다. 지난달 16일엔 코스 전문가 박형식 대표를 클럽72 공동 대표에 선임했다. 하지만 지난 8월 무더위는 1973년 통계 집계 이후 처음 열대야 일수가 두 자릿수(11.3일)를 기록할 정도였다.
지난 8월 21일 대회 개막을 2주 앞두고 현장 답사를 한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경기 위원들은 “대회장을 옮기거나 대회 기간을 변경할 수밖에 없다”고 대회 조직위에 권고했다. 그러자 대회 관계자들은 다음 날 비상 대책 회의를 열고 대회 코스를 1주일간 휴장하고 비상 조치를 마련했다. 그린 통풍을 위해 18개 전 홀에 선풍기를 설치해 가동하고, 페어웨이에는 고온에 버틸 수 있는 UV(자외선) 차단제를 뿌렸다. 잔디가 잘 자라지 않는 곳에는 그늘막을 설치했다. 한동안 뿌리던 얼음은 그린을 축축한 상태로 만든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더는 사용하지 않았다.
비상한 노력에도 잔디는 생각만큼 잘 자라지 않았다. 대회 기간 그린스피드 3.0~3.1m, 러프 70㎜ 이상으로 유지했지만, 페어웨이에 떨어진 공을 옮겨 놓고 치는 프리퍼드 라이(Preferred lies) 규정을 적용할 수밖에 없었다. 프리퍼드 라이는 볼이 페어웨이에 떨어질 경우 볼을 닦아 한 클럽 이내에서 다시 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로컬 룰이다. 진흙과 과도한 습지, 불량한 코스 상태로 인해 정상 진행이 어려울 때 코스를 보호하고 원활한 경기를 위해 시행한다. 상당수 대회가 이렇게 진행됐다.
일단 올해 대회는 무사히 치렀지만 장기적으로 무더위에 강한 잔디로 교체하는 게 불가피하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박형식 클럽72 공동 대표는 “단기적으로 9월 초까지도 무더위가 이어지는 날씨를 예상하고 잔디 갱신 작업과 통풍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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