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사업부 찾은 이재용 “삼성이 얼마나 앞서 있나”

이해인 기자 2024. 9. 11. 00:3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가전 실적 부진에 직접 챙겨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9일 경기도 수원의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를 찾아가 인공지능(AI) 가전 개발 현황을 집중 점검했다고 회사 측이 10일 밝혔다. 사진은 지난 2020년 이재용(맨 오른쪽) 회장이 한종희(오른쪽에서 둘째) 삼성전자 DX부문장(부회장)과 함께 서울 강남구의 삼성디지털프라자 삼성대치점을 방문해 가전을 살펴보고 있는 모습이다. /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9일 수원에 있는 생활가전사업부를 찾아 인공지능(AI) 가전 개발과 가전·TV·모바일 간의 연계성 등을 집중 점검했다. 이 회장은 이날 수원 디지털시티를 방문해 생활가전사업부장을 겸임하고 있는 한종희 디바이스경험(DX) 부문장(부회장) 등 주요 경영진 10명과 함께 점심을 한 뒤 약 1시간 30분에 걸쳐 가전의 핵심 부품과 미래 기술을 직접 점검했다. AI 기반 제품·기술 전시 공간을 둘러보고 “우리가 경쟁사보다 얼마나 앞서있나”라는 질문을 쏟아내고, “가전사업부 앞으로 할 일이 참 많네요”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장은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24′에 참석했다가 지난 8일 저녁 늦게 귀국한 가전 주요 임원들을 현장으로 직접 불렀다. 내부 보고 자리에는 한 부회장과 이무형 CX팀장(부사장), 문종승 개발팀장(부사장) 등이 함께했다. 이번 방문은 이 회장의 의지로 전격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가전사업부의 실적이 올해 들어 경쟁사 대비 부진하자 이 회장이 전격적으로 사업장을 방문해 사업을 챙긴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9일 경기도 수원의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를 찾아가 인공지능(AI) 가전 개발 현황을 집중 점검했다고 회사 측이 10일 밝혔다. 왼쪽 사진은 지난 7월 인도 방문을 마치고 귀국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모습이고, 오른쪽 사진은 지난 6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24′의 삼성전자 부스다. /뉴스1·삼성전자

◇JY, 가전사업부 전격 방문

이 회장의 이날 가전사업부 방문은 올해 들어 처음이었다. 이 회장이 IFA에 다녀온 경영진에게 소감을 묻자 “확실히 중국 브랜드들이 기술력에서 빠르게 치고 올라오고 있다”는 답이 나왔고, 이 회장은 “어떻게 차별화를 할 수 있냐”고 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경영진은 “중국의 재료비 경쟁력을 뛰어넘기 어려운 만큼 우리는 AI와, 가전·TV·모바일로 연결되는 ‘초연결’ 생태계로 차별화를 하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실제 올해 IFA에서 TCL, 하이얼, 하이센스, 로보락 등 중국 브랜드들은 삼성전자와 LG전자에 버금가는 기술력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이 회장은 AI 가전 기술력도 집중 점검했다. 먼저 거대 언어 모델(LLM)이 탑재된 삼성전자의 음성 제어 설루션 ‘빅스비’ 시연을 확인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말 빅스비를 업그레이드해 일상 언어로도 가전을 제어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했다. 주요 전략 제품별 핵심 기술의 개발 로드맵(중장기 전략)도 점검했다. 이 회장은 각 기술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이건 우리의 독자 기술인가? 우리가 얼마나 앞서 있나?” “이 기술을 개발하는 모멘텀이 무엇인가?”와 같은 질문을 이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가전 부문 부진에 내부 긴장

삼성전자 TV·생활가전의 영업이익률은 하락하는 추세다. 2021년 6.5%에서 2022년과 2023년 2.2%까지 떨어졌다. 올해 사정은 더 안 좋다. 지난 2분기 TV와 가전 부문의 영업이익은 49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4% 하락했다.

이 회장은 지역별로 삼성전자와 경쟁하는 주요 업체 현황을 보고받고, 삼성전자의 AI 가전 전략 점검과 경쟁력 제고 방안을 모색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보고를 다 받은 후 미래 기술력 확보를 당부했다. 시장 상황이 어려운 만큼 초격차를 유지하기 위해 AI 가전으로 차별화를 이뤄내라는 뜻으로 해석됐다. 한 관계자는 “AI 가전 시장은 성장 잠재력이 큰 시장이라 앞으로 개발해야 할 것이 많다. 이런 부분에 대해 격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이례적으로 이 회장의 생활가전사업부 방문을 카드 뉴스 형식으로 제작해 전 직원이 볼 수 있도록 사내 게시판에 배포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품질 경영’으로 글로벌 가전 시장에서 정상에 올랐지만, 최근 경쟁사를 압도할 만한 품질과 혁신 기술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에 내부 긴장감을 불어넣은 것”이라고 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