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사업부 찾은 이재용 “삼성이 얼마나 앞서 있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9일 수원에 있는 생활가전사업부를 찾아 인공지능(AI) 가전 개발과 가전·TV·모바일 간의 연계성 등을 집중 점검했다. 이 회장은 이날 수원 디지털시티를 방문해 생활가전사업부장을 겸임하고 있는 한종희 디바이스경험(DX) 부문장(부회장) 등 주요 경영진 10명과 함께 점심을 한 뒤 약 1시간 30분에 걸쳐 가전의 핵심 부품과 미래 기술을 직접 점검했다. AI 기반 제품·기술 전시 공간을 둘러보고 “우리가 경쟁사보다 얼마나 앞서있나”라는 질문을 쏟아내고, “가전사업부 앞으로 할 일이 참 많네요”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장은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24′에 참석했다가 지난 8일 저녁 늦게 귀국한 가전 주요 임원들을 현장으로 직접 불렀다. 내부 보고 자리에는 한 부회장과 이무형 CX팀장(부사장), 문종승 개발팀장(부사장) 등이 함께했다. 이번 방문은 이 회장의 의지로 전격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가전사업부의 실적이 올해 들어 경쟁사 대비 부진하자 이 회장이 전격적으로 사업장을 방문해 사업을 챙긴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JY, 가전사업부 전격 방문
이 회장의 이날 가전사업부 방문은 올해 들어 처음이었다. 이 회장이 IFA에 다녀온 경영진에게 소감을 묻자 “확실히 중국 브랜드들이 기술력에서 빠르게 치고 올라오고 있다”는 답이 나왔고, 이 회장은 “어떻게 차별화를 할 수 있냐”고 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경영진은 “중국의 재료비 경쟁력을 뛰어넘기 어려운 만큼 우리는 AI와, 가전·TV·모바일로 연결되는 ‘초연결’ 생태계로 차별화를 하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실제 올해 IFA에서 TCL, 하이얼, 하이센스, 로보락 등 중국 브랜드들은 삼성전자와 LG전자에 버금가는 기술력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이 회장은 AI 가전 기술력도 집중 점검했다. 먼저 거대 언어 모델(LLM)이 탑재된 삼성전자의 음성 제어 설루션 ‘빅스비’ 시연을 확인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말 빅스비를 업그레이드해 일상 언어로도 가전을 제어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했다. 주요 전략 제품별 핵심 기술의 개발 로드맵(중장기 전략)도 점검했다. 이 회장은 각 기술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이건 우리의 독자 기술인가? 우리가 얼마나 앞서 있나?” “이 기술을 개발하는 모멘텀이 무엇인가?”와 같은 질문을 이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가전 부문 부진에 내부 긴장
삼성전자 TV·생활가전의 영업이익률은 하락하는 추세다. 2021년 6.5%에서 2022년과 2023년 2.2%까지 떨어졌다. 올해 사정은 더 안 좋다. 지난 2분기 TV와 가전 부문의 영업이익은 49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4% 하락했다.
이 회장은 지역별로 삼성전자와 경쟁하는 주요 업체 현황을 보고받고, 삼성전자의 AI 가전 전략 점검과 경쟁력 제고 방안을 모색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보고를 다 받은 후 미래 기술력 확보를 당부했다. 시장 상황이 어려운 만큼 초격차를 유지하기 위해 AI 가전으로 차별화를 이뤄내라는 뜻으로 해석됐다. 한 관계자는 “AI 가전 시장은 성장 잠재력이 큰 시장이라 앞으로 개발해야 할 것이 많다. 이런 부분에 대해 격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이례적으로 이 회장의 생활가전사업부 방문을 카드 뉴스 형식으로 제작해 전 직원이 볼 수 있도록 사내 게시판에 배포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품질 경영’으로 글로벌 가전 시장에서 정상에 올랐지만, 최근 경쟁사를 압도할 만한 품질과 혁신 기술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에 내부 긴장감을 불어넣은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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