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증시 불안 키우는 ‘금투세 논란’, 어느 쪽이든 빨리 결론내야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는 ‘부자 감세’”라는 논리로 정부 여당의 ‘금투세 폐지’ 방침에 반대해온 민주당 내에서 ‘금투세 유예’ 주장이 속속 나오고 있다. 금투세는 주식·채권 등 금융투자로 얻은 수익이 5000만원 이상이면 초과 수익에 대해 22% 이상의 세금을 물리는 것이다. 내년부터 시행할 예정인데, 올 초 윤석열 대통령이 ‘금투세 폐지’를 공언하면서 정치 쟁점으로 부상했다.
결정권을 쥔 쪽은 국회 다수당인 민주당이다. 그런데 최근 민주당 내에서도 ‘금투세 유예’ 목소리가 속속 나오면서 투자자들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9일 “무리하게 시행하면 1400만 투자자들의 심리적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며 ‘유예’를 주장했다. 이소영·전용기·이연희 의원 등도 “증시 체력 저하” “자본 시장 선진화부터” 등의 이유로 유예를 주장하고 있다. 반면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금투세 폐지는) 거액 자산가들에게 혜택을 몰아주어 기득권 카르텔을 공고히 하려는 것”이라면서 ‘시행’을 주장한다.
교통정리 열쇠를 쥔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모호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지난달엔 ‘유예’를 언급하더니, ‘공제 한도를 1억원으로 올린 뒤 시행’으로 말을 바꿨다. 또 지난 1일 국회 양당 대표 회담에선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금투세 폐지’를 압박하자, “자본시장 구조개혁이 수반돼야 한다”고 말하면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요즘 서울 증시는 미국 경기 침체 위험에 따른 글로벌 증시 변동성 확대, 반도체 경기 피크론, 원화 강세에 따른 외국인 투자자 이탈 등으로 연일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여기에 금투세 변수까지 악재로 작용하며 투자심리가 얼어붙었다. 주식 투자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요소가 ‘불확실성’이다. 민주당은 24일 ‘금투세 토론회’를 예고하고 있지만, 이렇게 시간을 끌 일이 아니다. 금투세 논란이 증시 불확실성을 키우는 변수가 되지 않도록 하루빨리 결론을 내려야 한다. 당초 금투세 도입은 증권거래세 폐지와 패키지 형태로 만들어졌다. 증권거래세는 이미 폐지 수순을 밟아가고 있다. 만약 금투세를 폐지하거나 유예할 경우, 주식 관련 조세 제도 전반을 재설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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