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오는 강원 - 특별함 있는 강원도 농어촌살이] ⑩ 조병주 강릉 늘푸른 농장 대표

황선우 2024. 9. 11.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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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제2막 주경야독으로 일군 ‘그림 같은 농장’
형제들 권유로 강릉 귀향 결정
농사 공부에 매진 수확량 증가
하우스·육묘장 등 1만5000여㎡
4계절 농산물도매시장에 공급
토마토 생산 노하우 귀농 강의
“농사일 하며 가족에 충실해야
성공한 귀농, 아내·자녀 덕분”

강릉시 송정동의 큰 도로를 따라가다 좌측으로 골목길을 들어가다 보면 각종 농작물이 자라고 있는 푸르른 대지가 펼쳐진다.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면 푸르름에 몸과 마음이 편해지는 도심 속 그림 같은 광경이다. 그 그림 속에 비닐하우스를 짓고 트랙터를 몰며, 농사일에 하루의 땀과 정성을 쏟는 조병주(62)·문미자(59) 부부가 있다. 부부가 일군 ‘늘푸른 농장’은 그들의 자랑이다. 고향이 강릉인 조병주 늘푸른 농장 대표는 배우자 문미자 씨를 설득해 경상남도 창원에서 지난 1999년 강릉으로 귀향했다.

▲ 조병주 대표와 문미자 씨 부부가 농장 비닐하우스에서 활짝 웃고 있다. 황선우

■IMF 외환 위기, 형제 도움에 귀향 결정

조병주 늘푸른 농장 대표는 1984년 군대 전역 후 1년간 직업훈련을 통해 기술을 배웠다. 이후 어린 시절 경상남도 창원의 한 자동차 부품 제조 공장에 입사해 돈을 벌고 운명의 현 배우자를 만났으며 3자녀를 둔 가장이 됐다.

약 13년간 공장에서 일했지만, IMF 외환 위기 사태가 터지고 다니던 공장은 물론 경제적 어려움이 닥치자, 고향인 강릉으로 돌아오게 됐다. 귀향을 하기로 마음먹은 이유 중 하나는 강릉에서 농사를 짓던 형제들의 도움과 권유가 컸다. 결국 조 대표는 가장으로서의 책임감과 자녀들의 교육을 위해 배우자와 함께 인생 제2막을 강릉에서 빛내보기로 마음먹었다.


■성공 농업인 이끈 근성과 투지

귀향 후 농사를 짓기 시작한 초기에는 농사 기술 노하우가 없어 고충을 겪어야했다. 또 농사를 시작했던 당시 농산물을 판매하는 곳이 활성화 되어있지 않아 초보 농사꾼으로서 거래가 가장 어려웠다. 두 부부는 농사에 늦게 발을 들인 만큼 ‘농사 공부’와 밤낮 가리지 않는 ‘노력’으로 승부해 점차 농작물 수확량 증가 등의 성과를 냈다. 새벽시장에 4시부터 나가 농작물을 팔고 농산물도매시장이 생긴 후에는 판매량도 늘게 됐다.

공장에서 일하던 근면함과 오기, 함께 농사를 짓는 배우자의 도움에 힘입어 결국 개인 땅과 비닐하우스 구매 등 농사 규모를 키워나가 주변에서 ‘성공한 귀농인’이란 평가도 얻게 됐다. 조 대표는 “젊은 시절 공장에서 어렵게 일하면서 기른 근성과 성공에 대한 투지가 농사일에 크게 도움 됐던 것 같다”며 “나를 믿고 강릉까지 와준 배우자와 어린 자식들을 위해서라도 밤낮 가리지 않고 농사에 몰두했던 것 같다. 가족의 생계가 걸린 문제였다”고 회상했다.

그는 이젠 본인 땅에 농사지어, 소비자가 직접 찾아오는 농업인으로 거듭났으며 약 1400평 시설 하우스, 300평 육묘장 하우스, 3000평 노지 밭 등을 활용해 농사를 짓고 있다. 주요 재배작물은 토마토, 상추, 쑥갓, 대파, 시금치 등이며 고추 모종, 대파 모종, 배추 모종, 기타 모종을 판매한다.

봄에는 대파, 고추와 여러 모종을 육묘장에서 키워 농민들과 직거래한다. 토마토도 인기가 좋다. 토마토는 농장에서 직접 소비자들과 거래하기도 한다. 또 가을에는 배추 모종을 육묘장에서 키워 농민들과 직거래 중이다. 사계절 내내 상추와 쑥갓을 재배해 하루 20∼40박스씩 농산물도매시장에 출하하기도 한다.
 

▲ 조병주 대표가 육묘장에서 모종을 소개하고 있다.

■강릉 지역 농가 발전에 앞장

조병주 대표는 귀농의 경험과 애향심으로 지역 농가 및 농업 발전에도 기여하기 위해 노력해 귀감이 되고 있다.

그는 강릉 토마토 연구회 사무국장을 연임하며 강릉 토마토 산업을 발전시켰고, 강릉시농업기술센터의 도움을 통해 귀농 강사로 강의하는 등 귀농자들의 애로사항을 듣고 해결 및 소통에 나서기도 한다.

더불어 각종 농업 연구회 모임을 통해서는 과학영농 기술 보급에 앞장서고 있다. 또 한국농촌지도자 강릉시연합회 사무국장을 연임하며 지역농업 발전을 한 단계 더 높이기 위해 각종 사업을 진행했고, 젊은 농사꾼들의 모임인 4H 단체와 공감대 형성, 소통하며 지역 농업 활성화와 후진 양성을 위해 노력 중이다. 그는 “농협대의원 및 영농회장을 거쳐서 현재는 강릉농협 이사, 송정동단체장들 모임에서 부회장으로 활동하며 농업인들을 대변하고 있다. 농업인의 권익 신장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한국농촌지도자 강릉시연합회장, 강릉시농업인단체협의회장도 맡으며 더욱 강릉 농업인으로서 모범이 되고 업계 발전을 위해 힘쓰리라 다짐했다”고 했다. 조 대표는 농업인으로서의 각종 행보를 인정받아 강릉시 자랑스러운 농업인상, 농협 이달의 새농민상 등도 수상했다.

▲ 강릉 늘푸른 농장 상추밭 모습.황선우

■귀농 시 신중한 고려 당부

조 대표는 귀농·귀촌을 고려하는 이들에게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자신이 걸어온 귀농인의 길이 얼마나 힘든지 알기에 조심스레 진심 어린 조언을 전했다. 그는 “귀촌을 너무 성급하게 결정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스스로 귀농·귀촌 할 동내에서 적응할 수 있을지 각종 농사 체험을 통해 농사일도 배워보고 동네 주민들과도 어울려보며 귀촌을 결정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농사일하면서 가정, 가족에도 꼭 충실해야 한다고 당부하며, 배우자와 자식들에게 감사함을 표했다. 그는 “두 부모가 농사일로 나와 있어, 부모의 빈자리가 큰 채 성장기를 보낸 자식들에게 아직도 미안함이 남아 있다”라며 “부모 부재 시 아버지·어머니 역할을 한 큰딸에게 너무 고맙다. 큰 딸이 없었다면 이렇게 농사로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다”고 했다.

황선우 woo6745@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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