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강' 쫓는 KB·한투운용, 인도 펀드 '맞불 출시' 속내는
양 사, 9일 나란히 인도 시장 추종 펀드 출시
한투운용, 올해 ETF시장서 KB자산운용 턱밑까지 점유율 추격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구축한 국내 자산운용업계 양강 체제 뒤를 쫓는 KB자산운용과 한국투자신탁운용이 같은 날 펀드 출시를 통해 인도 시장에서 맞붙었다. 양사가 출시한 펀드의 성격은 다르지만, 모두 인도 시장을 눈여겨보는 수요를 겨냥했기 때문에 투자자를 사로잡기 위한 치열한 경쟁도 펼쳐질 전망이다.
먼저 KB자산운용은 지난 9일 인도 니프티(Nifty)50지수를 추종하는 'KB스타 인도 Nifty50 인덱스펀드'(KB운용 인도)를 출시했다. KB스타 인도는 인도증권거래소(NSE)에 상장한 시가총액 상위 50개 종목이 담긴 니프티50지수를 추종한다. 니프티50지수는 미국의 다우존스30산업지수, 한국의 코스피200지수 등과 같은 성격을 지니고 있어 그 나라의 경제를 관통하는 지수로 해석된다.
특히 KB자산운용이 내세운 KB스타 인도의 강점은 다름 아닌 안전성과 가성비다. 공모펀드인 KB스타 인도는 지수를 그대로 따르는 패시브 펀드이기 때문에, 액티브형 펀드보다 더 적은 비용과 안전성으로 인도 시장에 투자할 수 있다는 점을 부각해서다. 이석희 KB자산운용 연금WM본부장 역시 "KB스타 인도 Nifty50 인덱스펀드는 액티브 펀드보다 저렴한 비용에 현지 대표 기업에 투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흥미를 끄는 대목은 이제부터다. 한국투자신탁운용도 같은 날 인도 시장을 추종한 펀드를 시장에 내놨기 때문이다. 펀드명은 'ACE 인도컨슈머파워액티브'와 'ACE 인도시장대표BIG5그룹액티브'(이하 한투운용 인도)로, 패시브 펀드인 KB스타 인도와 달리 모두 주식처럼 투자할 수 있는 액티브형 상장지수펀드(ETF)라는 게 특징이다.
한국투자신탁운용 역시 인도 시장을 향후 '중국을 대체할 유일한 대안'이라고 치켜세우면서 인도 시장을 추종하는 펀드의 출시 배경을 설명했다. 현동식 한국투자신탁운용 해외비즈니스본부장은 9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ETF 출시 세미나에서 "금융업 비중이 43% 정도인 니프티50은 최근 5년 수익률이 현지 10개 지수 가운데 8위에 머물렀다"며 "다른 업종에 투자하면 수익을 더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자산운용업계는 같은 날 두 자산운용사가 출시한 펀드 상품의 질보다 같은 날 같은 나라를 추종하는 펀드를 출시한 속내에 더 관심을 보낸 모양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날 KB자산운용이 KB스타 인도 펀드의 최대 강점으로 꼽은 '非엑티브형'에 반응하기라도 한듯 한국투자신탁운용이 공교롭게도 같은 날 액티브형인 한투운용 인도를 출시했기 때문이다. 한국투자신탁운용 역시 니프티50지수의 이면에 대해 역설했기 때문에 양사의 '은근한 견제'도 감지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에 대해 KB자산운용과 한국투자신탁운용은 같은 날 인도 펀드 출시 배경이 양사를 의식한 일은 아니라고 부인하고 있다. '비욘드 차이나'로 손꼽히는 인도 시장의 잠재력을 기대한 글로벌 투자 수요가 늘어나고 있고, 수요에 맞춰 각 사가 신중히 검토해 잘하는 것을 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두 펀드의 성격이 역시 다르기 때문에 같은 시장에서 경쟁을 벌이는 부분도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런데도 일각에서는 KB자산운용과 한국투자신탁운용의 이날 인도 펀드 출시에 묘한 분위기가 감지된다고 입을 모은다. 양사의 자산운용업계 내 위치가 경쟁 구도에 불을 지피는 요소로 꼽혀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양사는 자산운용사의 주 무대인 ETF 시장에서 뜨거운 자리싸움을 펼치고 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올해 들어 점유율을 크게 늘리면서 KB자산운용을 턱밑까지 추격하고 있어서다.
우선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지난달 22일 역대 처음으로 ETF 시장 점유율 7%를 넘어섰다. 이후 다시 6%대로 내려앉긴 했으나 지난해 점유율이 4%대였음을 고려하면 가파른 성장으로 비춰진다.
같은 기간 KB자산운용의 ETF 시장 점유율은 7%와 8%를 오가고 있어 한국투자신탁운용의 성장세는 도드라진다. KB자산운용의 지난해와 올해 ETF 시장 점유율은 모두 8%대로, ETF 시장 양강인 삼성자산운용(38.8%)과 미래에셋자산운용(35.6%)에 이어 3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자리를 지켜야 하는 KB자산운용과 뺏으려 하는 한국투자신탁운용의 점유율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양사는 모두 '국내 첫' 타이틀을 달면서 전날 인도 펀드 출시에 대해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다. KB자산운용은 패시브 펀드이며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액티브형 ETF라는 차이가 있으나, 양사 모두 자사 펀드가 각각 패시브 펀드와 액티브형의 단점들을 보완할 수 있다는 것을 언급하면서 경쟁 구도가 감지된다. 두 기업이 ETF 시장에서도 치열한 점유율 경쟁을 벌이고 있는 만큼 '넘버 3'를 위한 경쟁 양상이 과열될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2kun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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