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석] 국민이 체감하지 못하는 물가 안정

신진환 2024. 9. 11.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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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의 체감 물가는 여전히 높아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국무회의에서 추석 성수품 물가를 안정적으로 잘 관리하라고 지시했다. 사진은 3일 서울 도봉구 농협 하나로마트 창동점을 방문해 추석 명절 장바구니 물가를 점검하며 굴비를 살펴보는 윤 대통령. /대통령실 제공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요즘 들어 부쩍 추석 연휴가 부담스럽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대체로 장바구니 물가 등 경제적인 어려움을 토로한다. "마트에서 배추 한 포기에 1만5000원이더라" "시금치가 '금치'다" 등의 하소연이다. 정부는 내수 진작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웬만한 식당에서 외식 한 번 하거나, 장을 볼 때 신중하게 골라도 십만 원을 훌쩍 넘기는 게 예사다.

온 가족이 모처럼 함께 풍성하게 보내야 할 한가위. 어느 때부터 주머니 사정을 신경 쓰게 되면서 피하고 싶은 우울한 명절이 돼가는 기분이다. 지속적인 경기 침체 속에 얇아진 주머니와 물가 불안까지 겹쳐 힘들어하는 서민들이 많다. 단돈 몇백 원, 몇천 원에 벌벌 떨며 이것저것 비교하고 고심 끝에 구매 여부를 결정하는 이들의 고단한 사정을 나랏님들이 알려나.

지난 일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지난해 8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서울시 시내버스 요금을 묻는 야당 의원의 질의에,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금 버스요금이 한 2천…"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택시비 질문에는 "글쎄요, 한 1000원쯤 되지 않았나요?"라고 답했다. 이후 서울택시 기본요금 인상분(1000원)으로 착각했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국정운영의 총책임자인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해 3월 윤석열 대통령은 서울 서초구 농협하나로마트를 찾아 "대파 한 단에 875원이면 합리적인 가격 같다"라고 말했는데, 고물가에 주머니 사정이 팍팍한 시민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당시 여권에서 "한 단이 아닌 한 뿌리"라는 옹호 발언이 나오기도 했다. 세상 물정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여론이 상당했다.

추석 연휴가 다가오면서 윤 대통령은 물가 관리에 신경을 쓰고 있다. 10일 국무회의에서 "성수품 물가를 안정적으로 잘 관리해 국민의 물가 걱정을 덜어드려야 한다"고 지시했다. 전날 수석비서관회의에서는 "체불 임금과 민생 물가, 응급의료 체계 점검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주문했다. 지난 3일에는 서울 도봉구 한 마트를 찾아 직접 민생 물가를 점검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서울 도봉구 농협 하나로마트 창동점을 방문해 추석 명절 장바구니 물가를 점검하며 축산물을 고르는 시민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 /대통령실 제공

통계상으로 물가는 안정화하는 추세다. 통계청의 '8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8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2% 올랐다. 2021년 3월 1.9%를 기록한 뒤 3년 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둔화하는 흐름은 반가운 신호다. 정부는 이를 근거로 물가 안정화에 긍정적 반응을 보이면서 앞으로 2% 초반의 물가 흐름일 것으로 전망했다.

언뜻 숫자만 보면 그럴듯해 보인다. 여기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이번 물가상승률은 지난해와 비교한 수치라는 점이다. 지난해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22년 8월보다 3.4% 오른 것으로, 같은 해 4월(3.7%) 이후 4개월 만에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기저효과가 깔렸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국민이 물가 안정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소비자물가는 폭염과 폭우 등 기후재난과 원자재 가격 상승, 수급 불안 등 여러 요인의 영향을 받는다는 점에서 정부만 탓할 수는 없다. 문제는 시민들의 체감 물가는 여전히 높다는 점이다. 정부는 추석 민생 안정대책으로 배추, 무, 사과, 배 등 20대 성수품을 역대 최대 규모인 17만 톤을 공급할 계획인데, 단기적으로 공급을 늘리는 것은 임시 대응에 불과하다.

추석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 숙박할인쿠폰 지급, 성수품 위주 비축물량 방출, 전통시장 소비 활성화를 위해 온누리상품권 구매 한도 상향 등 정책은 연례적으로 해오던 것이다. 정부가 추석 명절을 맞아 국민의 부담을 덜고 내수 진작을 위해 여러 정책을 내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 새로울 게 없다. 다가오는 추석을 앞두고 민생을 위해 물가대책을 고민한 것인지 의문이다.

사실 물가 안정 문제는 역대 정부에서 중요하게 여긴 과제였고, 욕도 많이 먹었던 문제다. 워낙 변수가 많아 예측이 빗나갈 때가 있다. 그렇더라도 국민이 체감하지 못한다면 물가를 잡겠다, 물가가 안정되고 있다는 정부의 설명은 설득력이 없다. 이번 추석에도 물가가 밥상머리 화두 중 하나이지 않을까 싶다. 윤 대통령을 향한 추석 민심은 어떨지 궁금하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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