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훈의 엑스레이] [37] 마흔 전에 꼭 해야 할 일
치과에 갔다. 나는 치과를 싫어하지 않는다. 특유의 소독약 냄새가 좋다. 다들 그런 냄새가 있을 것이다. 남에게 말하긴 민망하지만 몰래 즐기는 냄새 말이다. 당신이 배꼽 긁은 손가락 냄새를 몰래 맡으며 쾌락을 느끼더라도 이해할 수 있다. 세상에는 암내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치과 냄새가 좋아 치과 냄새 나는 향수도 샀다. 메종 프란시스 커정의 바카라 루주라는 향수다. 장미꽃을 백송이 꽂아둔 치과 냄새가 난다. 뿌리고 나가면 모두가 물어볼 만큼 강력한 향이다. 치과의사들에게는 권하지 않겠다.
진료대에 누워 눈앞에 펼쳐진 엑스레이 차트를 봤다. 착실하게 늙은 40대 후반 치아다. 어디 하나 성한 곳이 없다. 의사는 말했다. “신경 치료를 할지는 다음에 결정하죠. 오늘은 잇몸 약만 넣어드릴게요.” 쾌재를 불렀다. 임플란트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다. 프리랜서에게 임플란트는 지뢰다. 밟는 순간 통장에 회복 불가능한 구멍이 뚫린다.
가끔 진로상담 메일을 받는다. 글로 먹고살고 싶은데 마흔 전에 뭘 해야 하냐는 질문이 많다. 답장은 잘 못하는 편이다. 내 조언 한마디로 누군가의 인생이 바뀔 수 있다는 건 겁나는 일이다. 나 때문에 인생 조졌다 후회하는 사람이 생겨서는 곤란하다. 동기부여 연설로 먹고사는 자들은 참 용감하다.
생각해 보니 내가 할 수 있는 확실한 조언이 있다. 마흔 되기 전에 뭘 해야 하냐고? 튀김을 많이 먹어라. 오리지널 콜라와 아이스크림도 많이 드시라. 떡볶이도 많이 먹는 게 좋다. 새우튀김을 떡볶이 국물에 듬뿍 찍어 먹는 쾌락도 마음껏 즐기시라.
그런 거 말고 진짜 도움이 될 조언을 달라고? 이것만큼 당신 인생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는 정보는 없다. 오늘로 한 가지 추가한다. 칫솔질은 살살 해라. 치간실도 써야 한다. 마흔이 되는 순간 여러분은 이게 얼마나 귀한 조언이었는지 깨달을 것이다. 감사는 미리 받겠다. 천만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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