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프라하의 연인’에서 원전까지… 한국과 체코의 우정은 끈끈하다
프라하에서 가장 오래된 다리 근처의 펍과 안양의 북극곰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한국과 체코 간 우정의 상징이라는 것이다. 두 나라는 글로벌 안보와 경제 번영을 위한 전략적 동맹을 통해 전통적 파트너십을 뛰어넘으며 관계를 발전시켜 왔다. 이번 방한을 계기로 나는 수십 년 동안 지정학적 지형을 좌우할 양국 관계의 다음 장을 써 내려가고자 한다.
최근 체코 정부가 한국수력원자력을 신규 원전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것은 획기적인 순간이며, 한국에 대한 믿음과 신뢰를 강조한 결정이다. 그러나 우리의 이야기는 여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체코에서 현대, 두산, 넥센 등 한국 기업들은 고유의 노하우와 역량을 제공하며 두 나라의 상호 이익에 기여했고, 현지 브랜드처럼 친숙하게 여겨진다.
양국 관계는 수많은 개인적 우정과 교육, 문화 및 스포츠 분야 협력을 기반으로 한다. 한국 아이스하키 팬이라면 HL안양에서 ‘북극곰(마스코트)’의 일원으로 활약하며 한국 아이스하키 발전에 큰 발자취를 남긴 파트릭 마르티넥(한국에서는 ‘할아버지’로도 불린다)을 기억할 것이다. 또 2018년 2월 올림픽 사상 최초로 알파인 스키와 스노보드에서 모두 금메달을 획득한 에스테르 레데츠카의 활약 덕분에 개최지 평창과 한국은 항상 체코인의 마음에 남아있다.
2005년 방영된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의 영향으로 여전히 수많은 한국 관광객이 주 4회 직항편으로 체코를 찾는다. 내 집무실에서 멀지 않은 곳에 드라마에 등장했던 펍 ‘우 말레호 글레나(U Malého Glena)’가 있는데, 이곳은 체코어뿐만 아니라 한국어 메뉴가 인쇄되어 있을 정도다! 최근 몇 년간 체코의 젊은이들 사이에서 한국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는데, K팝이 단연 으뜸이다.
체코는 한반도의 평화와 외교에 전념하며 핵무기 없는 한반도와 긴장 완화를 위한 노력을 지지하고 있다. 우리는 국제법 수호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지역 안보와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윤석열 대통령의 기조를 높이 평가한다. 러시아와 북한과의 잘못된 군사 거래는 세계 평화에 대한 심각한 위협으로, 핵 확산 방지 노력을 약화시키고 유럽과 인도 태평양을 불안정하게 만든다.
지금 체코 안보의 가장 큰 위협은 러시아 제국주의다. 이 시점에서 나는 한국인들에게 감사를 표하고 싶다. 체코는 우크라이나에 대한민국의 역할과 지원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한국의 접근 방식은 다른 국가들에도 모범이 되고 있다. 우리는 침략과 공격을 받았던 역사적 경험을 잊지 않고 있다. 또 무력 위협이나 사용을 금지하고 모든 회원국이 다른 국가의 주권, 영토 보전 및 정치적 독립을 존중할 것을 촉구하는 유엔 헌장을 지지한다.
우리는 사이버 방어, 군비 통제 및 비확산, 기술 및 대테러 대응을 포함한 여러 공동의 지역 간 안보 과제에 대해 협력하고 있다. 특히 사이버 보안은 많은 잠재력을 가진 분야이다. 두 나라의 유대는 단순한 외교 관계를 넘어 경험과 문화 교류의 공유에 뿌리를 두고 있다. 양국 하키팀을 응원하거나 ‘우 말레호 글레나’에서 맥주를 즐기면서, 양국은 오래도록 지속되는 견고한 우정을 쌓아 왔다. 우리는 스포츠와 음악에 대한 사랑뿐 아니라 세계 평화와 안보를 위한 헌신으로 하나가 되어 있고, 공동의 위협에 맞서 굳건히 파트너십을 지켜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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