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응급실 블랙리스트에 의료계도 “유감”… 이젠 대화 나설 때

2024. 9. 10. 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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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 응급 의료 대란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데 응급실에 남은 의사들의 실명을 공개하고 이를 부역이라고 조롱한 블랙리스트가 유포됐다.

의사가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한 웹사이트에 '응급실 부역'이라는 코너가 개설됐고, 여기에 187개 수련 병원 응급실 근무 인원과 명단이 올라온 것이다.

이번 블랙리스트 유포를 두고 대한의사협회가 "심각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히는 등 의료계 내부에서도 자성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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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아주대학교병원 응급실 앞으로 의료진이 지나가고 있다. 2024.9.2. 뉴스1
추석 연휴 응급 의료 대란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데 응급실에 남은 의사들의 실명을 공개하고 이를 부역이라고 조롱한 블랙리스트가 유포됐다. 의사가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한 웹사이트에 ‘응급실 부역’이라는 코너가 개설됐고, 여기에 187개 수련 병원 응급실 근무 인원과 명단이 올라온 것이다. 출신 대학이나 가족 관계 등 신상 털기도 이뤄졌다. 응급실에 배치된 후 명단이 공개된 일부 군의관은 대인기피증까지 겪었다고 한다.

의료 공백 사태가 빚어지는 동안 병원에 남은 동료를 집단 행동에서 이탈한 ‘배신자’로 낙인찍고 압박하는 행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3월에는 병원에 남은 전공의 실명이 담긴 ‘참의사 리스트’가 온라인에서 공유됐고, 7월에는 의대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의 실명을 공개한 ‘감사한 의사 명단’이 텔레그램 채팅방에 공개됐다. 의대 진학부터 전공의 수련을 마치기까지 10년 이상 함께 지내는 폐쇄적인 구조 안에서 집단 따돌림을 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은 견디기 힘든 심리적 압박이 된다고 한다. 일부 의사들의 비이성적인 행동으로 인해 의사로서 소명을 다하기 위해 노력해 온 대다수 의사들까지 함께 매도되는 일이 있어서야 되겠는가.

더욱이 응급실 의사 ‘블랙리스트’는 응급실 대란을 지켜보는 국민을 더욱더 불안하게 만든다. 2월 전공의 집단 사직 이후부터 7월까지 대형병원에선 전공의들 집단 사직으로 위암, 대장암, 간암 등 주요 6개 암 수술 건수가 전년 동기보다 17%가량 줄었다. 권역응급의료센터가 치료하기 어렵다며 전원시킨 중증환자도 17%나 늘었다.

이번 블랙리스트 유포를 두고 대한의사협회가 “심각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히는 등 의료계 내부에서도 자성이 나오고 있다. 심각한 의료 공백 사태를 더는 방치해선 안 된다는 의료계 내부 목소리도 흘러 나온다. 최근 여야가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에 합의했고, 정부도 의대 증원 규모의 재검토를 시사하며 의료계 참여를 요청하고 있다. 지금은 의대 증원 2000명에 집착하다 의료 공백 사태를 악화시킨 정부의 무능을 질책하지만, 의료계가 계속해서 대화에 응하지 않는다면 그 책임을 묻는 국민들의 목소리도 커질 것이다. 의료계가 대화의 물꼬를 트고 사태 해결에 나서는 것만이 파국을 막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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