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영 칼럼]尹 대통령의 4대 개혁 중간 성적은 D+
핵심 못 건들고 변죽 울리는 교육개혁 D
‘노조개혁’만 하고 표류 중인 노동개혁 C
‘의대 2000명 증원’ 늪에 빠진 의료개혁 F
● 연금개혁=C+. 정부는 4일 내는 돈(보험료율)과 노후에 받는 돈(소득대체율)을 13%와 42%로 올리는 개혁안을 내놨다. 21년 만에 단일안을 낸 것, 26년 만에 보험료율을 9%에서 13%로 인상한 것은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어렵게 낮춰 놓은 소득대체율(40%)을 올린 건 개혁에 역행하는 일이다. 기금 고갈 시기는 16년 늦춰질 뿐인데 그것도 기금 수익률을 1%포인트 끌어올려야 가능하다. 기초연금 수급자의 3분의 1은 가난하지 않은데 소득 하위 70%까지 기초연금을 40만 원으로 인상하는 것도 문제다. 정부의 지급 보증 법제화는 개혁의 힘을 뺄 우려가 있어 과거에도 시도하다 포기했던 정책이다. 기금이 바닥나도 정부가 메워 준다는데 누가 어렵게 개혁하겠나.
남은 임기에 여야가 합의한 보험료율 13% 인상부터 처리하면 B학점, 기금 고갈 시기를 30년 이상 늦출 수 있는 자동안정장치까지 도입하면 B+, 여기에 더해 기초연금을 취약 노인에게 몰아주도록 재설계하면 A다. 지난번 국회처럼 ‘13%, 44%’로 결론 날 경우 개혁 지연으로 매일 1400억 원씩 쌓이는 부담을 감안하면 F학점도 아깝다.
● 교육개혁=D. 정부 출범 후 한동안 교육개혁이 뭔지 교육부 공무원들도 헷갈려 했다. 대선 공약과 국정과제 연계율이 15%로 역대 정부 수준(69∼85%)을 한참 밑돈다. “스스로 경제부처라 생각하라” “킬러문항 빼라” 같은 대통령 지시 사항에서 헤매던 교육부가 뒤늦게 늘봄학교를 포함한 9대 개혁 과제를 정리했는데 “개혁이라 부르기 어렵다”는 평가다.
교육계의 시급한 개혁이란 인구가 팽창하던 산업화 시대의 교육제도를 인구가 급감하는 인공지능 시대에 맞게 바꿔내는 작업이다. 획일적인 고교 평준화, 오지선다형 수능제도, 나이 든 교사 한 명 내보내면 젊은 교사 2.6명을 뽑을 수 있는 연공서열식 임금체계를 손봐야 한다. 그런데 저항이 거셀 개혁 과제는 건들지도 못하고 디지털 교과서 도입과 킬러문항 제거를 교실개혁, 입시개혁 과제로 설정했다. 고등교육도 규제 철폐나 좀비대학 구조조정 같은 욕 먹는 일 말고 대학들에 돈 나눠주는 글로컬대학 사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남은 임기에 제대로 된 과제를 설정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 노동개혁=C. 정부는 노동개혁의 성과로 ‘노사법치’ 확립을 내세운다. 대규모 불법 파업이 사라져 근로손실 일수가 전 정부에 비해 3분의 1로 줄었고, 노조 회계 투명성도 높아졌다고 한다. 그러나 노동개혁의 핵심인 노동시간 유연화와 임금체계 개편은 ‘주 69시간’ 프레임에 걸려 넘어진 후 멈춰 선 상태다. 노동개혁 과제를 논의할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올 2월 지각 출범 후에도 노정 갈등 속에 한동안 공전했고, 개혁의 세부 주제를 다룰 회의체들도 5, 6월에야 시동을 걸었다. ‘노조개혁’의 성공이 노동계를 자극해 노동개혁을 늦추고 있다. 그래도 교육개혁과 달리 과제 설정을 제대로 해 C학점이다. 개혁과제 중 어느 하나라도 이뤄내면 B학점 이상이 될 수 있다.
● 의료개혁=F. 필수의료와 지방의료 공백을 의사 수 확 늘려 ‘낙수 효과’로 해결하려다 “우리가 낙수 의사냐”며 필수와 지방 의료 지키던 전공의들부터 줄줄이 사직했다. “2000명은 그냥 나온 숫자가 아님”을 입증할 회의록도 없다니 개혁의 권위가 서질 않는다.
추석 연휴 응급실 대란을 막으려 사력을 다하는 의사들은 10월 1일 임시 공휴일 지정도 원망하고 있다. 추석 연휴 지나면 10월 최장 9일 연휴가 오고, 단풍철 지나면 낙상 환자, 뇌졸중 환자 몰려드는 겨울이다. 의료계는 올해 증원부터 철회하자 하고, 정부는 수험생 혼란을 이유로 안 된다고 한다. “버티면 이긴다”고 오판한 탓에 ‘입시대란’이냐 ‘의료대란’이냐는 차악과 최악의 선택지만 남았다. 의대 2000명 증원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면 나머지 3대 개혁에서 성과를 내더라도 의료대란에 가려 실패한 정부로 기록될 것이다.
이진영 논설위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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