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의눈] ‘필리핀 이모’ 고비용 논란 유감
비용 넘어 복합적인 논쟁 야기
기대 효과 비해 사회적 갈등 커
시범기간 중 통합적 해법 찾아야
오세훈 서울시장이 최근 한 토론회에서 ‘필리핀 가사관리사 사업’에 대해 “비용 부담을 낮춰야 한다”고 거론한 것은 유감스럽다. 오 시장은 자타공인 외국인 가사노동자 도입을 공론화한 최초의 대권주자급 정치인이다. 2022년 9월 국무회의에서 ‘워킹맘의 경력단절과 저출산 문제의 대안’으로 홍콩, 싱가포르 등에서 운영하고 있는 ‘저임금 외국인 육아도우미’ 도입을 제안했다. 시범사업으로 이달 3일부터 ‘필리핀 이모’ 100명이 서울 일반 가정에 배치된 것은 이 같은 배경도 작용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오 시장이 외국인 가사관리사를 둘러싼 논란을 비용 문제로 단순화한 것은 유감이다. 외국인 육아도우미·가사관리사를 둘러싼 쟁점은 상당하다. 외국인 돌봄·가사 근로자가 저출생 극복과 여성 경력단절 예방에 효과를 거둘 것이냐는 근본적인 질문부터 월 238만원가량의 서비스 이용료가 과연 적정가이냐는 불만까지 갈등의 전선은 다양하고 복합적이다. 필리핀 가사관리사 고용 가정의 37.6%가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에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계층 갈등’으로까지 비화하려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외국의 가사관리사 비용이 홍콩 월 최소 83만원, 싱가포르 48만∼71만원이라고 했다. 하지만 급여 이외에 홍콩은 원칙적으로 외국인 가사관리사에 숙식을 제공해야 하고, 싱가포르 역시 숙식은 물론 의료 사고 등에 대비한 보험 가입, 사전 교육 프로그램 이수가 강제사항이라는 점은 거론하지 않았다. 한국 사용자가 내지 않는 숙박비와 교통비, 보험료 등을 따져보면 홍콩 3배 수준이라는 가사관리사 임금이 과연 턱없이 비싼 것인지 의문이 든다. 여러모로 우리와 상황이 비슷한 일본은 외국인 가사관리사 임금에 최저임금을 적용한다는 점도 언급되지 않았다.
외국인 가사관리사 도입 취지인 저출생 극복과 여성 경력단절 문제 완화 효과는 기대하기 힘들다. 사회적으로 합의된 저출생 극복을 위한 기본조건은 △출산·건강·생계비 지원 △일과 삶의 균형 △미래에 대한 기대다. 어찌 보면 말도 통하지 않는 외국인에게 아이를 맡기도록 장려하는 게 어떤 출산율 제고 효과를 갖는지 의문이다. 실제 수십년 관련 제도를 운영한 싱가포르의 합계출산율은 2001년 1.41명에서 2023년 0.97명으로 떨어졌다. 필리핀 이모 합법화는 원어민으로부터 영어 사교육을 기대하는 중산층을 위한 보수 정권의 ‘구애’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불투명한 기대효과에 비해 갈등 등 사회적 비용은 상당하다. 필리핀 이모의 적정 임금이 어느 정도냐는 차라리 접점을 찾기 쉬워 보인다. 저출생 극복이라는 지상과제를 풀기 위한 젠더와 노사, 계층, 이념 갈등은 차치하더라도 돌봄 분야에서마저 ‘국제적 외주화’를 꾀한다는 비판 등 정부 불신은 쉽사리 해소될 것 같진 않다. 아무쪼록 상대적으로 오래 외국인 가사관리사를 고민해 왔을 오 시장이 향후 6개월간의 시범사업 기간 비용 절감 이외의 절묘한 통합적 해법을 제시해 주길 바란다.
송민섭 사회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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