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전력 소모 줄여라… 20W만 쓰는 초고효율 뇌에 열쇠 있다[이진형의 뇌, 우리 속의 우주]
현재의 AI는 ‘전기 먹는 하마’… 발생 열 냉각에만 전력 50% 소모
데이터센터 냉각시장 규모 17조
뇌처럼 효율 높은 AI 개발 땐… 노동서 해방되는 신세계 올 수도
그런데 우리는 기술의 발전에 기대와 함께 불안을 갖고 있다. 우선, 인공지능이 우리의 직업을 앗아가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다. 또한 인공지능이 과연 우리의 삶을 더 풍요롭게 할지, 아니면 우리를 지배하는 기술이 될지에 대한 불안도 있다. 이는 모든 기술 발전의 역사 속에 있어 왔던 인류의 고민이다. 산업혁명은 모두 기술의 발전으로 이루어졌고, 매번 인간의 역할에 대한 고민을 동반했다. 첫 산업혁명은 증기기관의 발명으로 이루어졌으며, 기계 동력을 사용해서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하는 공업화를 이루었다. 2차 산업혁명은 전기 에너지 기반의 대량 생산으로 이루어졌다. 3차 산업혁명은 컴퓨터와 인터넷 기반의 지식 정보 혁명이었다. 현재 진행 중인 4차 산업혁명은 인공지능 기반의 혁명이다. 산업혁명은 우리 사회의 생산성을 증가시키는 방법을 기술에서 찾았고, 생산 과정에서 인간의 역할이 달라졌다. 그런데 인공지능은 인간만이 할 수 있었던 지적 노동의 영역을 처음으로 기술이 차지하게 되는 것이라 불안은 더욱 크다.
하지만 산업혁명은 인간이 힘든 노동으로 해야만 했던 일들을 기계가 대신함으로써 생산성에 큰 향상을 가져왔고, 우리는 예전에 비해 물질적으로 큰 풍요를 이루었다. 가로등을 켜고 끄는 사람이 필요하던 시대에는 가로등을 켜고 끄는 직업이 있었다는 장점이 있지만, 사람이 해야 한다는 제약으로 인해 인적이 드문 곳과 같은 장소에는 설치하기 어렵고, 비용도 비싸서 많은 사람이 가로등의 편의를 누리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었다. 하지만 센서로 어두움을 판별해 가로등 스스로 켜고 끌 수 있게 되면서 어느 곳에나 설치가 가능해졌고, 사람이 위험한 일을 할 필요도 없어졌으며, 에너지도 절약할 수 있게 됐다.
기술은 그 자체로 좋거나 나쁘다기보다 우리가 어떻게 사용하는지에 따라서 우리에게 이로울 수도 있고 해로울 수도 있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하기 위해서는 어떤 조건을 갖춰야 할까? 인공지능 기술과 시장은 최근 급격히 성장하고 있지만 현재의 인공지능은 낮은 에너지 효율로 인해 천문학적인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열을 식히는 데만 전체 사용 전력의 50%를 사용한다. 데이터센터 냉각 시장만 2023년 17조 원에서 2030년 41조 원으로 성장할 거라 예측될 정도다. 인공지능 모델의 경우 개발 및 사용에 시간당 GW(기가와트)급 에너지를 소모한다. 에너지는 유한한 자원이다. 그 에너지가 모두 인공지능에 사용되면 인간과 기계가 에너지를 놓고 경쟁하는 구도가 된다. 에너지 절약을 위해 에어컨을 틀지 않으면서, 데이터센터의 쿨링을 위해 엄청난 에너지를 사용하는 것이 그 예다. 에너지 효율이 낮은 인공지능은 또한 너무 큰 비용이 들기 때문에 많은 사람에게 보급되기 어렵고, 인류의 삶을 풍요롭게 하기 어렵다. 따라서 인공지능이 인간을 위한 기술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에너지 고효율화가 가장 중요한 조건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에너지 효율이 높은 인공지능은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그 답은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다. 인간은 세끼 밥만 먹고 20W 정도의 작은 에너지를 소비하면서도 현재 각광받고 있는 아주 훌륭한 인공지능 모델보다 훨씬 더 많은 일을 해낸다. 뇌는 에너지 효율이 높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따라서 뇌를 이해하는 것은 인공지능을 다음 단계로 도약시켜 인류를 풍요롭게 하는 가장 큰 열쇠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1차 산업혁명은 인간을 근육노동으로부터 자유롭게 했고, 2차 산업혁명은 가전들을 통해 우리를 가사 노동에서 자유롭게 했으며, 3차 산업혁명은 지식 정보의 자유를 가져왔다. 인간의 뇌처럼 높은 에너지 효율을 갖는 새로운 인공지능 설계는 많은 사람이, 젯슨 아저씨처럼 일상의 노동에서 자유롭게 해방돼 지성이 하고 싶은 일을 더 자유롭게 할 수 있게 할 것이다. 인공지능은 인간이 더 인간다워지도록 하는 기술이 될 것이다.
이진형 미국 스탠퍼드대 생명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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