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류희림 청부민원 의혹' 제보자 색출 두번째 압수수색

박종화 2024. 9. 10. 22:5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오늘(10일) 서울경찰청 반부패범죄수사대(서울청 반부패부)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직원들의 사무실과 주거지를 동시다발 압수수색했다. 류희림 방심위원장의 소위 ‘청부 민원’ 의혹 제보자를 찾는다는 이유에서다. 경찰은 이미 지난 1월 15일 같은 이유로 방심위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한 바 있다.

오늘 오전 6시 30분 경, 방심위 직원 3명의 주거지에 서울청 반부패부 소속 경찰들이 들이닥쳤다. 방심위 직원들의 휴대전화를 가져가고 노트북 등에서 전자 파일을 다운받아 압수했다. 

오전 8시 경에는 서울 목동과 서초동에 있는 방심위 사무실에 대해서도 압수수색이 시작됐다. 방심위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에는 서울청 반부패부 소속 경찰 30여 명이 투입됐다. 경찰은 법원이 발부한 총 8건의 영장을 동시에 집행한 것으로 알려진다.  

방심위 목동 사무소의 경우 총 4개 층(13층, 16층, 18층, 19층)에 있는 사무실과 노조 사무실 등이 압수범위에 들어갔다. 직원들의 휴대전화와 컴퓨터는 물론 각종 문서나 쪽지까지 모조리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다. 

김태현 서울경찰청 반부패수사대 계장은 “류희림 방심위원장의 ‘청부 민원’ 의혹 공익신고자를 색출하는 수사냐”는 뉴스타파의 질의에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우리는 개인정보 유출 사건을 수사중이다”라고 말했다.

오늘(10일) 서울경찰청 반부패수사대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사무실과 방심위 직원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올해 1월에 이어 두 번째 압수수색이다. 

‘류희림 청부 민원 의혹’ 수사는 사실상 멈췄다

경찰이 겉으로 내세우는, 방심위 직원들과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 사유는 ‘개인정보 유출’이다. 하지만 사실상 류희림 방심위원장의 ‘청부 민원’ 의혹을 세상에 알린 방심위 직원을 색출하기 위한 수사라는 비판이 나온다. 

류희림 위원장의 소위 ‘청부 민원’ 의혹은 지난해 12월 익명의 공익신고자가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에 류희림 위원장을 고발하고, 이런 사실을 뉴스타파가 보도(지난해 12월 25일)하면서 처음 세상에 알려졌다. 보도가 나간 다음 날, 류 위원장은 익명의 공익신고자를 직접 검찰에 고발했고, 곧바로 이 사건은 서울경찰청 반부패범죄수사대에 배당됐다. 

류 위원장의 ‘청부 민원’ 의혹에 대한 수사(이해충돌방지법 위반 의혹)도 비슷한 시기 시작됐다. 뉴스타파 보도 이후 시민단체들이 경찰에 고발장을 내면서다. 이 사건은 양천경찰서로 배당됐다. 

하지만 사건을 받은 양천경찰서는 고발장이 접수되고 9개월이 넘은 지금까지 거의 수사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 류 위원장은 압수수색은 커녕 조사 한 번 받지 않았다. 방심위를 상대로 두 번이나 압수수색을 벌이는 등, 류희림 고발 사건을 발빠르게 처리하고 있는 서울청 반부패수사대의 움직임과 비교된다. 경찰이 류희림 방심위원장, 그리고 류 위원장을 비호한다는 의심을 받는 대통령실의 눈치를 본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한편, 지난해 12월 공익신고자로부터 ‘류희림 청부 민원’ 사건을 접수받았던 권익위는 지난 7월 아무 결론도 내리지 않은 채 사건을 방심위로 돌려 보내 논란이 됐었다. 류희림 위원장에게 셀프 조사를 맡긴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 사실상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로, 당연히 이후 조사는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오늘(10일) 김준희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노조지부장이 방심위 사무실과 직원 자택 압수수색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오늘 경찰의 방심위 압수수색에 대해선 “시점이 공교롭다”는 말이 나온다. 어제(9일) 참여연대와 언론노조 등 시민단체가 류희림 방심위원장의 ‘청부 민원’ 의혹을 독립적으로 수사할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을 낸 직후에 벌어진 일이어서다. 참여연대 이상희 변호사는 압수수색 현장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어제 저희가 문제를 제기한 것과 오늘 압수수색이 관계가 있어 보인다. (압수수색이) 어제 우리 주장의 본질을 호도하고 왜곡하기 위한 것이 아닌가 의심된다”고 말했다. 

“서울경찰청이 공익신고자 기본권 유린... 언론이 끝까지 추적할 것”

김준희 방심위 노조 지부장은 오늘 방심위 압수수색에 대해 “류희림 씨가 민원 사주를 한 명백한 정황들이 있는데 (경찰이) 거기에 대해선 눈을 감고 오히려 류희림씨의 잘못을 지적한 방심위 직원들을 괴롭히고 있다고 본다”고 경찰 압수수색을 비판했다. 

방심위에 대한 압수수색이 이어지는 동안 서울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전국언론노조 윤창현 위원장은 “경찰이 신고자, 시민이 아니라 도둑놈 편에 서면 경찰인가? 우리는 마지막까지 류희림의 범죄를 고발할 것이다. 그리고 반드시 법의 심판대에 세울 것입니다. 경찰이 권력의 편에 서서 공익신고자의 기본권을 유린하고 범죄은닉에 가담하면 그 죄 역시 끝까지 언론인들이 추적해서 묻겠다”고 말했다.

뉴스타파는 오늘 경찰의 방심위 압수수색에 대한 입장을 묻기 위해 류희림 위원장에게 연락하고 찾아 나섰다. 하지만 방심위 목동 사무실에 정상 출근한 것으로 알려진 류 위원장을 어디서도 만날 수 없었다.

뉴스타파 박종화 bell@newstapa.org

Copyright © 뉴스타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