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이민’ 정서 확산에…독일 “국경 검문 강화”

김희진 기자 2024. 9. 10.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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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 범죄 잇따라…국민 보호 위해 6개월간 입국자 검문
선거 이슈 떠오르고 극우 정당 득세에 사민당은 ‘시험대’
숄츠 총리 “솅겐협약 탓”…‘EU 통합에 악영향’ 우려도
독일 극우 정당 독일을위한대안당(AfD)이 지난 6월7일(현지시간) 만하임에서 개최한 집회에서 참석자들이 ‘국경을 폐쇄하라’는 손팻말과 국기를 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독일이 앞으로 6개월간 모든 국경을 통제하고 입국자를 검문하기로 했다. 불법 이민과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 등의 테러 위협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한단 명분을 내세웠지만 연이은 난민 범죄에 따른 반이민 정서를 외면하기 어려워지자 이민 문제에 점점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풀이된다.

9일(현지시간) 독일 내무부는 오는 16일부터 6개월 동안 독일 전역 국경에서 임시 통제를 시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오스트리아, 체코, 폴란드, 스위스에 이어 프랑스, 룩셈부르크, 네덜란드, 벨기에, 덴마크 국경까지 입국자 검문을 확대한다. 독일은 이들 국가와 서로 국경을 자유롭게 통행할 수 있도록 솅겐협약을 체결했다. 낸시 페저 내무장관은 “이번 조치는 불법 이민을 막고 IS 등 극단주의 세력의 테러와 같은 심각한 범죄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시도”라며 “새로운 유럽 공통의 망명 시스템으로 유럽연합(EU) 외부 국경을 강력하게 보호할 때까지 국경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BBC는 안보를 강조한 독일 정부의 이번 조치에는 정치적 배경이 깔려 있다고 분석했다. 독일은 2015~2016년 시리아 난민 100만명 이상, 2022년 우크라이나 난민 100만여명 등 지난 10년 동안 많은 난민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최근 몇달 새 난민 흉악범죄가 잇따르자 독일 내에선 불법 이민에 대해 더 강도 높은 대응을 요구하는 분위기가 팽배해졌다. 내년 9월 연방의회 선거를 앞둔 집권 사회민주당(SPD)은 불법 이민에 대응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게 됐다. 또 지난 1일 튀링겐주의회 선거에서 극우 정당인 독일을위한대안당(AfD)이 승리한 데 이어, 여론조사 결과 2주 뒤 선거가 치러지는 브란덴부르크주에서도 이민이 유권자의 최대 관심사인 것으로 나타났다. 시험을 앞둔 사민당이 정부의 통제권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 중이란 분석이 나온다.

정부는 지난 1일 독일에서 범죄를 저지른 아프가니스탄 출신 난민 28명을 추방했다. 탈레반의 아프가니스탄 장악 후 중단해온 추방 조치를 약 3년 만에 재개한 것이다. BBC는 최근 들어 사민당뿐 아니라 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CSU) 등도 강경한 이민 정책을 제안하고 있다고 전했다. 독일 통합 및 이주 연구센터의 마르쿠스 엥글러는 “정부의 의도는 잠재적 이민자들이 더는 독일에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려는 것 같다”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이번 조치가 EU 통합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솅겐협약 가입국도 국가 안보상 이유가 있으면 임시 국경 통제 조치를 할 수 있다. 올라프 숄츠 총리는 지난달 23일 졸링겐 칼부림 사건 직후 “솅겐협약 때문에 범죄자들이 유럽 전역에서 활동하기 쉬워졌다”고 비판했다. 게르하르트 카르너 오스트리아 내무장관은 독일 매체 빌트에 “오스트리아도 여유가 없다”며 “독일이 돌려보낸 사람들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밝혔다. 오스트리아 국경은 독일로 향하는 중동지역 난민의 주요 이동 경로다.

독일 녹색당 소속 에릭 마르콰르트 EU 의원은 “독일 정부는 국경에서 사람들을 돌려보내기가 쉽다는 인상을 주고 있는데, 이는 현실적이지 않다”면서 “국경 통제 조치에 따른 이익은 유럽과 솅겐 체제에 줄 피해보다 작다”고 파이낸셜타임스에 말했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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