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폭탄 테러·총격…공격 수위 높아지는 서안 ‘세 번째 전선’ 되나
이 공습·작전 등 지난달 급증
팔 청년들 ‘복수 다짐’ 총 들어
지난해 10월 가자지구 전쟁 발발 이후 크고 작은 충돌이 이어지고 있는 요르단강 서안지구가 ‘세 번째 전선’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최근 서안지구에서 벌어진 공격의 유형이 더 대담해지고 정교해졌다. 지난달 하마스와 이슬라믹 지하드는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자살 폭탄 테러를 시도했는데, 이스라엘의 조사 결과 용의자는 서안지구에서 온 것으로 확인됐다. 2주 뒤엔 서안지구 남부에서 이스라엘 경찰관 3명이 총격을 받아 숨졌다. 이어 이달 초 하마스를 비롯한 팔레스타인계 무장 세력이 차량 폭탄 테러를 세 차례 기획한 것이 알려졌으며, 지난 8일엔 요르단인이 요르단과 이스라엘을 잇는 알렌비 다리에서 이스라엘인 3명을 살해하는 이례적인 사건이 벌어졌다.
이브라힘 달랄샤 호라이즌센터 소장은 “최근과 지난 10년을 비교하면 공격에 더 조직적인 노력이 들어갔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테러범이 배낭에 폭탄을 넣고 텔아비브 거리를 돌아다녔다는 것은 이를 지원하는 네트워크가 있다는 뜻”이라고 NYT에 밝혔다.
이스라엘 정치 평론가 알론 핑카스 전 대사는 “이스라엘의 적들은 기회, 약점, 불안을 감지한다. 그들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저지른 일을 보고 용기와 힘을 얻는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면전이 벌어진 이후 서안지구는 한층 더 불안정해졌다. 이스라엘은 동요를 억누르고 테러리스트를 색출한다는 명분으로 서안지구 난민촌 등지에서 무력을 행사해왔다. 유엔에 따르면 전쟁 발발 이후 이스라엘이 서안지구에서 파괴, 철거, 압류한 건물은 1478개에 달한다. 이스라엘의 공격 수위는 최근 높아졌다.
올해 서안지구에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인한 사망(95명) 중 44%는 지난달 발생했다. 지난달 28일에도 이스라엘군은 서안지구 제닌에서 전쟁 발발 이래 최대 규모 작전을 개시해 수십명이 사상했다. 또 전쟁 시작 이후 이스라엘은 자국에서 일하던 팔레스타인인 10만명 이상의 노동을 중단시켰다. 이로 인해 많은 이들의 경제적 생명줄이 끊겼다고 NYT는 전했다. 서안지구 행정을 담당하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의 지도력이 약한 것도 불안정의 한 원인이다.
더 큰 폭력의 씨앗이 싹트고 있단 우려도 나온다. 지난 7일 미 공영 라디오 NPR은 서안지구 팔레스타인 청년들을 인터뷰해, 가족과 친구가 이스라엘에 의해 살해되는 것을 목격한 청년들이 복수를 다짐하며 총을 집어 든다고 전했다. 한 청년은 “우리 중 한 명을 죽이면 1000명이 나타나고 사기는 높아질 것”이라며 “우리는 죽기 위해서가 아니라 살기 위해 싸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전문가 마이클 밀슈타인 박사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세력이 “세 번째 전선으로 가는 길에 있다”고 NYT에 밝혔다. 이미 형성된 가자지구 및 이스라엘·레바논 국경에 이어 서안지구가 제3의 전선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끓는 냄비 속 개구리 이야기와 매우 비슷하다. 매일, 매주 온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점점 악화하는 건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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