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정권, 교과서 통일 정책 기술 비판한 교사들 불법감금·구타했다”
진실화해위 “국가 사과해야”
1980년대 ‘교과서 분석팀’을 구성해 국정교과서에 실린 정부의 통일정책을 비판적으로 분석하려던 현역 교사들이 치안본부 대공분실에 불법 구금된 채 자술서 작성을 강요당했다는 사실이 인정됐다.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는 지난 6일 제86차 위원회를 열고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기사연) 사건’ 관련자인 노모씨 등 9명이 1983년 12월쯤 수사관들에 연행돼 치안본부 대공분실에 구금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10일 밝혔다. 이 과정에서 잠을 재우지 않거나 구타를 하는 등 가혹행위가 있었다는 사실에 대해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다.
기사연 사건은 1983년 현역 교사들로 구성된 ‘교과서 분석팀’이 정부의 통일정책이 제시돼 있는 국정교과서를 비판·분석하는 논문을 작성한 것과 관련해 치안본부 대공수사단이 기사연 조모 원장 등을 불법 감금하고 가혹행위를 한 사건이다. 대공수사단은 이들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1984년 1월 기소했다가 같은 해 2월 공소 보류로 석방했다. 교사들에게 해방전후사·남북한 통일정책·경제 문제 등을 강의한 고 리영희 전 한양대 교수와 고 강만길 고려대 명예교수가 당시 함께 기소됐다.
노씨 등 9명은 ‘교과서 분석팀’의 일원이던 당시 현역 교사들이었다. 진실화해위 조사에 따르면 이들은 최소 8일, 최장 14일간 대공분실에 불법 구금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임산부인 피해자도 장기간 불법 구금된 상태에서 자술서 작성을 강요당한 사실이 확인됐다. 진실화해위는 국가가 위법하게 공권력을 행사한 것을 사과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상훈 진실화해위 상임위원은 “학생들을 가르쳤던 교사들이 교과서에 기재된 정부의 통일정책을 분석했다는 이유만으로 강제 연행돼 불법 감금당한 후, 가혹행위 등을 통해 진술을 강요당했다”며 “(이 진술을 바탕으로 기사연 관계자들을)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기소했던 사건의 진실이 밝혀진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고 했다.
진실화해위는 1987년 3월 발간된 ‘녹두서평’에 제주4·3 사건을 다룬 장편서사시 ‘한라산’을 게재했다가 국가보안법 위반 등으로 처벌받은 이산하 시인에 대해서도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다.
이 밖에 1975년 간첩으로 몰렸던 재일동포 이수희씨가 육군보안사령부(보안사) 수사관에게 약 31일간 불법 구금돼 가족·변호사의 면회 없이 강압적인 조사를 받았던 사실도 드러났다. 이씨는 국가보안법 및 반공법 위반 혐의로 징역 7년과 자격정지 7년을 선고받았다. 진실화해위는 강압에 의한 허위자백이 있었던 것으로 봤다.
전지현 기자 jhy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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