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관 후보자에게…“거부권 남용, 탄핵 사유 아니냐” “탄핵 악용 생각은?”
김건희 의혹·검사 탄핵 등
‘단골 이슈’ 놓고 여야 공방
김복형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10일 열렸다. 이날 청문회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잦은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야당의 방송통신위원장·검사 탄핵 추진 등을 놓고 여야 간 공방이 벌어졌다.
먼저 야당 의원들이 윤 대통령의 법안 재의요구권 행사를 문제 삼으며 김 후보자에게 견해를 물었다. 박균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당한 이유 없이 법률안 거부권을 남용한다면 탄핵소추의 사유가 될 수 있다는 헌법학자들의 의견에 공감하느냐”고 질문했다. 이에 김 후보자는 “각자 나름의 논리는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 내재적 한계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에 대한 부분은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답했다.
여당 의원들은 야당이 탄핵소추 발의를 정치적으로 악용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역시 김 후보자의 견해를 물었다. 박준태 국민의힘 의원이 “탄핵이 정치적으로 악용되거나 정치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갖고 있냐”고 묻자 김 후보자는 “탄핵이 정치적으로 악용돼서는 안 된다는 것은 명확할 것인데, 다만 그것이 정치적으로 악용되는 사항인지 아니면 실제로 탄핵 사유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헌법재판소에서 심리를 거쳐서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야는 ‘김건희 여사 명품가방 수수 의혹’ 관련 질의를 하며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이성윤 민주당 의원이 “김 후보자의 가족이 타인에게 300만원짜리 명품가방을 받았다면 어떻게 하겠느냐” “김 여사가 가방의 국가 귀속을 요구했는데, 그게 맞냐”고 질문했다. 그러자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때도 그랬는데, 야당은 계속 부적절한 사례들에 대한 가치판단적 답변을 강요하고 있다” “야당은 툭하면 특검한다, 탄핵한다며 발목잡기만 하고, 심지어 계엄설까지 제기한다”고 맞받았다. 김 후보자는 정치공방 성격의 질문에 “이 자리에서 답변하기 적절치 않은 사안”이라는 식으로 답변을 피해갔다.
김 후보자는 헌재에서 사건 심리가 지연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력을 보충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지난해 헌법재판소의 평균 재판 처리 기간은 809.2일로, 2019년(480.4일)보다 두 배가량 늘었다. 김 후보자는 “최근 접수된 사건의 평균 건수가 연 2000건을 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반면 헌법연구관 인력은 적어 충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헌법재판관 9명 중 4명이 올해 임기가 만료돼 후임자가 임명되어야 하는데 김 후보자는 그중 첫 번째로 조희대 대법원장이 추천했다.
김나연 기자 ny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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