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속 흉기 폐어구…해양생태계가 무너진다 [심층]
[앵커]
3년 전 제주 바다에서 구조된 국제 멸종위기종인 붉은바다거북입니다.
다리 하나가 없어서 스스로 균형을 잡기도 어렵습니다.
이 거북의 다리를 앗아간건 바닷속 폐그물입니다.
바다 생명체를 위협하는 흉기로 변한 폐어구 실태를 문준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제주에 있는 해양 동물 전문·구조 치료 기관, 제주 한담 해안에서 구조된 붉은바다거북 '한담이'는 3년째 재활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수술과 치료로 목숨은 건졌지만 앞다리 하나를 잃었습니다.
["전갱이 안에다가 (약을) 넣을 거고, 영양제 들어간 거 먼저 (줄 거예요)."]
치료를 받으며 바다로 돌아갈 날만 손꼽아 기다린 한담이.
하지만 최근 해양동물보호위원회는 바다로 보낼 수 없다는 판정을 내렸습니다.
[홍원희/아쿠아플라넷 제주 수의사 : "응급 상황이나 배가 다가온다든가 포식자가 다가왔을 때 빠르게 피해야 하는데 얘는 빠르게 도망가려고 한 다리를 치게 되면 몸이 돌 수밖에 없는 상황이에요."]
얼마 전 정방폭포 인근 해안에서 폐어구에 걸려 죽은 채 발견된 붉은바다거북.
사인을 밝히기 위한 부검이 이뤄졌습니다.
["어 빠졌다! 어 빠졌다! 지금 혀 아래 걸려 있었고. 낚싯바늘의 크기가 이 정도인데."]
최근 3년여 동안 제주 바다에서 죽은 채 발견된 바다거북은 집계된 것만 116마리.
이 가운데 20%가 넘는 27마리의 몸에서 폐어구가 나왔습니다.
돌고래도 생존을 위협받고 있습니다.
꼬리지느러미가 잘린 남방큰돌고래 '오래', 사람들이 오래 살라고 지어준 이름입니다.
[오승목/다큐멘터리 감독 : "추정되는 상황이긴 하지만 폐어구라든지 (아니면) 선박의 프로펠러 이런 거에 의해서 짧은 시간에 단기간에 잘려 나갔을 수도 있다."]
바다에 버려지는 폐어구로 인한 해양생태계 파괴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지만 정확한 실태조차 파악되지 않는 상황.
지금도 바닷속 어딘가에서는 소리 없는 죽음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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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준영 기자 (mj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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