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이례적 9·9절 연설…통일부 “수해 민심 수습용”
민생 사업 추진 성과 과시
대남 메시지 발표는 없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정권수립일(9·9절) 76주년을 맞아 대내외 정책 방향을 담은 연설을 했다. 김 위원장이 9·9절을 계기로 연설을 한 건 처음이다. 김 위원장은 핵무력 강화 의지를 재차 밝히면서도, 경제와 수해 복구 관련 내용에 초점을 맞췄다.
김 위원장은 지난 9일 당정 간부들을 만나 ‘위대한 우리 국가의 륭성번영을 위해 더욱 분투하자’는 제목의 연설을 진행했다고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이 10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미국 주도의 ‘격자형 안보 구조’ 구축이 북한엔 중대한 위협이라고 평가하며 “핵역량과 이를 국가의 안전권을 보장하는 데 임의의 시각에 옳게 사용할 수 있는 태세가 더 철저하게 완비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핵무기 수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릴 데 대한 핵무력 건설정책을 드팀없이 관철해나가고 있다”며 “우리 국가는 책임적인 핵보유국”이라고 했다.
그는 또 “강력한 힘으로 국가주권과 안전이익을 수호하는 것은 당과 정부가 내세우는 가장 중차대한 국사이고 혁명의 제1대 과업”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군사력 강화를 지속해나갈 것이라는 점을 재확인했다. 대남 메시지는 없었다.
김 위원장은 연설의 대부분을 경제 등 민생 사업 추진 관련 내용에 할애했다. 여러 난관에도 불구하고 그간 진행해온 사업의 성과를 내세우면서 보다 속도를 내도록 다그쳤다. 김 위원장은 또 “혹심한 큰물 피해가 발생해 국가적인 사업에 지장도 받고 방대한 역량이 투하되지 않으면 안 됐다”며 “기일이 촉박하고 복구 대상과 공사량이 방대하다고 하여 건설물의 질을 떨구면 절대로 안 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2012년 집권 이후 9·9절을 맞아 연설을 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당의 공식적인 행사나 최고인민회의(남측 국회 격) 자리가 아닌 당정 간부들을 모아놓고 별도의 연설을 한 건 형식상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통일부 당국자는 “김 위원장이 수해 등으로 상황이 여의치 않았는데 강령적 연설을 했다”며 “민심을 수습하고 연말을 앞둔 상황에서 성과 달성을 압박하려는 의도가 있어 보인다”고 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도 “내부 결속을 더 강화하고 민심을 안정시키려는 의도가 엿보인다”고 말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전반적으로 수해 이후 성과가 미진할 가능성과 성과에 대한 조바심이 저변에 깔린 것 같다”고 했다.
정희완 기자 ros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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