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칼럼]가짜뉴스에 취약한 중장년층
지난 7월29일, 영국 소도시 사우스포트의 한 어린이 댄스 교실에서 벌어진 흉기난동 사건이 영국 전역에서 대규모 반이민, 반무슬림 폭력 시위로 번졌다. SNS를 통해 용의자가 무슬림 망명 신청자라는 가짜뉴스가 퍼지면서 극우 세력들이 자극을 받아 시위를 일으켰다. 알고 보니 용의자는 이민자가 아닌 영국 카디프 태생의 10대 청소년이었다. 그럼에도 시위대는 이슬람 사원과 난민신청자들이 머무는 호텔에 불을 지르고 경찰관을 공격하는 등 폭력적 행동을 벌였고, 일부는 상점 유리창을 깨는 등 약탈까지 감행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 시위로 수많은 경찰관이 부상을 당했으며, 그중 일부는 골절과 뇌진탕 등 중상을 입었다. 극우 폭력 시위가 확산되자 이에 맞서 반인종주의 단체들이 여러 지역에서 맞불 시위를 조직하기도 했다. 맨체스터, 리버풀, 노팅엄, 브라이턴 등 주요 도시에서는 반인종주의 시위대가 영국의 대표적 극우 인사인 “토미 로빈슨에 반대”, “인종주의와 파시즘을 멈추자” 등의 구호를 외치며 거리로 나섰다. 시위는 대체로 평화적으로 진행되었으나, 일부 지역에선 극우 세력과 난민 지지 시위대 간의 긴장감이 고조되기도 했다. 취임한 지 한 달 정도 지나 이와 같은 큰 위기를 경험한 키어 스타머 총리는 8월5일 각 부처 장관들과 경찰, 정보기관 등이 참여하는 코브라 미팅(국가 비상사태를 논의하는 회의체)을 열어 시위 대응책을 논의하고, 검경의 강경 대응을 선포했다. 이번 시위로 인해 영국 전역에서 430여명이 체포되었으며, 그중 140여명이 기소되었다.
이번 반이민 폭력 시위에서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40대에서 60대 중장년층의 적극적인 참여였다. 선덜랜드에서 폭력 시위로 체포된 11명 중 4명이 중장년층이었으며, 이 중 한 명은 69세의 남성 연금수급자였다. 경제 활력을 잃은 영국 소도시에서 벌어지는 중장년층 시민과 난민신청자 간의 갈등은 켄 로치 감독의 영화 <나의 올드 오크>에서도 생생히 묘사된 바 있다. 브렉시트 투표에서도 나타났지만, 영국 지방 소도시의 반이민 정서는 상당히 거센 편이고, 성장동력을 잃은 지역에서는 청년층 이탈과 이민자 유입이 동시에 이뤄져 도시 분위기를 변화시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장년층의 급진화, 극우화는 눈여겨볼 만한 현상이다. 특히 여러 학자들은 그들의 적극적인 폭력 시위에는 가짜뉴스와 음모론의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한다. 최근 유럽연합의 지원을 받아 이뤄지고 있는 연구에 따르면, 중장년층은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온라인에서 유통되는 가짜뉴스와 허위정보에 쉽게 현혹될 수 있으며, 그 결과 극단적이고 과격한 행동에 나서는 경향이 있다. 이들은 특히 망명신청자나 무슬림에 대한 부정확한 정보에 민감하게 반응해 이번 사태와 같은 폭력적 시위에 동참하게 된 것으로 분석된다.
온라인 허위정보 확산과 이에 대한 중장년층의 취약성은 앞으로도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할 문제다. 일반적으로 중장년층은 청년층에 비해 투표장에도 적극 나오기에 이들의 정치적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다. 특히 고령화 사회로 가는 전 세계의 상황을 고려하면, 중장년층의 가짜뉴스 취약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교육과 정보 검증 능력 강화가 필요하며, 이들의 온라인 행동을 이해하고 예방하려는 노력이 절실하다.
송지원 영국 에든버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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