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찰도 청소도 로봇이…AI ‘유통 신기술’ 거대한 실험장

남지원 기자 2024. 9. 10.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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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항저우 ‘알리바바그룹’ 시시캠퍼스·물류센터 현장 르포
중국 항저우 알리바바그룹 본사 정원을 청소용 로봇이 청소하고 있다(왼쪽 사진). 중국 항저우 차이냐오 DLJ 물류센터에서 번개 분류기를 통과해 주소지별로 분류된 상품들을 직원들이 포장하고 있다.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 제공
본사 캠퍼스, 여의도 70% 면적
물류센터엔 ‘번개 분류기’ 착착
“한국 제품, 곧 여기 통해 세계로”
3년 내에 한국에 물류센터 건립
기준치 넘은 유해 상품은 삭제

“뭐 좀 마시지 않을래요?” 한 직원이 냉장고처럼 보이는 기기에서 음료수를 꺼내 내밀었다. 문을 닫으니 화면에 방금 결제된 금액이 떴다.

이 냉장고는 스마트 자판기다. 얼굴 인식 시스템이 직원을 자동인식해 문을 열어줬고, 상품을 꺼내는 순간 이미지와 무게를 인식해 무엇을 구매하는지 식별한다. 냉장고 문을 닫는 동시에 알리페이로 결제까지 끝난다. 지난 4일 중국 항저우 시내에서 약 15㎞ 떨어진 알리바바그룹 시시캠퍼스를 찾아 목격한 장면이다.

시시캠퍼스는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이자 글로벌 빅테크 기업인 알리바바그룹의 본사 격이다. 전체 면적은 201만㎡로 여의도(290만㎡)의 약 70%에 달한다.

이곳은 거대한 유통 신기술 실험장이기도 하다. 알리바바그룹은 시시캠퍼스에서 인공지능(AI) 등에 기반한 신기술과 플랫폼을 가장 먼저 적용한다.

널찍한 사내 휴게공간에는 테이블마다 기업용 메신저 ‘딩딩’으로 연결되는 QR코드가 붙어 있었다. 언제든지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청소를 요청하거나 조명·온도를 조정할 수 있고, 집까지 ‘카풀’을 할 동료를 찾을 수도 있다.

시시캠퍼스 인근에서 알리바바그룹이 운영하는 플라이주호텔에서는 룸서비스를 하는 로봇을 만날 수 있었다. 프런트에 전화를 걸어 생수나 수건을 부탁하는 대신 객실 안에 비치된 알리바바 스마트 스피커 ‘티몰 지니’에 음성으로 요청하면 로봇이 스스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와 초인종을 누른다. AI와 빅데이터, 클라우드 같은 첨단기술은 전자상거래 플랫폼의 핵심 경쟁력인 ‘셀러’(판매자)를 유입시키는 데 가장 유용한 도구다. 알리바바그룹은 그중에서도 단연 선두에 있다.

카이푸 장 알리바바인터내셔널 디지털커머스그룹 부사장은 “전 세계의 소상공인과 소기업들이 전 세계에 물건을 파는 데 우리의 AI 도구가 도움을 주고 있다”고 했다. 클릭 한 번에 상품명과 상세페이지를 번역하고, 현지에서 직접 모델을 고용하는 대신 AI로 판매국에 적합한 ‘착용샷’을 생성할 수도 있다.

빠르고 값싼 물류는 알리바바그룹 경쟁력의 또 다른 축이다. 지난 3일 찾은 동중국해 항저우만 인근의 차이냐오 DLJ 물류센터에서는 ‘번개 분류기’라는 이름이 붙은 기계가 창고로 보내온 상품을 받아 주소지별로 분류한 뒤 합포장해 지역별 물류창고로 발송한다. 판매자 입장에서는 물류센터까지 물건을 보내기만 하면 개별 포장과 배송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한편 레이 장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 대표는 지난 2·3일 시시캠퍼스에서 기자들과 만나 “곧 (한국 판매자들이) 글로벌 셀링을 시작할 것”이라며 “구체적인 내용은 빠른 시일 내에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장 대표는 “앞서 (알리바바그룹의) 티몰, 타오바오를 통해 한국 제품을 중국 소비자에게 판매했는데, 앞으로는 알리익스프레스를 통해 전 세계에 판매하는 계획을 구상 중”이라고 말했다.

알리익스프레스는 지난해 8월 한국 법인을 세우고 국내 시장에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한국 제품을 국내 배송으로 받아볼 수 있는 전용관인 ‘K-베뉴’를 지난해 10월 개시했다. 장 대표는 물류센터 예정지에 대해 “부지 몇개를 놓고 평가 중이며 내년 상반기 중에는 발표할 예정이다. 3년 내에 물류센터를 건립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오픈마켓 외에 직매입 사업도 검토하느냐는 질문에는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유통 솔루션 제공이지 직접 나서서 상품을 판매할 가능성은 낮다”고 답했다.

최근 중국 e커머스 플랫폼에서 유통된 물건에서 유해물질이 기준치 이상 검출된 데 대해 장 대표는 “한국 기준치에 부합하지 않으면 상품을 삭제한 뒤 셀러에 대한 처분도 하는 방식으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항저우 | 남지원 기자 somni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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