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자린고비’ 독일인들, 가전 선택의 기준은 ‘고효율’

IFA 열린 독일 소비자 트렌드

독일 소비자가 독일 베를린 자툰 매장에 진열된 냉장고 제품을 둘러보고 있다. LG전자 제공

우크라 전쟁 이후 전기요금 민감
대용량이면서 저전력 제품 선호
LG전자, 기술보다 효율성 강조

“독일 소비자는 기본적으로 꼼꼼하고 합리적인 성향입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에너지 가격이 올라가면서 고효율 제품으로 시장을 선도하려고 노력 중입니다.”(김현식 LG전자 독일법인 리빙PD 팀장)

지난 7일(현지시간) ‘IFA 2024’가 열린 독일 베를린의 중심가 쿠담거리에 있는 유럽 가전매장 ‘자툰’을 방문했다. 자툰은 롯데하이마트처럼 여러 회사의 다양한 가전제품을 판매한다. 베를린 유로파센터에 자리한 자툰은 연면적 1만㎡(약 3000평) 규모로 하루 1만여명이 방문하는, 유럽에서도 가장 큰 가전매장에 속한다.

건물에 처음 들어섰을 때 느낌은 덥다는 것이었다. 기후변화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고효율 가전제품 수요가 과거보다 더욱 높아졌다고 한다. 매장을 둘러보니 세탁기, 건조기와 냉장고에 ‘A+++’ ‘A-20%’ 등 에너지 효율을 나타내는 라벨이 두드러지게 부착돼 있었다. 김 팀장은 “전시를 할 때 중점을 두는 건 대용량, 고효율 제품”이라며 “효율성을 중시하다 보니 세탁과 건조가 동시에 되는 콤보 제품도 인기가 많다”고 전했다.

LG전자는 고효율 가전의 핵심 부품 기술력인 인공지능(AI) 코어테크를 강조하는 홍보 활동을 펼치고 있다. 3층에 위치한 LG전자 매장에는 세탁기 옆에 ‘아나모픽 3D’(착시현상을 활용해 입체감을 구현하는 영상 기법) 콘텐츠를 통해 핵심 부품인 ‘AI DD모터’와 ‘6모션’을 시각화했다. 이들 부품은 모터와 세탁통을 직접 연결해 소음과 에너지 소모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유럽 세탁기 시장은 지하실 등 좁은 공간에 설치할 수 있는 24인치 제품이 주를 이룬다. 매장에도 한국에선 1인 가구나 사용할 법한 8~9㎏ 용량 세탁기가 전면에 자리 잡고 있었다. 소량 세탁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디지털 기술 친화도가 높은 젊은층은 첨단기술을 탑재한 가전을 많이 찾는다고 한다.

독일은 밀레, 보쉬 등 자국 브랜드에 대한 자부심이 높아 공략이 쉽지 않은 시장이다. 하이센스 등 중국 업체들도 ‘가성비’를 무기로 시장 공략에 나섰다. 김 팀장은 “AI DD모터의 경우 단순히 기술 과시가 아니라 실제 전기요금을 아낄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IFA에선 AI와 함께 지속 가능성이 핵심 주제로 제시됐다. 삼성전자와 LG전자를 비롯해 중국 업체들 역시 에너지 효율성을 주요 기능으로 소개했다. 조주완 LG전자 대표이사는 지난 6일 전시를 둘러본 소감을 묻는 기자들 질문에 ‘친환경 트렌드’를 첫 번째로 꼽기도 했다.

강대종 LG전자 H&A사업본부 실장은 “이번에 유럽에 와보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전기요금이 약 4배, 가스요금은 9배 올랐다고 하더라”며 “기업들이 어떻게든 적은 전력으로 운전하는 프로그램을 유럽까지 전개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베를린 | 배문규 기자 sobbell@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