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살인예고글 피해자 기재는 추상적일 수밖에”…1심 파기
서울 대림역에서 살인을 하겠다는 취지의 예고 글을 온라인에 올려 공포 분위기를 조성한 남성이 1심 판단을 다시 받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4-2부(재판장 엄철)는 10일 협박 및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모(33)씨의 항소심에서 원심을 깨고 사건을 1심 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박씨는 지난해 7월 23일 오후 9시 넘어 인천 서구 주거지에서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한 잔 마시다가 기분이 더러워 대림동에서 칼춤을 추겠다’는 취지의 글과 함께 대림역을 목적지로 설정한 내비게이션 지도 및 소주·흉기 사진을 올렸다.
흉기 난동을 예고하는 이러한 글 때문에 대림역 인근 지구대 소속 경찰관 9명이 현장에 출동해 새벽까지 일대를 집중 순찰하기도 했다.
특히 이 글을 게시하기 이틀 전인 7월 21일엔 조선(34)이 신림역 인근 골목에서 묻지마 칼부림을 벌여 4명의 사상자(1명 사망·3명 부상)를 내 당시 흉기 난동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고조됐을 때였다.
앞서 1심은 박씨가 쓴 글을 열람해 신고한 피해자에 대한 협박 혐의는 유죄로 인정했지만, 이와 같은 게시글을 열람한 사람들과 이들로부터 위 내용을 전달받은 대림역 인근 상인들 및 주민들에 대한 협박 혐의는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았다며 일부 공소사실에 대한 기소를 무효로 봤다. 박씨에게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면서도 따로 공소기각을 선고하진 않았다. 양측 모두 항소해 이 사건은 2심으로 넘어왔다.
그러나 2심은 이처럼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범죄는 피해자 관련 기재가 다소 추상적일 수밖에 없다는 취지로 일부 공소사실에 관해 공소를 기각한 원심판결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검사는 이 사건 범행이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점을 고려해 다소 예시적·추상적으로 피해자를 기재했으나 이는 범행의 특수성상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며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의 대상을 명확히 하는 데도 어떠한 모자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형사소송법 제366조는 공소기각 등의 이유로 원심 판결을 파기할 때엔 판결로 사건을 원심 법원에 환송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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