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405> 물가의 누각에서 옛 연인을 떠올리는 당나라 시인 조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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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강루에 올라 아득한 옛일을 생각하니(獨上江樓思渺然·독상강루사묘연)/ 달빛은 물 같고 물은 하늘 같네.
시인은 슬퍼하다가 이듬해 846년 위 시를 지었다.
미희와 함께 바라보던 저 달이 어제처럼 떠오른다.
지금 그녀는 곁에 없고 달만 덩그렇게 떠 있어 강물을 바라보니 속이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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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同來望月人何處·동래망월인하처
홀로 강루에 올라 아득한 옛일을 생각하니(獨上江樓思渺然·독상강루사묘연)/ 달빛은 물 같고 물은 하늘 같네.(月光如水水如天·월광여수수여천)/ 함께 와 달을 바라보던 사람은 어디에 있는가?(同來望月人何處·동래망월인하처)/ 풍경은 마치 여전히 지난해와 다름없거늘.(風景依稀似去年·풍경의희사거년)
위 시는 당나라 시인 조하(趙嘏·815~856)의 ‘물가의 높은 누각에서 옛 감상에 젖다’(江樓感舊·강루감구)로, 그의 문집 ‘위남집(渭南集)’에 들어있다. 그는 지금의 강소성 회안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위 시는 물가에 세워진 높다란 누각에 올라 사랑하던 여인과 달을 감상하던 추억을 떠올린다. 시에는 깊은 아픔이 담겨 있다. ‘강루(江樓)’는 양자강에 임한 윤주(潤州), 지금의 강소성 진강(鎭江) 부근에 있던 높은 누각이다.
시인은 833년 과거시험을 보러 장안으로 떠났다. 그 사이 절서절도사(浙西節度使)가 시인의 연인, 미희(美姬)를 가로채 버린다. 그는 애통한 심정에 절서절도사에게 시를 지어 보냈는데, 절도사가 두 사람의 만남을 잠시 허락했다. 두 사람은 횡수역(橫水驛)에서 잠시 만났다 이별해야 했다. 시인은 그녀와 함께한 추억을 안고 살았는데, 845년 미희가 죽고 만다. 시인은 슬퍼하다가 이듬해 846년 위 시를 지었다.
강루에 올랐다. 미희와 함께 바라보던 저 달이 어제처럼 떠오른다. 지금 그녀는 곁에 없고 달만 덩그렇게 떠 있어 강물을 바라보니 속이 무너진다. 풍경은 지난해와 같을지라도 마음은 같을 수 없다.
어제 남동생이 운영하는 화개버스터미널 옆 쉼표하나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문집을 살피다가 옆자리 아주머니들의 대화를 듣게 됐다. 한 아주머니가 “딸이 사귀는 남자를 데려왔는데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했다. 그 남자 아버지가 택시 운전을 하는 데다 집이 가난하단다. 남자 직업도 변변찮다고 했다. 맞은편 아주머니가 “그러면 얼른 다른 남자로 갈아타야지. 요즘 누가 사랑 타령하면서 살아? 돈이 있어야지 안 그래?” 서글픈 이야기를 듣곤 집에 왔다가 바로 차산에 올라갔다. 땀으로 옷이 다 젖도록 낫으로 풀을 베는데 조하의 시가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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