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살인예고 글 올린 30대 공소기각은 위법”···1심 파기
지난해 7월 ‘신림동 흉기난동’ 사건 이틀 후 인터넷에 살인예고 글을 올려 재판에 넘겨진 30대가 1심 판단을 다시 받게 됐다. 법원은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범행 특성상 피해자 특정이 추상적일 수밖에 없다며 원심의 공소기각 판결을 파기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4-2부(재판장 엄철)는 10일 위계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모씨의 항소심에서 일부 혐의에 대해 공소기각 판결을 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1심 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박씨는 지난해 8월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에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에서 특정 지역 출신 사람들을 살해하겠다는 취지의 흉기난동 예고 글을 올려 기소됐다.
앞서 1심은 지난 1월 박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다만 1심은 게시물을 보고 최초로 신고한 피해자 A씨를 제외하고 게시물을 열람한 피해자들이 특정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로 일부 공소사실에 대한 기소를 무효로 봤다.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으면 피고인이 방어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취지였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같은 원심의 판단이 위법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공소장의 기재가 불분명한 경우에 법원은 형사소송규칙 제141조에 따라 검사에게 석명(사실을 설명해 내용을 밝힘)을 한 다음, 그래도 검사가 이를 명확하게 하지 않았을 때 공소기각을 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검사가 이 사건 범행이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특수성을 고려해 다소 예시적, 추상적으로 피해자를 기재했지만 범행의 특수성상 불가피할 수밖에 없었다”며 “묻지마 강력범죄가 자주 발생하고 있는 현실에서 죄가 무거워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이런 범행에도 피해자가 명시적으로 특정돼야 한다면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협박죄는 검사의 업무 과중을 초래할 수 있다”면서 “다수 피해자가 존재하는데도 확인할 수 있는 일부가 처벌을 불원해 피고인이 처벌을 면할 불합리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도 했다.
강연주 기자 pla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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