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지역·언론…진지하게 버무린 고뇌들

조봉권 기자 2024. 9. 10.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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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김서련은 첫 장편소설 '은양'(산지니 펴냄) 맨 뒤 '작가의 말'에 이렇게 썼다.

"소설을 쓰면서 내내 생각했다. 후손에게 물려줄 유산은 무엇인가. 그들을 위해 무엇을 해줄 수 있는가." 이렇듯 진지하고 반듯한 생각으로 글을 오래 붙든 태도가 환경·언론·지역 소설 '은양'을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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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련 작가 첫 장편소설 ‘은양’, 열악한 지역언론 기자가 주인공

- 소도시 배경으로 환경문제 제기
- 인간의 욕망과 내적갈등 그려내

소설가 김서련은 첫 장편소설 ‘은양’(산지니 펴냄) 맨 뒤 ‘작가의 말’에 이렇게 썼다. “지역 언론의 열악한 환경을 배경으로 각자도생하는 인간군상을 그리던 소설은 자연스럽게 환경 쪽으로 흘러갔다.” “오래 붙들고 있었던 소설이다.”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소설을 쓰고 싶다는 강한 열망으로 가슴이 설렌다.”

장편소설 ‘은양’ 표지와 김서련 작가.


‘은양’에 작가가 다져 넣은 시간과 땀의 주요 성분을 이들 문장에서 느낄 수 있었다. 이 작품은 인구 10만인 가상의 소도시 은양에서 나오는 잡지 ‘은양매거진’을 무대로 한 지역언론 소설이다. 지역 잡지 생태계와 생리를 세세하게 드러낸다. 동시에 고뇌하고 애쓰는 기자가 주인공인 기자 소설이기도 하다. 지역언론 소설, 기자 소설로서 개성이 가장 선명하다. 작가는 또한, 18년 세월에 걸쳐 준공 허가를 받지도 않았는데도 버젓하게 더 높이 쌓여가는, 은양 한복판 건축폐기물로 된 거대한 쓰레기산을 정면으로 저격한다. 이런 특징을 눈여겨보면 ‘은양’은 환경소설이다. 환경·생태·오염·쓰레기에 관한 묘사와 설명이 상세하다. 생경한 행정용어와 관련 법규까지 나온다. 환경 문제를 파헤치는 기자가 주인공으로 나오니 이런 장치는 꼭 필요했을 것이다. 기자란, 엄격·정확한 논리 단계와 개념 규정을 빌리지 않는다면 글을 한 발짝도 앞으로 옮길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김서련 소설가는 ‘작가의 말’에서 이런 표현도 했다. “소설을 쓰면서 내내 생각했다. 후손에게 물려줄 유산은 무엇인가. 그들을 위해 무엇을 해줄 수 있는가.” 이렇듯 진지하고 반듯한 생각으로 글을 오래 붙든 태도가 환경·언론·지역 소설 ‘은양’을 낳았다. 장편소설 ‘은양’은 환경소설로만 규정하기엔 어딘지 서운한 감이 든다.

주인공 나(‘은양매거진’ 민 기자)는 서울 대기업에서 홍보 일을 하다가 ‘그린워싱 ’에 호되게 당해 사직한다. 그린워싱(Greenwashing)은 기업이나 단체가 실제 환경·생태 보전에 도움이 안 되거나 심지어 악영향을 끼치는 제품을 마치 친환경·생태보호에 이바지하는 효능과 덕목이 있는 것처럼 위장하는 행태다. 주인공은 자기가 그린워싱에 휘말렸다고 여기지만, 마음 깊은 곳에는 그런 걸 이용해 잘되고 싶은 욕망이 자리 잡고 있었음을 느낀다.

‘온양매거진’에 들어가 그가 맞닥뜨린 현실은 전쟁터다. ‘온양매거진’은 의지할 땅도 버틸 돈도 없는 ‘약소국’ 신세다. 정식 월급을 받는 직원은 디자이너 한 명뿐이다. 주필·편집국장·사회부장·기자 모두 광고를 따서 회사와 분배해 수입을 가져간다. 거기에 편집국장인 구는 내면이 복잡한 편이지만, 어쨌든 목표는 생존 그 자체인 사람이다.

소설 속에서는 이런 정당한 문장이 수시로 등장한다. “기자는 그러면 안 되죠.”(88쪽) “그래도 우린 기자 아닙니까.”(90쪽) 그러나 한쪽에는 편집국장 구의 현실 인식이 버티고 있다. 그는 “기사는 광고를 따 오는 총이니. 총을 쏘라”고 일관되게 말한다. 이런 상황에서 주인공 민 기자는 이 지역 반생태·개발지상·비리·담합·토호·연고의 상징인 쓰레기 산을 맞닥뜨린다. 그는 방황하고 좌절하면서도 이런 말을 한다. “죽을 때 죽더라도 쓰레기 산은 쓰고 죽자.”(133쪽)

그러면서 지리산에서 보낸 청정했던 어린 시절, 그 좋은 시절을 앗아가 버린 비정한 지리산을 떠올리며 자기 속을 들여다보고 반성의 실마리를 만난다. 부산 문단에서 활동하는 김서련 작가는 1998년 ‘월간문학’으로 등단해 단편소설집 4권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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