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혹시, 8월29일을 기억하고 있을까

이청산 백산안희제선생 독립정신계승사업회 이사장 2024. 9. 10.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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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청산 백산안희제선생 독립정신계승사업회 이사장

예루살렘 ‘통곡의 벽’에는 ‘용서하라, 그러나 잊지는 마라(Forgive, but not forget)’는 말이 있다.

우리 가슴 속에 선명하게 새겨져 있는 ,그러나 생각하기 싫은 기억. 어떤 이는 김구 선생의 생일날로, 또 어떤 이는 마이클 잭슨의 생일날로 기억하고 있기도 한다. 그러나 8월29일은 조선황실의 전권위임을 받은 내각총리대신 이완용과 고종의 친형 흥친왕 이재면이 직접 조약에 참여, 대한제국 황실(조선왕조)의 멸망과 일제강점기의 공식적인 시작을 알리는 시점이다. 대한제국의 멸망이 아니라 이 땅과 이 땅에 사는 모든 사람과 산천이 일본의 치하로 들어간 날. ‘국권피탈’ ‘일한병탄’ ‘경술국치’ ‘경술왜란’ ‘한일합방’ ‘한일합병’ ‘한일병합’ 등으로 기억되는 날이다. 경술국치는 ‘경술년에 일어난 나라의 치욕·수치’라는 의미이며 경술왜란은 삼포왜란 임진왜란처럼 ‘경술년에 왜(倭)인(일본인)이 일으킨 난리’라는 뜻이다. 이를 한일합방으로 부르는 경우도 있는데, 엄밀히 따지면 ‘합방’은 ‘동등한 자격으로 합친다’는 의미가 있으므로 잘못된 표현인 것이다.

“나 구차히 살며 죽지 못한 지가 지금에 17년이라. 종사의 죄인이 되고 2000만 생민의 죄인이 되었으니, 한 목숨이 꺼지지 않는 한 잠시도 이를 잊을 수 없는지라. 유인(幽因)에 곤(困)하여 말할 자유가 없이 금일에까지 이르렀으니, 지금 병이 심중하매 일언(一言)을 하지 않고 죽으면 짐이 죽어서도 눈을 감지 못하리라. 나 지금 경(卿)에게 위탁하노니 경은 이 조칙을 중외에 선포하여 내가 최애최경(最愛最敬)하는 백성으로 하여금 병합이 내가 한 것이 아닌 것을 효연(曉然)히 알게 하면 이전의 소위 병합 인준과 양국(讓國)의 조칙은 스스로 파기에 돌아가고 말 것이라. 여러분이여, 노력하여 광복하라. 짐의 혼백이 명명(冥冥)한 가운데 여러분을 도우리라.” 신한민보에 실린 순종 황제가 남긴 유언이다.

그래도 그렇게까지는 아니었다. 정쟁이 있었어도 광복절 행사만큼은 같이 참여하여 광복절 노래를 부르고 독립유공자가 선창하는 대한독립만세를 한 목소리로 외쳤다. 그런데 독립기념관장을 임명하는 과정에서 반쪽 난 광복절 행사를 치르는 사태가 벌어졌다. 독립기념관은 1987년 외침을 극복하고 민족의 자주와 독립을 지켜 온 우리 민족의 국난극복사와 국가발전사를 연구함으로써 민족문화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투철한 민족정신을 북돋우며 올바른 국가관을 정립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겨레의 전당이다. 이런 기관의 책임자를 임명하는데 있어 개인의 생각이 어떤지는 자유일 수 있으나 기관장으로는 적절치 않는 생각을 가진 사람을 임명한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런 초유의 사태가 있은 후 국가보훈부가 독립 분야의 공법단체로 광복회 외에 다른 단체를 추가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사회단체를 갈라치기 하는 모습이다.

공법단체란 국가나 지자체 권한을 위임받아 공익적 업무를 수행하는 단체를 말하는데, 국가의 예산 지원을 받고 수익사업도 할 수 있다. 독립 분야의 공법단체를 추가 지정하려는 움직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정치권에선 지난해 순국선열유족회 등의 공법단체 지정을 추진하다가 보훈부의 반대로 뜻을 접은 바 있다. 당시 보훈부는 “국민적 공감대 형성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며 신중론을 폈다.그로부터 9개월만에 정부의 목소리가 손바닥 뒤집듯 변했다. 보훈부 관계자는 “광복회라는 단체가 독립운동의 모든 것을 대변하는 단체인지 의문이 들고 반대하는 사람도 많다. ‘광복회를 가만두면 안된다’는 민원전화도 이번 사태로 인해 빗발쳤다”면서 “그래서 ‘공법단체 추가 지정 문제를 잘 검토해야겠구나 ’하는상황”이라고 했다. 또 다시 공법단체를 관변단체로 만들고 제2의 블랙리스트 사태를 야기하려 하는가 하는 의심이 든다.


8월15일 광복절79년, 8월29일 경술국치114년을 지내며 그래도 정치적인 정쟁을 넘어 있는 것이 일제강점기의 독립운동이고 잊어서는 안 되는 일이 나라를 왜구에게 빼앗긴 치욕이라 생각했던 것이 왜 퇴색되는 느낌이 들까? 망각은 망국(亡國)에 이르고, 기억은 구원의 비결임을 잊어서는 결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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