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완전자율주행차, 미국 밖으로…중국 시장 ‘격전’ 예고
세계 2위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이르면 내년 1분기 중 자사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인 ‘완전자율주행(FSD·에프에스디)’을 중국과 유럽에서 제한 없이 서비스할 계획이라고 최근 밝혔다. 이 시스템은 그간 미국에서만 온전히 모든 기능을 쓸 수 있었는데, 처음으로 그 외 국가에서 완전 상용화 계획이 구체화한 것이다. 중국 진출이 실현될 경우,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을 두고 자율주행 상용화를 주도해온 테슬라와 빠르게 기술 격차를 좁혀온 중국 업체 간 경쟁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중국·유럽에서도 FSD 서비스 출시 임박…테슬라에 우호적인 규제 환경 변화
테슬라의 이번 계획은 지난 5일(현지시각) 이 회사의 엑스(옛 트위터) 공식 계정을 통해 공개됐다. 테슬라는 “중국과 유럽에서 내년 1분기 중 에프에스디를 출시하기 위해 규제 당국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7월 2분기 실적설명회에서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가 “올해 말께 중국, 유럽 등에서 운행 허가를 받을 거로 예상한다”고 밝힌 이후 출시 시점이 좀더 구체적으로 못 박힌 것이다.
에프에스디는 부분 자율주행(레벨2)을 가능케 하는 테슬라의 상급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이다. 테슬라에 기본 탑재되는 ‘오토파일럿’이 고속도로처럼 차선이 명확한 다차선 도로에서 앞차와 간격·속도(어댑티브 크루즈)·차로 중앙(자동 조향) 유지, 차선 자동 변경 등을 통해 주행을 보조한다면, 에프에스디는 보다 복잡한 상황에서 자율주행을 구현한다. 차선이 명확하지 않은 도심에서도 신호등이나 표지판, 도로 주변 사물이나 사람을 인식해 자율주행이 가능한 게 가장 큰 특징이다. 회전교차로나 고속도로 진출입, 비보호 좌회전이나 우회전도 가능하다. 17억 마일(1마일=약 1.6㎞)을 주행하며 수집한 영상 데이터를 학습한 결과로, 업계에서 같은 ‘레벨2’ 중엔 가장 수준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유엔(UN)과 별개로 독자적 자율주행차 관련 규정을 둔 미국에서는 도로에서 눈을 떼지만 않으면 운전대에서 손을 떼고 있어도 된다.
그동안 테슬라의 자율주행 서비스가 미국 외 지역에서 사용되지 못한 건 자율주행과 관련한 국제 규제와 나라별 법규 때문이다. 중국의 경우 개인정보보호법을 통해 테슬라 차량이 중국 내에서 주행하면서 수집한 영상 데이터를 중국 밖으로 전송하지 못하게 규제해왔다. 중국 도심에서 자율주행을 구현하려면 중국에서 수집된 영상 데이터를 미국 텍사스에 있는 테슬라 기가팩토리 내 데이터센터로 보내 중국 내 도로 상황과 교통 법규, 신호 체계 등을 인공지능에 학습시켜야 하는데, 이런 일이 불가능했다. 그러나 지난 4월 말 머스크가 중국을 방문해 리창 총리와 회동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중국 정부는 상하이 공장에서 생산된 테슬라 모델3와 모델와이(Y)에 대해 상하이에서 에프에스디를 시험 주행해볼 수 있도록 승인했다. 바이두와 자율주행지도를 공동개발하기로 하며 자율주행에 필수적인 공공 도로 데이터 수집 허가도 획득했다. 중국 진출의 9부 능선을 넘은 셈이다.
관련 국제 규제도 테슬라에 유리하게 바뀔 조짐이다. 자율주행 관련 국제 규제의 기준을 정하는 유엔유럽경제위원회 산하 자율주행차규제분과(GRVA)는 오는 23∼27일 열릴 회의에서 레벨2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방안을 논의한다. 핵심은 운전자가 운전대에서 손을 긴 시간 뗄 수 있도록 하고, 시스템이 알아서 주행 관련 결정을 내리고 실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자율주행 업계에선 개정안 통과 가능성을 높게 본다. 이 규제가 통과되면 유럽과 중국에서도 미국에서처럼 에프에스디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
테슬라의 노림수, 중국의 속내
테슬라 에프에스디의 중국 진출에는 여러 노림수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 중국 소비자들은 자율주행 관련 최신 기술에 대한 수용도가 높다. 에프에스디는 중국 시장을 장악한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범접할 수 없는 원가 경쟁력의 대항마가 될 수 있다. 나아가 단순한 전기차 제조업체가 아니라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기업으로의 정체성 변화를 꾀하려는 테슬라의 장기 계획이 탄력을 받을 수도 있다. 에프에스디를 테슬라뿐 아니라 다른 완성차 업체도 사용할 수 있도록 라이선스 판매화를 추진 중인데, 에프에스디를 경험하고 이에 열광하는 소비자가 늘어날수록 이런 계획의 실현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 입장에서는 테슬라가 중국 자율주행 기술 고도화에 ‘메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레벨 2 자율주행의 경우 중국 역시 기술력이나 법적 책임 등의 문제로 생태계 조성이 지체된 상태다. 운전자 없이 로봇을 활용하는 레벨 3, 4단계 자율주행 생태계가 오히려 활성화 돼있다.
테슬라의 중국 내 에프에스디 서비스 시작을 계기로 중국에서는 자율주행 레벨2 고도화 경쟁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유민상 오토너머스에이투지 상무는 “사고가 나면 제조업체들이 법적 부담 떠안아야 하는 레벨3, 4시장보다는 테슬라의 중국 진출을 계기로 레벨2와 2플러스 시장 성장이 당분간 이어질 거로 본다”고 말했다. 확대되는 레벨2 자율주행 시장에서 테슬라와 중국 업체 중 누가 먼저 수익화에 성공할지도 관전 포인트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모빌리티 패러다임은 전장화로 시작해 자율주행으로 완성되는 구조”라며 “2030년까지 미국과 중국의 자율주행시장 경쟁이 치열하게 진행될 것이며, 테슬라는 인공지능으로 처음 수익 내는 기업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남지현 기자 southj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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