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조원 '미래도시펀드' 만들어 노후계획도시 금융지원한다
자산 유동화로 기반시설 설치…정비사업 리츠 등도 활용
[서울=뉴시스] 고가혜 기자 = 정부가 노후계획도시 정비사업을 위한 금융 지원 방안으로 '미래도시펀드'와 '공공기여금 유동화' 등 방안의 내용을 제시하고 나섰다. 다만 전문가들은 해당 제도에 따라 투자자들의 자금 유입을 유도하기에는 제도상 미비한 점이 많다며 구체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국토교통부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10일 오후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증권사, 자산운용사, 신탁사 등 민간 정비금융 전문가 등이 참석한 가운데 '노후계획도시정비 정책·금융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번 세미나는 노후계획도시 정비 활성화에 필요한 금융지원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정책 세미나로, 이날 발제자로 나선 HUG는 ▲미래도시 펀드 ▲공공기여금 유동화 ▲정비사업 리츠 ▲신도시 전용 보증상품 등 '노후계획도시 정비사업 금융지원 방안'의 개요와 실행목표를 설명했다.
발표에 따르면 정부는 우선 12조원 규모의 '미래도시펀드'를 조성해 재건축 사업시행자의 초기 사업비를 지원한다. 구체적으로는 정책 금융과 민간 투자자를 대상으로 모(母)펀드를 조성해 대규모로 정비 자금을 마련하고, 사업시행자는 각각 자(子)펀드를 통해 자금을 조달받는 방식 등을 검토하고 있다.
또 노후계획도시 내 세대수 증가에 따라 부족한 기반시설의 설치비용을 조달하기 위해 지자체가 준공시까지 토지 등 소유자로부터 납부받게 될 공공기여금(채권)을 미리 유동화해 기반시설 설치에 활용하는 방식(가칭 PIF, Public Contributions Imposition Fund)을 추진, 주택과 기반시설의 완공 시차를 줄인다는 방침이다.
특히 이상정 HUG 차장은 공공기여금 유동화의 필요성을 설명하며 "현재 지자체들은 더 이상 지방채를 발행할 여력이 없기에 대부분 공공기여금으로 충당할 수 밖에 없다"며 "수도권 위주 특정 도시의 재건축 편익을 그 지역에 계시는 주민들만 누릴 것이 아니라 투자할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도시정비사업이라는 하나의 목적물에서 전국민이 투자할 수 있는 기회를 함께 향유할 수 있으면 하는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공공기여금 유동화는 전국 모든 정부 행정부처를 통틀어 최초의 자산유동화 신고 사례가 될 것 같다. 그러나 사실 이번에 최초로 도입되는 것이기에 고민도 많이 되는 상황"이라며 "미국의 TIF(Tax Increment Financing, 공공인프라개발 이후 부동산 가치 상승에 따른 장래 세수 증가분을 유동화) 제도도 수많은 장단점이 있는 상황이다. 결국 주택 이외의 기반시설에 대한 프로젝트의 보증을 어떻게 제공해 사업이 원활하게 흘러갈 수 있게 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발제가 끝난 뒤 토론에서는 김호철 단국대 교수를 좌장으로 허윤경 건산연 연구위원, 조항신 금융투자협회 부장, 박유신 NH투자 본부장, 김용성 이지스자산운용 상무, 박순신 이너시티 대표, 정경찬 한국토지신탁 팀장 등 정비금융 민간 전문가들이 정부의 정책 및 금융 지원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전문가들은 미래도시펀드와 공공기여금 자산유동화 등에 대한 기대와 우려를 함께 쏟아냈다.
박순신 이너시티 대표는 "공공기여금의 유동화는 좋은 제도이지만 결과적으로는 지자체가 이미 하고 있는 채권 발행과 무엇이 다른지 설명이 필요하다"며 "지자체 채권 발행과 다르지 않다면 행안부 심사 등 내부 절차를 모두 거쳐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을지도 면밀히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박유신 NH투자 본부장은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공모를 하는 것은 혜택을 누리자는 차원의 취지이기에 좋긴 하지만 본인들의 리스크를 충분히 데이터화하는 기관 투자자들과는 달리 일반 국민들은 투자 대비 수익이 저조할 경우에 대한 보호 방안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또 공공기여금 유동화를 위한 감정가는 착공시점이 돼야 확정이 되는데 (착공 전) 위탁자가 채권을 신탁할 때는 어림잡아 추산하는 감정가로는 결정이 쉽지 않다"고 짚었다.
아울러 허윤경 건산연 연구위원은 "지난 사례들을 보면 인천 송림초 등 딱 4곳만 리츠 등을 활용한 사업에 성공했고 나머지는 다 답보하거나 취소가 돼 왔다. 사업성이 좋으면 펀드를 이용하지 않고, 펀드에 들어온 곳들은 전부 사업성이 낮아 시행이 안 됐기 때문"이라며 "투자자들은 높은 사업성을 원하지만 사업지들은 대부분 사업성이 낮은 곳들이 들어올텐데 다양한 사업장을 잘 구성해서 적절한 수익률도 맞춰야 하고, 또 투자자들은 기간이 짧은 것을 선호하는데 정비사업은 아무리 빨라도 10년이 넘는 장기간으로 이뤄지다보니 이를 잘 조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제안했다.
마지막으로 "TIF 등 자산유동화 방식은 미국 일리노이 등에서도 법적 분쟁이 많아 굉장히 제한적으로 사용하는 방식"이라며 "지방재정 건전화 등 문제 때문에 고민을 거쳐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하지만 차라리 기존 지방채 발행 방식을 그대로 활용하는 것이 나을 것 같은데 금융을 복잡하게 풀어 자금을 만드는 것이 정답인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유지만 국토부 도시정비지원과장은 "지적해주신 내용들 모두 국토부가 인지하고 검토하고 있는 내용"이라며 "노후계획도시정비 기본방침이 확정되는 올해 11월 이후부터 사업이 본격 착수될 것이라 생각하는데 그 이후 이러한 부분에 대한 궁금증이 해소될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gahye_k@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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