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며 읽는 동시] 똑같은 시간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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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시 병원 문 여는 시간 기다린다.
도통 알 수 없는 게 '시간'이라는 요술쟁이다.
그러고는 제 시간에 돌아온 엄마를 향해 왜 늦게 왔느냐며 따지는 것이다.
아,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인간의 수명도 맘대로? 이건 아니다! 시간을 공평하게 주신 신이 노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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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은 시간인데
한희숙
어제 아침 9시는
시간이 너무 빨라 지각할 뻔했는데
배가 아픈 오늘 9시는
시간이 너무 느려 병원 앞 계단에서
9시 병원 문 여는 시간 기다린다.
어제오늘 똑같은 우리 집 벽시계인데
왜 이런지 도통 알 수가 없다.
'시간'은 요술쟁이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고 하는데 꼭 그렇지만도 않다. 월급 날짜는 왜 그리 더디 오는지, 세금 낼 날짜는 왜 그리 빨리 오는지, 방학은 왜 그리 빨리 지나가는지. 도통 알 수 없는 게 ‘시간’이라는 요술쟁이다. 이 동시는 시간에 대해 말하고 있다. 등교 때면 빨리도 달음박질하는 시간. 몸이 아파 진료받아야 할 땐 느림보 시간. 이건 아이의 마음이나 어른의 마음이나 같을 것이다. 언젠가 이런 동화를 읽은 기억이 난다. 집을 보던 어린아이가 세 시간만 있으면 엄마가 돌아온다는 말에 시계 시침을 한 시간 앞으로 돌려놓고 좋아라고 손뼉을 친다. 그러고는 제 시간에 돌아온 엄마를 향해 왜 늦게 왔느냐며 따지는 것이다. 어안이 벙벙해진 엄마의 표정이 지금까지도 웃음을 자아낸다. 이 동시 속의 아이처럼 시간을 맘대로 돌려놓고 싶은 게 우리 인간의 마음이리라. 즐거운 시간은 길게, 힘든 시간은 앞으로 빠르게. 아,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인간의 수명도 맘대로? 이건 아니다! 시간을 공평하게 주신 신이 노하겠다. 중요한 것은 시간이 아니라 자기의 마음이리라. 기다릴 줄도 알아야겠고, 참아야 할 줄도 알아야겠고. 사는 일은 이 두 가지를 몸에 익히는 일이 아니겠는가. 윤수천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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