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돋보기] 뜨거운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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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과 열대야가 매년 그 기록을 갱신하며 대한민국의 여름은 뜨거워진다.
이번 파리올림픽 때도 내내 그 마음이었다.
나라를 대표하는 이들은 자신의 이름 앞에 국가의 이름을 달고 뛰기에 다를 수 있겠지만 역사에 기록되고 개인에게도 영예로운 것이 분명한, 시간이 지나도 바래지 않고 지난 인생을 더욱 빛나게 해줄, 어떤 역사의 시작 혹은 일부분이 될 그런 가치 있는 일에 사람들이 더 관심을 기울이면 좋겠다는 막연한 꿈과 바람이 올림픽 기간 더욱 간절해진 뜨거운 여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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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과 열대야가 매년 그 기록을 갱신하며 대한민국의 여름은 뜨거워진다. 올 여름은 2024 파리 올림픽으로 더욱더 뜨겁게 느껴졌다. 저출산율과 인구 위기는 예술계에만 심각한 문제가 아니었다. 48년 만에 최소의 인원으로 꾸려졌다는 선수단 이야기에 예체능이 이제 같이 사양길인가 싶어 이번 올림픽을 더욱 눈여겨보게 됐다.
4년마다 있는 행사이다 보니 몇 회치의 올림픽만 상기해 봐도 4배속으로 나이 드는 기분이다. 이제는 자식 같은 선수들을 응원하며 잠시 옛 생각에 빠졌다. 1994년 릴레함메르 동계올림픽이 있을 때였다. 난 중학생이었는데 종목마다 거의 금메달을 휩쓸던 쇼트트랙에 비해 성적이 저조하던 스피드 스케이팅에 출전했던 이규혁 선수가 기억에 남았다. 악기 전공으로 예중에 막 진학했고 사춘기쯤이라 생각이 많은 때였는데, 콩쿠르와 실기 시험에서 내 나름의 엄청난 연습과 노력이 늘 좋은 결과로 끝이 나는 건 아님을 몇 번 겪은 후였다. 그래서인지 4년간 올림픽만을 목표로 땀 흘리며 훈련하고도 메달 획득에 실패한 그 선수가 마음에 계속 남았다.
그 뒤로 4년, 8년 후에도 그는 올림픽에 나왔다. 아니, 12년, 16년, 그리고 20년 후에도 그는 올림픽에 출전했다. 6회 연속 올림픽에 출전하고 메달을 결국 목에 걸지 못한 그 선수가 난 정말 오래 생각이 났다. 어린 마음에도 그 실패가 실패로 느껴지지 않았던 뜨거운 어떤 감정이 생생하다.
이번 파리올림픽 때도 내내 그 마음이었다. 물론 금메달리스트들은 훌륭했다. 자기들 손끝에 우리나라의 양궁 단체전 10연패라는 기록이 달린 부담감은 어땠을까. 16세의 나이에 사격결승전에서 0.1점 차이로 1, 2위를 오르내리며 경기를 치러나가는 그 마음은? 똑같이 만점을 쏘고도 과녁의 정중앙에 새끼손톱 반만큼의 차이로 금메달을 따내는 양궁 김우진 선수의 집중력과 정신력은 믿기 어려울 정도였다. 그럼에도 이번엔 승자뿐 아니라 아쉬운 실패와 패배들, 그래도 털고 일어나 닦아내는 눈물, 기꺼이 승자의 손을 들어주는 이인자들에게 눈이 갔다. 전쟁처럼 치러진 유도단체전 동메달 전, 우리나라끼리 붙어 누가 이겨도 결승 진출이 확실한데도 온 힘을 다해 뛰던 배드민턴 복식 준결승전. 본인의 기록도, 경쟁자의 컨디션도 어느 때보다 금메달이 유력하다던 우상혁 선수는 시종일관 미소를 잃지 않다가도 감독님께 죄송하다며 엉엉 울고 말았다. 지고도 이긴 많은 경기들에 참 자주도 북받치는 여름이었다.
탁구 신유빈의 8강 경기는 드라마 같았다. 7개 중 4개의 세트를 먼저 따내면 이기는 경기를 3대0으로 끌고 가다가 3대3 동점까지 밀려난 상황, 마지막 세트조차 순조롭지 않아 8대8, 9대9 의 동점이 계속되는 순간이었다. 화면으로도 따라가기 힘든 속도의 탁구공을 탁탁 쳐내더니 결국 13대11 로 이긴 직후 신유빈은 눈물을 흘렸다. 나도 울었다. 비교하기 어렵겠지만 그 순간 마음속에 어릴 때부터 내가 섰던 수많은 무대, 긴 시간 울며 준비하던 나만의 올림픽들이 떠올랐다.
스포츠와 음악은 참 많이 닮았다. 단 한 번, 몇 분, 때로는 몇 초의 무대를 위해 셀 수 없는 시간과 횟수가 같은 걸 반복하며, 남과 싸우기 전에 자신과 끝나지 않는 싸움을 견뎌야 하는 점이 참 닮았다.
나라를 대표하는 이들은 자신의 이름 앞에 국가의 이름을 달고 뛰기에 다를 수 있겠지만 역사에 기록되고 개인에게도 영예로운 것이 분명한, 시간이 지나도 바래지 않고 지난 인생을 더욱 빛나게 해줄, 어떤 역사의 시작 혹은 일부분이 될 그런 가치 있는 일에 사람들이 더 관심을 기울이면 좋겠다는 막연한 꿈과 바람이 올림픽 기간 더욱 간절해진 뜨거운 여름이었다. 김예지 목원대 관현악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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