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빨대의 진실 [강석기의 과학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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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종이 빨대가 플라스틱 빨대보다 오히려 환경과 인체 건강에 안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돌이켜보면 플라스틱 빨대가 퇴출당한 결정적인 계기가 콧구멍에 플라스틱 빨대가 꼽힌 바다거북 사진이 아닌가 싶기 때문이다.
선진국들의 1인당 플라스틱 사용량이 많은 건 맞지만, 쓰레기의 거의 100%가 회수돼 처리되므로 플라스틱 배출량은 미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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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기 | 과학칼럼니스트
최근 종이 빨대가 플라스틱 빨대보다 오히려 환경과 인체 건강에 안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카페에서 종이 빨대를 보고 ‘이건 아니다’ 싶었던 필자로서는 뜻밖의 뉴스가 아니지만 이를 계기로 감정보다는 이성에 기반한 환경정책이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돌이켜보면 플라스틱 빨대가 퇴출당한 결정적인 계기가 콧구멍에 플라스틱 빨대가 꼽힌 바다거북 사진이 아닌가 싶기 때문이다.
2000년대 들어 지구촌의 플라스틱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플라스틱 배출은 온실가스 배출과 함께 인류가 해결해야 할 시급한 과제가 됐다. 플라스틱 배출은 쓰레기 가운데 정식 소각장과 매립장으로 간 것을 빼고 주변 환경으로 흩어지거나 임의로 태운 것을 뜻한다. 온실가스 배출도 회수된 걸(아주 일부분) 빼고 대기로 흩어진 걸 뜻하므로 같은 맥락이다.
지난주 학술지 네이처에는 지구촌 플라스틱 배출 상황을 분석한 논문이 실렸는데 내용이 충격적이다. 얼핏 생각하면 우리나라처럼 잘사는 나라들이 일회용품을 즐겨 쓰고 따라서 플라스틱 배출량도 많을 것 같은데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선진국들의 1인당 플라스틱 사용량이 많은 건 맞지만, 쓰레기의 거의 100%가 회수돼 처리되므로 플라스틱 배출량은 미미하다. 반면 소득이 낮은 나라일수록 1인당 사용량은 적지만 쓰레기가 회수되는 비율이 낮아서 배출되어 생태계로 흘러들어 가거나 태워져 유해 물질을 내보낸다.
플라스틱 배출 1위 국가인 인도는 전체 5200만톤 가운데 거의 20%인 930만톤을 차지한다. 아마도 1위일 거라고 예상한 중국은 280만톤으로 4위에 머물렀다. 지난 10여년 동안 환경오염을 줄이려는 국가적인 노력의 결과다. 뜻밖의 2위는 350만톤의 나이지리아이고 3위는 340만톤의 인도네시아가 차지했다. 소위 선진국들은 90위권 밖으로 미국조차 5만톤에 불과하다.
연간 1인당 배출량을 보면 더 놀랍다. 중국은 2㎏으로 153위에 불과하다. 최대 배출국인 인도도 6.6㎏으로 127위밖에 안 된다. 대신 사하라사막 이남 아프리카 나라들의 평균이 12㎏이나 된다.
흥미롭게도 플라스틱 배출과 온실가스 배출은 반비례 관계를 보인다. 부자 나라는 에너지와 플라스틱을 펑펑 쓰지만 인프라가 잘 갖춰져 고체인 플라스틱 쓰레기를 거의 100% 회수한다. 반면 기체인 이산화탄소는 붙잡을 방법(상업성 있는 기술)이 없어 그냥 배출한다. 반면 가난한 나라는 비싼 에너지는 그림의 떡이고(따라서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다), 그나마 싼 재료인 플라스틱도 마음껏 쓰지는 못하지만 대신 인프라도 부실해 상당 부분을 그대로 배출하는 것이다. 선진국은 온실가스 배출에, 가난한 나라는 플라스틱 배출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는 말이다.
우리나라는 인프라가 잘 갖춰져 플라스틱 배출량이 미미한데 플라스틱 빨대 같은 일회용품 사용에 그렇게 민감할 필요가 있을까. 그러나 플라스틱 생산과 소비 과정에서 막대한 온실가스가 배출되고, 소각과 매립에도 한계가 있다. 되도록 안 쓰려는 노력을 늦춰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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