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이민청, 어디까지 알고 계십니까?

김종천 부산가톨릭대 특임교수·영파의료재단 이사장 2024. 9. 10.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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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다문화 사회 진입 눈앞…체류 외국인 250만 명 넘어
정책 전담할 기관 신설 절실…부산, 이민청 유치에 나서야
김종천 부산가톨릭대 특임교수·영파의료재단 이사장

국내 체류 외국인이 2023년 기준, 250만여 명(4.89%)으로 집계됐다. UN 세계 이주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이주민의 수는 2억8100만 명으로 세계 인구의 3.6%에 해당한다. 국내 체류 이주민 비중이 4.89%인 우리나라는 전 세계의 이주민 기준을 넘어섰다. 통상적으로 이주민이 전체 인구의 5%에 달하면 다문화 사회로 보는데, 현재 대한민국이 ‘다문화 사회’ 진입을 코앞에 둔 것이다. K-POP, K-Culture로 세계화된 대한민국의 문화 덕분에 우리 사회 스스로 다문화적인 환경에 익숙해졌고, 동시에 다른 나라의 문화를 바라보는 편견도 많이 줄어든 듯하다.

과거에는 주로 우리나라 국민이 선진국인 미국이나 캐나다 호주 등지로 해외 이주를 떠났다면, 요즘은 해외 이주를 선택했던 그들이 다시 우리나라로 돌아오는 역이민을 비롯해 수많은 외국인이 매년 국내로 이주해 오고 있다. 이민을 선택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경제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인데, 소득 수준이 높은 나라에 이민이 증가하는 것이 이를 뒷받침해 준다. 인구 이동 대부분이 ‘경제 부국’에 집중되는 것이다. 매년 수십만 명의 외국인 이주민이 늘어나고 있는 국내의 상황은 대한민국이 경제적 선진국 반열에 들어섰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2023년 12월 법무부는 출입국·이민관리청 신설 방안을 마련했다. 이는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이 국내에 거주하면서 함께 공존할 수 있도록, 다문화 사회 기반 조성 정책을 넘어 본격적인 이민정책이 필요하다는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다. 이어 이민정책 전담 조직인 출입국 이민관리청(이민청) 신설을 골자로 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2024년 2월 여당 의원에 의해 국회에서 대표 발의되었지만 큰 힘을 받지 못하고 현재 멈춰선 상태다. 하지만 2023년 재외 동포청이 신설되고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 수가 지속해서 증가하는 추세를 감안한다면, 이민청 설립에 관한 논의와 시도가 다시 불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고 우리나라에 이민정책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출입국관리법(1983), 재외동포의 출입국과 법적 지위에 관한 법률(1999), 외국인 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2003), 재한외국인 처우 기본법(2007), 다문화가족 지원법(2008) 등을 통해 산발적으로 업무가 시행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후발 이민국으로서 내외부적 요인의 이민 압력에 대해 제한적 이민정책을 기본으로 삼고, 큰 방향에 대한 합의 없이 사안별, 이주민 집단별, 부처별 단기적 대응이 연속되고 있다. 결국 중·장기적 시각에서의 정책 목표와 방향성이 불명확하고, 부처별 중복된 업무나 정책 사각지대의 발생이 불가피하다. 이민 업무를 전담할 소위 ‘이민청’ 없이 이주민 관련 정책을 다루는 셈이다.

우리나라만큼이나 단일 민족주의 성격이 강한 일본조차도 외국인 유치를 위해 2019년 이민청 격인 ‘출입국재류 관리청’을 신설했다. 일본은 자국 내 외국인의 비중이 우리나라보다는 아직 낮은 수준(2.5%)이지만, ‘이민제도’와 ‘정주 여건’을 앞세워 ‘영주권 비중’은 우리나라의 3배, ‘전문 인력’은 10배나 높다. 더욱이 일본은 ‘출입국재류 관리청’ 설립 후 218개가 넘는 이민 활성화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우리가 우왕좌왕하고 있을 때, 일본은 발 빠르게 이민정책을 실행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저출생, 저성장 위기를 극복할 해법으로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마이클 크레이머 교수를 비롯한 여러 세계적인 석학들이 이민정책을 제시한 바 있다. 이민청 설립의 필요성과 정당성에 대한 합의가 어느 정도 이루어진 것으로 볼 때 중·장기적 이민정책 방향성을 고려한 이민청 설립을 서둘러야 한다.

이민청 설립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글로벌 허브 도시를 꿈꾸는 우리 부산은 과연 무엇을, 얼마나 준비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물론 ‘김칫국부터 마신다’는 비판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민청의 설립에 앞서 이민청 유치를 준비하는 타지역을 바라보고 있으면 답답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부산시 차원에서는 어떠한 움직임도 감지된 바 없으나, 인천시는 2023년 재외 동포청이 자리 잡은 이후 최근에는 이민청 유치에도 발 벗고 나서고 있다. 이들은 ‘김칫국부터 먼저 마시겠다’는 의지로 이민청 유치를 추진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부산과 부산 시민은 발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국가는 비수도권 지역과 수도권 지역의 형평성, 남부지역 재외국민 편의성 등을 고려해 담당 기관의 위치를 분산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비수도권 가운데 외국인의 입국이 가장 수월하고 천혜의 환경을 갖춘 부산만한 곳이 없다. 우리는 이민청 유치를 포함해 살기 좋은 이민정책 마련을 위한 준비에 모두가 함께 앞장서야 한다. 이민정책은 이제 특정한 국가의 정책이 아닌 선진국 모두의 정책으로 봐야 한다.

부산! 지금도 결코 빠르지 않지만, 아직 늦지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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