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톡] 베이징의 그랜드 플랜과 아프리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개막식 기조연설에서 아프리카 국가에 '신시대 전천후 중·아프리카 운명공동체' 구축을 제의했다. 그러면서 "아프리카 모든 국가들과 양자 관계를 '전략적 관계' 이상으로 높이고, 3년 동안 아프리카에 3600억위안(67조6000억원)의 금융지원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날 시 주석과 정상들은 국제 금융기구들이 아프리카 국가들의 채무 처리에 참여해 줄 것을 촉구하는 내용을 담은 '베이징선언'을 채택하면서 국제사회를 향해 한목소리를 내고 공동 보조를 맞췄다. 미국 등 서방은 중국 차관이 일부 아프리카 국가들을 '부채 함정'에 빠뜨리고, 중국은 이를 이용해 리튬·니켈·코발트·흑연·망간 등 희소자원과 주요 인프라를 장악한다고 비판해왔지만 중국과 아프리카 국가들이 한목소리를 냈다는 점에 무게가 실렸다.
'지구촌 마지막 성장엔진' 아프리카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은 압도적이다. 2023년 중국과 아프리카 무역 총액은 전년 대비 1.5% 는 2820억달러(379조원)로 여타 국가들을 압도했다. 미국과 아프리카 무역총액(675억달러)의 4배를 넘고, 우리와 아프리카 교역액(166억달러)의 17배에 달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이치코위츠 가족재단의 최근 조사에선 아프리카에서 중국 영향력에 대한 긍정 평가(82%)는 미국(79%)과 유럽연합(73%)을 추월했다. 인구의 60% 이상이 25세 이하 청년인 '젊은 대륙'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에 놀란 바이든 정부는 2022년 8월 사하라 남부에 대한 포괄 전략을 공표했고, 그해 12월 부랴부랴 8년 만에 미국·아프리카 정상회의를 열어 3년 동안 550억달러(74조원) 지원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인구 14억2000만명, 국내총생산(GDP) 3조4000억달러(4670조원)의 지구촌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거대 시장의 마음은 오락가락하는 미국보다는 일관성 있고 예측 가능한 중국에 기울어 있다.
중국은 지난 40여년 동안 해마다 국가주석이나 총리 등 정상의 첫 방문지를 아프리카로 잡아왔다. 시 주석이 10차례 아프리카를 방문했다는 사실도 중국이 어떻게 공들여 왔는지 보여준다. 중국의 한 스마트폰 기업 트랜시온이 아프리카 시장점유율 40%를 기록했고, 건설 시장의 60%가 중국 기업들 차지가 된 것도 단숨에 이뤄진 일은 아니다. 2017년부터 지부티에 중국 해군기지가 운영되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아프리카에 대한 중국의 정성은 외교전략이 미래를 보고, 어떻게 일관성 있게 공들여서 쌓아가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자원과 산업 공급망, 시장으로서는 물론 국제무대의 우군 확보와 패권 경쟁도 염두에 둔 전략적 포석까지 세심한 계획과 꾸준한 실천이 있다. "28억명 넘는 중국과 아프리카의 힘을 합한다면 '글로벌 사우스'의 현대화 발전을 이뤄낼 수 있다"는 시 주석의 발언이 힘있게 다가오는 까닭은 왜일까. 지난 40여년 동안 미국 등 서구의 시장·자본에 의존했던 발전전략에서 벗어나 새로운 50년을 준비하는 중국의 '그랜드 플랜'을 우리는 지금 마주하고 있다.
june@fnnews.com 이석우 기자
Copyright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남편상 사강, 4년만 안방 복귀…고현정 동생
- 최현욱, 장난감 자랑하다 전라노출…사진 빛삭
- "치마 야하다고"…엄지인, 얼마나 짧기에 MC 짤렸나
- 영주서 50대 경찰관 야산서 숨진채 발견…경찰 수사 착수
- "조카 소설, 타락의 극치" 한강의 목사 삼촌, 공개 편지
- "엄마하고 삼촌이랑 같이 침대에서 잤어" 위장이혼 요구한 아내, 알고보니...
- "딸이 너무 예뻐서 의심"…아내 불륜 확신한 남편
- "절친 부부 집들이 초대했다가…'성추행·불법촬영' 당했습니다"
- "마약 자수합니다"…김나정 前아나운서, 경찰에 고발당해
- 100억 자산가 80대女..SNS서 만난 50대 연인에 15억 뜯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