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럴림픽 한국 선수단 MVP' 사격 박진호 "가문의 영광"
"회사 그만두고 간호해 준 큰 누나, 고마워"
[파리·서울=공동취재단]안경남 기자 = 2024 파리 패럴림픽 사격 2관왕 박진호(47·강릉시청)가 이번 대회 대한민국 선수단의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박진호는 대한장애인체육회 출입기자단이 투표에서 29표 중 23표를 얻어 MVP로 뽑혔다. 총 36표 중 유효투표는 29표고, 기권 및 미투표는 7표다.
보치아 정호원은 5표, 트라이애슬론 김황태는 1표를 얻었다.
MVP에게는 도요타 스포츠유틸리티차(SUV) 'RAV4 하이브리드'가 부상으로 수여된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 83명(남자 46명, 여자 37명)을 포함한 177명의 선수단을 파견했다.
애초 금메달 목표인 5개를 초과 달성한 금메달 6개, 은메달 10개, 동메달 14개를 획득해 종합 순위 22위에 올랐다.
한국이 금메달 6개 이상을 딴 건 2016 리우데자네이루 패럴림픽 이후 8년 만이다.
특히 사격의 박진호는 R1 남자 10m 공기소총 입사(스포츠등급 SH1)와 R7 남자 50m 소총 3자세(스포츠등급 SH1)에서 2관왕에 등극했다.
한국 선수가 패럴림픽에서 다관왕을 차지한 건 2016 리우 패럴림픽 조기성(수영 3관왕) 이후 8년 만이다.
패럴림픽 악연도 끊었다. 박진호는 2016 리우데자네이루 패럴림픽에선 메달에 실패했고, 2020 도쿄 패럴림픽에선 은메달, 동메달을 딴 바 있다.
박진호는 지난 8일 파리 시내에서 취재진과 만나 "MVP 제도가 이번에 처음 생겼는데, (수상하게 된다면) 가문의 영광"이라고 말했다.
2관왕이 된 뒤 박진호는 감기 몸살로 50m 복사에선 6위에 머물렀다.
그는 "첫 메달을 따고 나서 많은 분이 반겨주셨다. 오늘처럼 사진 요청을 많이 받았다. 그날 이후부터 조금씩 몸이 안 좋아지기 시작한 것 같다. (두 번째 금메달을 딴) 소총 3자세 경기를 하는 날 오전부터 몸이 안 좋았는데, 약을 먹고 다행히 정상 컨디션으로 경기를 할 수 있었다. 이후 체온이 38도까지 오르더니 복사 경기를 하는 날 새벽에는 40도가 넘더라"고 말했다.
이어 "입사와 복사를 주종목으로 잡고, 3자세를 부종목으로 잡고 왔다. 많이 준비한 종목인데 아파서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도 미련이 남지는 않는다. 다른 분들이 들으면 어떠실지 모르겠지만, 약간의 부족함을 남기고 가는 게 다음을 위한 동기부여가 되는 것 같다. 지금의 2관왕이 너무 만족스럽다"고 덧붙였다.
몸에 열이 많다는 박진호는 "(실내에서 하는) 결선에 들어가기 전 대기실에서 냉각 조끼를 입고 있었다. 코치님이 얼음을 갖다 대주셨고, 선풍기를 틀어서 최대한 체온을 낮췄다. 다른 경기장은 에어컨을 틀어주는데 이번에는 안 틀어주더라. 저탄소 올림픽이라는 슬로건을 걸어서 그렇다더라. 그 부분이 힘들 수 있었지만, 도와주신 덕분에 많은 도움이 됐다"고 했다.
체대생 시절이던 2002년 낙상 사고로 척추를 다쳐 하지가 마비된 박진호는 자신을 보살펴 준 큰 누나 박경미씨에 대한 고마움을 전했다.
그는 "내가 다치고 난 다음날 누나가 회사를 그만두고 병간호를 해주셨다. 무릎이 안 좋으신 어머니가 어린 조카를 봐주고 계신 상황이었다. 누나가 다친 뒤 2년 넘게 제 옆에서 함께 해주셨다. 아파트를 따로 얻어서 누나와 같이 살았다. 본가가 단독주택인데 3층이라 내가 생활하기 힘든 환경이었다. 나중에는 어머니가 양쪽 집 살림이 힘드셔서 한 집으로 합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누나가) 가장 많이 좋아해주셨다. 부모님과 가족들이 많이 좋아해주셨다"고 했다.
사격을 접한 계기에 대해선 "다친 뒤 병원에 있을 때 사회복지학과를 찾아갔다. 상담을 많이 했는데, 처음에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할까 생각했다. (체대생이라) 어려서부터 운동만 해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한다는 게 쉽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래서 운동을 하는 게 좋겠다는 결론을 내렸고, 사격을 추천받아서 선택하게 됐다. 체육학을 전공하면서 여러 종목을 접해봤는데, 그중에서도 총에 끌렸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사격을 시작하고 시력이 나빠졌다는 그는 "4년 전부터 왼쪽이 안 좋아졌고, 오른쪽으로 사격을 하는데 양쪽 차이가 너무 심해지더라"며 "소총의 경우 가늠자를 통해 어두운 곳으로 밝은 곳을 보는데, 그게 시력에는 좋지 않다. 지금은 오른쪽 눈이 0.4 정도 나오고 난시도 있다. 왼쪽은 0.3 정도"라고 했다.
그러면서 "일상생활을 할 때는 크게 불편하지 않다. 안경을 안 꼈을 때는 좀 탁하게 보인다. 그런데도 안경을 잊어버리고 다닐 때가 많다. 그래도 경기 할 때는 가늠자 앞에 모노클 렌즈를 둬서 큰 지장은 없다"고 설명했다.
박진호는 소속팀 감독 등 관계자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했다.
그는 "주변에서 정말 많이 도와주셔서 좋은 컨디션으로 뛸 수 있었다. 강릉시청 시장님 이하 관계자, 감독님, 팀 동료들, 트레이너, 코치님 등 모두에게 감사하다. 그리고 응원해 준 가족과 친구들에게 감사하다. 생각지도 못한 분들한테도 축하 메시지를 많이 받았다"며 "식상한 말일 수 있지만 그런 분들의 응원과 많은 지원이 있었기 때문에 (2관왕이)가능했다. 그게 내 진심"이라고 했다.
박진호는 장애인에게 체육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건강을 위해서다. 나도 처음에는 방황의 시간이 있었지만, 운동을 하면서 나름의 사회생활이 다시 시작됐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은 (체육을) 시작할 여건이 좋아졌다. 열심히만 한다면 다시 사회로 복귀할 기회가 많다. 무엇보다 몸을 위해서 집에서 나와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박진호는 마지막으로 다음 목표에 대해서 "감독님께서 '첫 경기가 끝나면 오늘만 즐기고 리셋이다'라고 하셨는데 그게 맞는 말이다. 일단 가족들, 친구들과 2관왕의 기쁨을 즐기고, 이후 잊을 수 있으면 잊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knan90@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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