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정책 혼란 사과한 이복현 "은행 자율적으로 관리해야"
"당국 대출 규제는 최소한 기준
은행이 적절한 심사 통해 관리"
은행들 실수요자 대출 예외 보완
신한, 1주택자도 처분땐 주담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국민이나 은행 창구에서 일하는 분들에게 불편과 어려움을 드려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어 "가계대출을 엄정하게 관리하겠다는 당국 기조는 변함이 없다"며 "은행의 영업계획이나 포트폴리오 운영과 관련해 적절한 자율심사 등을 통해 관리해야 한다는 기조에 금융당국 이견이 없다"고 말했다.
■李 "국민·창구에 불편함 드려 죄송"
이 원장은 10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18개 국내은행 은행장과 간담회를 갖고 "감독당국의 가계대출 규제는 기본적으로 준수해야 하는 최소한의 기준"이라며 "은행이 각자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자율적으로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지난 4일 "실수요자 보호를 위해 일률적·기계적인 대출 제한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금융당국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했던 주장을 사실상 번복한 것이다. 앞서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지난 6일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F4회의) 직후 "고객을 가장 잘 아는 것은 은행"이라고 반박한 바 있다.
이 원장의 발언으로 은행권에서는 이날 간담회에서 구체적인 실수요자 기준이 제시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정부가 획일적인 기준을 정하기보다 개별 회사의 리스크 수준과 차주의 특성을 스스로 평가해 투기 수요를 제한해야 한다"고 하자 이 원장이 한 발 물러섰다.
이 원장은 이날 "은행권도 가계대출 관리를 엄정하게 해야 한다는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고 있다"며 "은행마다 여신 포트폴리오가 달라 여신 심사에 대한 특정 기준을 세우되, 그레이존에 대해서는 은행연합회와 논의하는 방식이 제시됐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자율적인 가계대출 관행이 자리잡기 위해 (대출 수요자 불편은) 현 시점에서 고민하고 해결해 나가야 하는 문제"라면서도 "공통 이슈가 있다면 정책에 반영해 일률적으로 하겠지만 지금 정한 것은 없다"고 부연했다.
■銀 실수요자 주담대 대출 예외 허용
은행들은 다주택자 등 투기수요로 간주할 수 있는 대출을 중심으로 여신심사를 강화하는 등 자율적으로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여신심사 강화 과정에서 대출 수요자의 선의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은행연합회를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보완할 계획이다.
특히 지난 7~8월 중 예상치 못한 가계대출 수요 급증으로 속도 조절이 어려웠던 일부 시중은행은 이날 간담회에서 "대부분 은행이 공통적으로 다주택자 등 투기수요로 보이는 대출에 대해서는 여신심사를 강화하겠다"면서도 '실수요자 전담 심사팀'을 운영해 선의의 고객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다.
신한은행은 이날부터 1주택을 소유하더라도 처분 조건일 경우 예외적으로 주택담보대출을 내주기로 했다. '갈아타기' 경우 주담대를 허용한다는 의미다. 지난 6일 무주택 세대에만 주담대를 허용하기로 한 강도 높은 대출 규제 방안에서 급선회, 이복현 원장의 주문대로 실수요자 보호 방안을 내놓은 것이다.
신규주택 구입 목적의 주담대 실행일 당일에 기존 보유주택을 매도하는 조건으로 구입 주택 매수계약 체결을 한 차주가 대상이다. 보유주택 매도계약서와 구입주택 매수계약서가 필요하다.
임차보증금 반환목적 생활안정자금 주담대도 1억원 초과를 허용했다. 보유주택의 세입자 임차보증금 반환 목적 생활안정자금 주담대를 신청한 차주가 대상이다. 보유주택 임대차계약서가 있으면 된다.
신용대출은 실수요자의 연소득 100% 초과 예외를 허용한다. 연소득의 150%(최대 1억원 이내) 범위 내에서 초과를 허용한다. 예외 조건은 △본인결혼 △가족사망(배우자·직계가족) △자녀출산 △의료비 등이다. 요건을 증빙하는 서류를 내야 한다.
앞서 우리은행도 1주택자의 주담대와 전세대출을 모두 막았다가 8가지 실수요자 예외 규정을 긴급히 추가한 바 있다. 결혼을 앞둔 차주거나 대출 신청시점 2년 내 주택을 상속받은 경우 주담대를 허용한 것이다.
KB국민은행도 1주택 세대의 수도권 주택 추가 구입 목적의 주택담보대출 취급을 제한하면서 이사, 갈아타기 등 실수요자의 '기존 보유 주택 처분조건부' 주택담보대출은 허용하고 있다.
seung@fnnews.com 이승연 박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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