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험 임신부 ‘제주→인천’ 이송도…“살려줘요” 환자들의 절규 [추석 연휴 응급실 위기]
“촌각 다투는데 응급실 뺑뺑이
목숨 담보로 요구 관철 안돼
당장 사람들 죽어 나가는데
의료든 정치든 무슨 소용” 일갈
한동훈 “협의체 의제 제한 없어”
2025년 증원 문제도 논의 시사
“조산 가능성… 전원 필요” 신고 접수
제주대병원 신생아 중환자실 의료진 부족
헬기 타고 440㎞나 이동 ‘위험천만’
“뺑뺑이 심각한데 협의체 뒷북 논의
당장에 적용 가능한 대책 마련해야”
응급실 운영 병원 55% “겨우 버텨”
추석 연휴 응급실 대란 우려가 커지자 환자들이 정부와 정치권, 의료계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이송 거부로 4년 전 아들 잃어” 2020년 의료사고로 사망한 김동희(당시 4세)군의 어머니 김소희씨가 10일 서울 종로구에 있는 모임 공간 포레스트구구에서 열린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제24회 환자샤우팅카페’에 참석해 사연을 밝히고 있다. 환자단체연합회는 2012년부터 환자와 가족들의 이야기를 공유하고 함께 위로하며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한 행사를 이어오고 있다. 남정탁 기자 |
중앙119구조본부는 소방헬기를 급파해 A씨와 보호자를 충남지역으로 1차 이송했다. 이어 충남소방헬기를 이용해 A씨를 재차 인천 소재 대학병원으로 옮겼다.
소방당국은 헬기 연료보급 문제로 충남을 경유했다고 설명했다.
A씨는 약 440㎞를 이동한 끝에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제주에서 유일하게 신생아 중환자실을 운영하는 제주대병원은 당시 신생아 중환자실 16개 병상 중 2개 병상 정도 여유가 있었다.
하지만 전공의 집단 파업 사태로 기존 2명씩 서던 당직을 1명만 서면서 의료진 부족으로 A씨를 받지 못하고 병원을 옮기는 전원 조치한 것으로 파악됐다.
제주대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은 전공의 집단 파업 사태로 기존 5명 중 전공의 1명이 빠지고, 비슷한 시기 개인 사정으로 교수 1명이 사직하면서 전문의 3명만 남았다.
지난 7월 어머니가 교통사고로 두 다리가 골절됐다는 장지헌씨는 “의사와 정부는 환자의 삶이나 고통은 안중에도 없고 알력다툼만 하고 있다”며 “그 속에서 뺑뺑이 문제는 더 심각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의료사고 피해 유가족 김태현씨는 “응급실은 환자 목숨을 다루는 곳인데, 요즘 보면 환자 생명이 자신의 요구 조건을 관철시키는 수단이 됐다”고 씁쓸해했다. 그는 “사람이 죽어간다면 의료든 정치든 무슨 필요가 있느냐”면서 “응급실 앞에선 모든 걸 화해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2020년 봄 아들 동희를 잃은 김소희씨는 이날 환자샤우팅카페 행사에서 “동희는 4년 전 ‘이송 거부’로 하늘나라에 갔다.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정부와 국회, 의료계가 나서서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호소했다.
김씨는 8개월째 이어지는 의·정 갈등 상황에서 ‘응급실 뺑뺑이’ 사례가 언급될 때마다 동희가 떠올라 괴롭다고 했다. 그는 “동희처럼 심폐소생술을 받으며 119구급차로 이송 중인 초중증 응급환자가 치료받을 병원을 찾지 못해 더 이상 죽는 일이 없도록, 응급실 뺑뺑이라는 부끄러운 단어가 더 이상 언론에 나오지 않도록 정부와 국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주시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한 대표는 의료계가 요구하는 ‘2025년 증원 백지화’, ‘장·차관 경질’도 논의할 수 있는지 묻는 질문에 “모여서 무슨 이야기를 못하겠나. 대화할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2025학년도 증원 재검토가 불가능하다는 기존 입장이 바뀐 것이냐’는 질문에는 “제가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중요한가”라며 “의료계가 여러 생각이 있겠지만 참여해서 대화해주면 좋겠다는 간곡한 부탁을 드리는 것”이라고 답했다.
한편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응급실 의사 블랙리스트’에 대해 “선의로 복귀한 의료진이 일을 못 하게 하는 의도가 불순한 것으로 엄정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민에게 그 피해가 고스란히 돌아가므로 절대 용납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도 “선배·동료 의사들이 일부 의사의 부적절한 행동 바로잡아달라”며 자정 노력을 촉구했다. 경찰은 응급실에서 진료 중인 의사들 실명을 아카이브(정보 기록소)에 공개한 1명과 해당 아카이브 접속 링크를 게시한 3명 등 4명을 입건해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애타는 환자들 의정갈등 장기화로 추석 연휴 기간 응급의료 공백에 대한 불안이 고조되고 있는 10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 응급의료센터로 환자가 이송되고 있다. 이날 발표된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설문에 따르면 응급실 운영 의료기관 3곳 중 2곳꼴로 응급실 의료공백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뉴스1 |
강원대병원에 파견된 군의관들은 현장에서 근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강원대병원 관계자는 이날 “파견 군의관 6명이 응급실 경험이 부족하고 환자들에게 되레 위해가 될 수 있다는 점 등을 이유로 현장에서 근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강원대병원은 강원도에 ‘군의관들이 부대 복귀를 원한다’는 공문을 발송하고, 의료공백 최소화를 위해 대체 인력을 파견해달라고 요청했다.
부산 지역의 동아대병원(8명), 부산광역응급의료상황실(4명), 인제대해운대백병원(2명)에 전날 파견된 군의관 14명 중 9명도 “일을 하기 어렵다”며 출근을 거부하고 있다.
정재영·조희연·이정한·박지원 기자, 제주·춘천=임성준·배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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