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화균 칼럼] `빈곤한` 추석, 결국 `국민탓`이다
'풍성한' 한가위. 어느 때부터인가 신문 제목에서 이 덕담이 사라지고, '우울한'이 대신 자리했다. 선물 상자에 꽂힌 추석 인삿말은 여전히 '풍성한'이 애용되고 있지만, 겉치레 그 이상의 의미는 없다고 본다.
본보가 지난 9월10일자 1면 머릿기사 제목으로 '빈곤한' 추석이란 표현을 앞세운 것도 같은 맥락이다.
2024년 9월, 대한민국을 뒤덮고 있는 암울한 현실을 구구절절 열거하는 것은 생략하겠다.
대신, 이 나라의 구성원인 대통령을 포함한 정부, 국회 그리고 국민까지 그 기본 의무를 다하고 있는 지 짚어보자. 꼬이고 비뚤어져 '네탓'만이 남은 우리의 참담한 자화상을 뿌리부터 살피고 반성해보자는 취지다.
첫 질문. 정부로 대표되는 국가는 과연 그 도리를 다하고 있는가? 우리 헌법은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헌법 10조)라고 국가의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이에 '그렇다'고 답할 국민은 많지 않을 것이다. 여전히 고공행진 중인 생활물가에 서민 곳간을 텅 비었고, 치솟는 집값은 미래 세대의 꿈과 희망을 앗아가고 있다. 존엄과 가치, 행복은 외계 언어가 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올해 신년사에서 "모든 국정의 중심은 국민"이라며 "국민의 삶을 변화시키는 진정한 민생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검토만 하는 정부가 아니라 '문제 해결을 위해 행동하는 정부'가 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 다짐이 지켜졌다면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20%대 늪'에 허우적대는 황당한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질문 두번째. 국가의 또다른 축인 국회는? 22대 국회는 지난 9월2일 임기 시작 95만에 개원식 개최했다. 역대 최장 지각 개원식이다. 그나마 1987년 직선제 이후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이 불참했다.
의원들은 이날 국회의원 선서를 했다. 헌법 준수와 국민과 국가를 위해 직무를 성실히 수행할 것을 공표하는 의식이다. 주권자인 국민에 대한 충성 맹세인 것이다.
내용은 이렇다.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하여 노력하며, 국가이익을 우선으로 하여 국회의원의 직무를 양심에 따라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
하지만 실종된 대화와 협치는 돌아오지 않고 있다. 서로 헐뜯으며 편을 갈라 똘똘뭉쳐 기득권 지키기에 급급하다. 그래도 세비는 꼭꼭 챙기고, 의원회관에는 추석 선물 꾸러미가 쌓이고 있다.
정부와 국회 모두 기본과 초심을 망각한 탓이다. 이러다보니 환자 생명 보호라는 기본 의무를 지켜야 할 의사 집단은 오히려 이를 볼모로 태업을 하고 있다. 의료 붕괴에 추석 연휴 응급실 대란을 걱정하는 국민들만 노심초사다. 의사들이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아카이브(정보 기록소) 형식의 한 사이트에는 '응급실 부역'이라는 이름과 함께 응급실에서 근무하는 의사의 실명을 악의적으로 공개한 소위 '블랙 리스트'가 등장했다. 그나마 정치권이 한목소리도 '여야의정 협의체'를 구성해 의료계가 동참할 것을 요청했지만, 의료계는 2025년과 2026년 의대 증원 계획을 백지화 없이는 동참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마지막이지만 가장 중요한 질문. 그럼 국민은 과연 의무를 다하고 있는가? 그들 역시 대통령탓, 정부탓, 정치권탓 등 '네탓'만 하고 있는 것 아닌지. 헌법 제1조 2항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명시하고 있다. 요약하면 '국민이 주인'이라는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1면 머릿기사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한 전문가는 아래와 같은 자조섞인 한탄을 토해냈다. "그런 정치인들을 선택한 국민들도 반성해야 한다. 결국 투표는 국민이 한 것이다. 제대로 뽑지 못한 뽑은 국민탓이다." 차마 기사에 그 말을 그대로 인용할 '용기'를 내지는 못했다.
김화균 국장대우 금융부동산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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