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DT인] 호기심·적극성·뚝심으로 업무 수행… "누적 운용자산 1.7조로 2배 성장"

김경렬 2024. 9. 10.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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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멘탈관리 필수… 고객에 필요한 비즈니스인지 답할 수 있어야
투자자는 스타트업 밸류업 최우선… 과거 경험으로 다양성 해치면 안돼"
이동현 신한벤처투자 대표. [신한벤처투자 제공]

이동현 신한벤처투자 대표

지난 1999년. 외환위기 파고 속에 한국장기신용은행이 KB국민은행에 합병됐다. 경영학과 출신 한 은행원은 샐러리맨의 삶을 이어가야 할 지 고민했다. 더 이상 안정적인 직장은 없다는 생각으로 '모험과 도전'을 선택했다. 그리고 1년 후, 그 은행원은 벤처캐피탈의 문을 두드렸다. 지금의 이동현(53·사진) 신한벤처투자 대표가 있게 된 '티핑 포인트'(튀어오르는 지점)였다.

벤처투자 업계에서 이 대표는 '호기심 천국'으로 주목받고 있다. 스마트폰이 출시되기 전, 모바일기기(PDA) 수집가였던 그는 얼리어댑터로 업계에 알려졌다. 공대 출신으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였다. PDA에 주변기기를 연결하고 통신 카드를 껴 넣으면 장소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인터넷이나 전화통화를 할 수 있었다. 스마트폰이 가져올 세상을 미리 경험한 셈이다. 콘텐츠의 중요성을 알게 되면서 한발 빠른 그의 호기심이 서비스 콘텐츠 분야에 대한 투자 전문성으로 연결됐다.

이 대표는 이후 24년을 벤처투자 업계에 몸담았다. 무한기술투자, HB인베스트먼트, 네오플럭스 등 회사를 거쳤고, 2020년 9월 네오플럭스가 신한금융그룹에 인수되면서 신한벤처투자의 대표로 선임됐다.

"2000년 초반 당시,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가 본격화된 시기였고 보다 도전적인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다양한 기회를 고려하게 됐습니다. 안정적인 직장에서 벤처캐피탈이라는 모험적인 직업을 선택한 것이니까, 아마 이 결정이 인생에 있어 벤처투자 같은 게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의 말처럼 전환점이 된 투자 이후 이 대표는 다양한 경험을 쌓아 나갔다. 저력은 '호기심'과 '적극성' 그리고 '뚝심'. 그는 투자업무 뿐만 아니라, 인수·합병(M&A), 스타트업을 위한 투자유치 컨설팅, 전략적 투자자 투자기업 사후관리 등 다양한 업무를 수행했다. 2010년 이전에 심사역이 투자업무에만 관심 갖던 분위기와 달리 이 대표는 펀드 전략 수립, 프레젠테이션, 출자자 네트워킹 등도 주도적으로 수행했다. 네오플럭스에 합류한 이후 지금까지 직간접적으로 결성한 펀드만 20개 조합에 달한다. 약 1조5000억원 규모다.

실패할 때도 있었다. 새로운 비즈니스에 대한 높은 관심 때문에서인지 투자 시기가 너무 앞섰던 경우도 많았고, '독특한 영역에 투자하는 심사역이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실패 경험도 얼리어댑터로 쌓아왔던 서비스 콘텐츠에 대한 호기심을 막지 못했다. 어느 순간 서비스, 콘텐츠 영역이 중요한 산업으로 자리 잡기 시작하면서 이 대표의 전문성이 투자성과로 이어졌다. 남들보다 비즈니스 모델의 변화 흐름을 이해하는 게 빨랐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특히 신한벤처투자가 대형사 반열에 오르는데 공헌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 누적 운용자산(AUM)은 약 1조7000억원이다. 편입시점 AUM(8320억원) 대비 2배로 성장한 것이다. 벤처캐피탈 업계 AUM으로는 5위다. 20위에 머물렀던 초창기 대비 눈부신 발전이다.

올해는 신한벤처투자가 투자한 10여곳 회사가 기업공개(IPO)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그룹 편입 후 투자 포트폴리오가 또 한 번 성과로 이어질 길목인 것이다. 이 대표는 "신한금융에 편입된 후 투자 방향성과 다양성, 지속적인 성과 창출 전략 등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게 됐다. (그룹 편입)전에는 '스타트업과 투자자'라는 관계만 고려했지만, 지금은 그룹과 협업을 통한 스타트업 가치성장의 의미도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표적인 사례로 일본시장의 선제적인 진출을 통한 한·일 스타트업 지원과 퓨처스랩(앨셀러레이팅) 내재화는 신한금융이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밸류업을 고민한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현재 벤처 시장이 고난의 터널을 지나고 있다고 했다. 스타트업 창업자와 젊은 벤처투자자 모두가 한 번도 경험해 본 적 없는 경제 환경과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어서다.

이 대표는 스타트업의 멘탈 관리를 강조했다. 그는 "과거 시장 유동성(자금)이 충분했던 시기에는 투자금을 활용해 점유율을 높이는 게 중요했다면, 요즘은 회사의 비즈니스가 고객에게 왜 필요한지라는 질문에 답변할 수 있어야한다. 내부적으로 계속 혁신하면서 스스로의 가치를 증명해야하는 시대가 됐다"면서 "힘든 시기를 극복할 수 있는 멘탈과 가치를 증명할 수 있는 노력을 기울이는 스타트업에게 투자도 할 수 있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투자자도 스타트업 밸류업을 최우선으로 하는 내적동기를 가져야한다"면서 "과거의 경험이 새로운 시도와 다양성을 해치지 않도록 배움의 자세와 열린 시각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김경렬기자 iam1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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