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심하다 훅 갔다... 美대선 승패 좌우한 역대 TV토론 보니

워싱턴/김은중 특파원 2024. 9. 10.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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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컨벤션 센터에서 10일 있을 TV 토론 세트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AFP 연합뉴스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TV 토론이 처음 열린 건 공화당의 리처드 닉슨(당시 부통령)과 민주당의 존 F 케네디(당시 연방 상원의원)가 맞붙었던 1960년이다. TV 토론을 통해 유권자들은 정책을 넘어 후보 개인이 지니는 품성과 개성에 더 집중하게 됐고, 미국 정치에 많은 변화를 불러왔다. 소셜미디어의 보급과 정치 양극화로 인해 지금은 토론의 영향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분석도 있지만, 10일 토론은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처음 맞붙는 이번 대선의 승부처다. 사소한 실수 하나가 박빙의 구도를 흔들어 놓을 수도 있다.

지난 6월 미 CNN 방송에서 생중계된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TV 토론. /AP 연합뉴스

대선에서 TV 토론이 갖는 중요성은 불과 석 달 전에도 확인됐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6월 트럼프와 벌인 첫 토론에서 말을 더듬고 주어진 발언 시간조차 다 채우지 못해 자신을 둘러싼 ‘고령 리스크’에 기름을 부었다. 이후 후보 퇴진론이 들끓었고 한 달을 버티다 해리스에게 후보 자리를 물려주게 됐다. 4년 전엔 트럼프가 바이든과의 토론에서 사회자 말을 계속 방해하고 흐름을 끊어 정상적인 진행이 불가능할 정도였다. 진영을 막론하고 “대통령답지 못하다”는 비판이 나왔고 이게 승패에 불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당시 바이든은 트럼프에게 “이 사람아, 입 좀 다물어달라”고 일갈하기도 했다.

1980년 지미 카터(왼쪽)와 로널드 레이건의 생방송 대선 토론을 다룬 당시 뉴욕타임스 지면.

촌철살인으로 약점을 극복하고 승기를 잡은 경우도 있다. 할리우드 배우 출신인 공화당의 로널드 레이건은 1980년 토론에서 현직이었던 민주당 지미 카터 대통령이 자신의 약점인 메디케어(노인·빈곤층 의료보험) 정책을 물고 늘어지자 “또 시작이네”라고 말한 것이 전매특허 발언이 됐다. 훗날 빌 클린턴 대통령이 선거 운동 때 이를 패러디해 ‘쟤네 또 시작이네’라는 슬로건을 만들 정도였다. 레이건은 4년 뒤엔 17세 어린 월터 먼데일과 맞붙었다. 당시 최고령 대통령이었던 그는 나이를 우려하는 질문에 “저는 상대방 후보가 대통령을 하기에 너무 젊다든가 경험이 부족하다는 점을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고 싶지 않다” “나이 많은 사람이 젊은 친구들의 잘못을 바로잡아주지 않으면 국가가 제대로 굴러갈 수 없다”고 받아쳐 큰 박수를 받았고 선거에서 압승했다.

1960년 대선 토론회에서 맞붙은 존 F 케네디(왼쪽)와 리차드 닉슨. TV로 생중계된 최초의 미국 대선 토론이었다. /AP 연합뉴스

토론에서 풍긴 인상이 토론 승패를 좌우하는 결정적 요인이 된 경우도 여럿 있다. 존 F 케네디는 1960년 약 7000만명이 시청한 것으로 알려진 첫 토론에서 여유롭고 자신만만한 모습으로 카메라를 응시해 땀에 흠뻑 젖은 채 창백한 얼굴로 말을 이어가던 리처드 닉슨을 압도했다. 2000년 대선에선 민주당 앨 고어가 공화당 조지 W 부시가 발언하는 동안 큰 소리로 한숨을 쉬는 모습이 여러 차례 카메라에 잡혀 적절치 않다는 부정 평가를 받았다. 1988년엔 조지 HW 부시와 붙은 민주당 마이클 듀카키스가 ‘아내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범인에 대한 사형 집행에 찬성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아니요”라고 했다. 듀카키스는 사형제 폐지론자로 자신의 소신을 밝힌 것이지만 ‘인간적이지 않다’는 비난을 받았다.

1988년 TV 토론 시작에 앞서 인사를 나누고 있는 조지 HW 부시(왼쪽)와 마이클 듀카키스. /NP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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