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각자도생’ 경고한 응급의사회장…“정부, 의료진-환자 싸움 붙이고 뭐하나” 

이혜영 기자 2024. 9. 10. 18:0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장 “계속 경고했지만 대책 없어”
“의료 붕괴라는 말도 부족, 재난…결국 국민에 책임 넘긴 것”
“박민수 등 경질 안돼…읍참마속 아닌 끝까지 책임지게 해야”

(시사저널=이혜영 기자)

추석 연휴를 앞두고 전국 병원 곳곳이 응급실 운영에 차질을 빚고 있는 가운데 9월10일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 응급 중환자실 앞에서 내원객들이 기다리고 있다. ⓒ 연합뉴스

응급실 붕괴 경고등이 켜진 가운데 추석 연휴 중 하루 평균 1만 명에 달하는 환자가 진료를 못 보는 사태가 벌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장은 10일 YTN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추석 연휴에 하루 평균 1만 명씩 응급실에서 치료받지 못하는 사람이 생길 것"이라며 "한달 전부터 계속 경고를 하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마땅한 대책은 없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통계를 근거로 지난 추석과 설 연휴 기간 일 평균 3만 명 가까운 환자가 응급실을 방문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 2만 명이어도 다 봐주지 못한다. 그렇다면 연휴 기간에는 하루에 1만 명씩 치료받지 못하는 사람이 생긴다는 뜻"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결과적으로는 1만 명의 환자분들이 응급실에 오지 않는 수밖에 없다"며 장기적으로 약을 복용하거나 정기적인 치료가 필요한 환자의 경우 연휴 전 미리 '최악'을 막기 위한 대비를 해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회장은 "응급실 같은 경우에는 10명에서 1명이 빠지게 되면 9명이 그 1명의 일을 나누지 못한다"며 "의료 붕괴라는 말도 부족하다. 재난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추석 연휴 환자들이 응급실로 몰리는 것을 막기 위해 경증 환자의 건강보험 본인부담금을 90%로 인상하는 방안 등을 내놓은데 대해 이 회장은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방향은 동의하지만 시기와 방법이 틀렸다"며 "그렇게 전격적으로 시행했을 때 이익보는 것은 보험공단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이어 "환자들이 응급실을 가지 못해서 생기는 문제들은 개인이 책임을 지게 될 터이고, 또 경증이냐 중증이냐 나누는 것은 전문가가 보기에도 쉽지 않은 문제"라며 "만약에 그것을 현장에서 나누라고 하면 '왜 경증이냐'고 싸운다. 의료진과 환자 간 갈등의 소지가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결국 책임은 국민들에게 넘기는 것"이라며 "정부는 무엇을 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9월10일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 응급실 앞에서 한 의료 관계자가 이동하고 있다. ⓒ 연합뉴스

"군의관·공보의 투입? 현장 이해 부족…경질로는 안돼"

응급실 상황이 악화하자 정부가 군의관과 공중보건의(공보의)를 투입한 것을 두고도 이 회장은 "현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이라며 "응급의학을 전공하지도 않은 사람에게 응급실을 맡기는 것은 오히려 더 위험하다"고 질타했다. 

그는 "어떤 정책이 효과가 있을 것이다라고 판단하려면 현장의 동의 그리고 설명, 그리고 사전 고민이 필요한데 그런 것 없이 밀어붙이다 보니 이렇게 현장과는 괴리가 있는 정책들이 자꾸 나오게 되는 것"이라며 "6개월 동안 단 한 번도 저와 상의한 적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회장은 "응급실에서 일하기 위해서는 전문성과 숙련도가 필요하다"며 "공보의나 군의관의 일시적인 투입으로 즉각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이 분명히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향후 상황에 대해서도 암울한 전망을 내놨다. 그는 응급실 '엑소더스'가 이어지는 상황이 언제까지 이어질 지 예측할 수 없다며 "버티고 버티다가 도저히 버틸 수 있는 힘이 떨어져서 그만두게 된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이 회장은 "앞으로 현장을 이탈하게 되는 응급의학 전문의들은 시간이 갈수록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신규로 응급의학 전문의가 더 이상 공급되지 않는다고 할 때 내년이 됐건 내후년이 됐건 앞으로 몇 년이 될지 장담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과연 얼마나 더 우리가 현장에서 버틸 수 있을지 참 안타까운 마음"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 개혁의 방향에 대한 의구심도 제기됐다. 이 회장은 "정부가 의료개혁을 통해 바라는 우리나라 의료계의 모습이 과연 무엇인가 한번 생각을 해봤으면 좋겠다"며 "의료개혁은 계속적으로 추진하는 것이지 2-3년 안에 완수하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바라는 의대증원은 의료개혁을 위한 수백 가지 방법 중에 단 하나일 뿐"이라며 "다른 것들은 다 어디 갔나. 의대 증원과 전공의 복귀 이 두 가지는 의료개혁이 아니다"고 말했다. 

대한의사협회와 야권은 물론 여당에서조차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에 대한 경질 요구가 분출하는 것을 두고 이 회장은 "읍참마속은 안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정치권에서 박 차관 경질 등으로 탈출구를 삼겠다고 판단할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그러나 그분들이 책임질 수 있는 단계를 이미 넘어선 상황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이분들 경질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끝까지 본인들이 했던 일에 책임을 지셨으면 좋겠다는 게 개인적인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신뢰를 잃어버리면 비용이 증가하고 효율이 떨어진다"며 "이전에는 신뢰와 (의료진 전문성에 대한) 인정으로 저비용·고효율 의료였지만 (정부의 정책 실패로) 신뢰가 없어진 사회에서는 모든 것이 금액으로 환산이 되는 그런 의료계가 분명히 도래하게 될 것이다. 그 모든 돈은 결국 국민의 주머니에서 나온다"고 우려했다. 

Copyright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