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시 1년 예산' 지원 받게 된 의대…갈등 마침표? 여전히 의문(종합)
의대 자율적 개선 내년 550억…단일 계열 최대 규모
제주 신공항 사업비 웃돌고 울산시 올해 예산 견줘
대학 수요조사 6.5조 보다 적다? "실수요보다 많아"
2025 입시 재검토 주장하는 의료계 반응은 미지수
[서울·세종=뉴시스]양소리 김정현 기자 = 정부가 10일 공개한 '의학교육 여건 개선을 위한 투자 방안'은 국고 규모만 2030년까지 5조원에 달한다. 그간 의료계는 대규모 증원에 따라 교육 질 악화가 불가피하다고 우려해 왔으나 이를 불식시킬 수 있는 규모라고 정부는 말하고 있다.
교육 분야에서 단일 전공 계열에 투입된 금액 규모로는 유사한 규모의 사업을 찾기 어렵고 광역시도의 한 해 예산이나 대규모 국책 건설사업과 견줘야 할 정도다.
그러나 의료계가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의 '원점 재검토'를 고수하고 있는 점, 각론으로 들어가면 대학들의 수요보다 충분치 않은 점 등으로 미뤄볼 때 의정갈등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는 마중물이 될지는 미지수다.
내년 예산만 '세종시 1년 지출' 절반…전례가 없다
여기에 사립대가 학교법인 자체 투자와 지방자치단체, 민간 등의 지원으로 1조원을 추가 투입하는 것을 합하면 총액 규모는 6년 간 6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그간 단일 전공 계열을 지원하기 위해 이처럼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 사례는 찾기 어렵다.
특히 이번 방안에는 대학에서 의대의 의사결정에 따라 자유롭게 혁신 방안을 만들면 국고를 지원하는 '의대 교육혁신 지원 사업'이 신설된다. 목적을 정부가 정해주지 않고 의대가 자유롭게 쓰도록 한 것이다.
2015년 '대학 인문역량 강화사업(CORE·코어)' 사업으로 인문계열 융성을 위해 한 해 588억원을 투입했으나 일반대 전체 중 20~25개교를 선별해서 지원했다. 반면 의대 교육혁신 지원은 내년에만 552억원을 증원된 의대 32곳에 모두 투입한다. 예산은 광역시도에 교부해 지자체와 대학 간의 협의에 따라 쓰일 예정이다.
국고 투입 5조원이라는 총액 규모는 대규모 국책 사업이나 광역시도의 한 해 예산 규모에 견줄 만하다.
행정안전부 지방재정통합공개시스템 '지방재정365'를 보면, 올해 17개 시도 본청의 세출예산 총액 중 가장 적은 세종시는 2조1631억원이며 울산은 5조4043억원이다. 의대에 내년 1년 동안 세종시 예산의 절반, 2030년까지 울산시 한 해 예산 만큼을 쓰는 것이다.
지난 2015년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제주 제2공항 건설 비용도 당시 10년 간 총 4조8700억원으로 계획됐다.
최은희 교육부 인재정책실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방안을 발표하며 "규모나 시기 측면에서 이번 투자가 상당히 괄목할 만한 것"이라고 했다. 단일 계열에 이처럼 대규모 투자가 이뤄진 것은 처음이라고도 했다.
교수 질, 투자 규모 만족할까…"소통 강화하겠다"
우선 정부는 증원이 이뤄진 첫 해인 2025학년도 입학생이 본과로 진입하는 2027년까지 교육 질을 확충하겠다는 목표로 단계적인 재정 투자 계획을 세웠다.
다만 증원이 이뤄진 의대 32곳이 앞서 3월 교육부에 제출한 수요조사서를 종합하면 국고 지원과 자체 투자를 포함한 재정 투자 규모는 2030년까지 6조5000여억원, 교수 채용 수요는 국립대만 2363명이었다.
의대를 보유한 한 서울 사립대 총장은 "의대 교수를 뽑고 병원을 짓고 시설을 확충하는데 엄청나게 큰 돈이 들어간다"며 "5조원이 커 보이지만 막상 기자재를 확충하면 한 대학에서 5000억원은 금방"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해당 조사에서 자체 투자와 국립대 병원 투자 소요를 제외한 수요 금액은 1조1000억원 정도"라며 의대의 자율 개선을 위한 '의대 교육혁신 지원 사업' 예산을 2030년까지 2조 확보해 나가겠다는 취지로 계획을 잡았다고 해명했다.
특히 해당 사업은 의대 현장에서 추진할 교육여건 개선 방안을 수립하고 이를 정부가 지원한다는 개념이라 의료계와의 소통에 방점을 찍었다는 설명이다.
이번 방안이 그대로 국회를 통과하고 2026년도 이후 재정 당국의 협의를 순탄히 거친다고 가정했을 때도 당장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도가 높지 않을 수 있다.
시설의 경우도 당분간 기존 시설을 활용하고 새로 짓는 시설은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해 신속히 추진하되 2027년까진 걸릴 것으로 정부는 관측하고 있다.
교수 증원의 경우도 일부 내용이 먼저 알려지며 의료계의 반발을 샀다. 교육부는 지난 7월 대학교원 자격기준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임상경력 100%만으로 의대 교수를 뽑을 수 있도록 고쳤다.
그러나 의대 교수단체는 이렇게 충원된 교수진의 연구 역량이 저하되고 양질의 의학교육이 불가능하다고 반발해 왔다. 개원의를 교수로 뽑겠다는 식으로 비판이 일어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국회에서 "교수 인력 풀을 확대하겠다는 취지"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이날 나온 방안에서도 인력 풀을 확대하기 위해 경력경쟁채용을 확대하고 퇴직 교원을 명예교수로 확보하겠다는 방안을 제시했는데, 의료계 반응은 미지수다.
이에 대해 최 실장은 "임상 경험을 갖춘 훌륭한 자원이 있으면 인력풀 안에 들어올 수 있도록 개방해 놨다는 취지"라며 "(시니어 교수는) 퇴직 교원 중 가장 업적이 탁월하다고 인정받는 분들을 모시는 것이라 질이 떨어진다 보기 어렵다"고 했다.
무엇보다 의대 교육이 정상화되려면 의대생과 전공의들이 복귀해야 하는데, 이들은 아직 공식적인 입장을 내지 않고 있지만 2025학년도 의대 증원부터 재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오석환 교육부 차관은 이날 방안을 발표하며 "의료계와의 소통과 신뢰 회복의 계기가 될 수 있도록 국회와 정부는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 논의를 시작했다"며 "국민의 불편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의료계가 조속히 협의체에 참여해 대화가 진행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ound@newsis.com, ddobagi@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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