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선] ‘석양의 무법자’가 되살린 스페인 북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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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한국일보>
영화 '석양의 무법자'(1966)는 종종 서부극 명작 중 하나로 꼽힌다.
프랑코 정권은 스페인 내전과 철권 통치로 얼룩진 국가 이미지 개선을 위해 외국 영화 촬영을 적극 유치했다.
바르셀로나 등 스페인 관광 인기 지역 주민들이 '오버투어리즘(과잉관광)'을 반대하며 시위를 벌이는 것과 대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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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영화 ‘석양의 무법자’(1966)는 종종 서부극 명작 중 하나로 꼽힌다. 배우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냉소적인 표정, 엔니오 모리코네(1928~2020)의 감성적 음악이 특히 인상적이다. 미국 남북전쟁을 배경으로 금괴를 차지하려는 세 사나이의 사연이 161분 동안 스크린을 채운다. 미국적인 장르인 서부극인데다 등장인물들이 영어를 구사하는 이 영화는 이탈리아 주도로 만들어졌다. 촬영은 좀 엉뚱하게도 스페인 북부 부르고스주에서 이뤄졌다.
□ ‘석양의 무법자’ 촬영 당시 스페인은 군부 독재자 프란시스 프랑코(1892~1975)가 통치하고 있었다. 프랑코 정권은 스페인 내전과 철권 통치로 얼룩진 국가 이미지 개선을 위해 외국 영화 촬영을 적극 유치했다. 세제 혜택을 주는 등 여러 유인 정책을 펼쳤다. ‘석양의 무법자’ 속 남군과 북군이 맞붙는 전투 장면에는 스페인 군인들이 동원됐다. 프랑코 정권은 영화 마지막에 등장하는 거대한 공동묘지 ‘새드 힐(Sad Hill)’ 등 세트 건립에도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촬영이 끝난 후 ‘새드 힐’은 방치됐고, 흙에 묻혔다.
□ 2015년 한 스페인 열성 팬이 ‘새드 힐’ 복구에 나섰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사람과 돈을 모았다. 미국 유명 헤비메탈 그룹 메탈리카의 리드보컬 제임스 헷필드가 주요 후원자 중 하나였다. 팬들은 18㎝ 두께 흙을 직접 걷어내고 영화를 참조해 ‘새드 힐’을 2016년 되살렸다. 순례자들이나 찾던 인근 작은 마을 산토 도밍고 데 실로에 관광객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석양의 무법자’를 인생 영화로 꼽는 팬들이 대부분이었다.
□ 지난 4일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산토 도밍고 데 실로가 속한 부르고스주 주민들은 더 많은 관광객을 모으기 위해 '새드 힐'이 포함된 관광 코스를 최근 새로 개발했다. 부르고스주는 인구 급감에 시달리는 곳이다. 관광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 바르셀로나 등 스페인 관광 인기 지역 주민들이 ‘오버투어리즘(과잉관광)’을 반대하며 시위를 벌이는 것과 대조적이다. ‘석양의 무법자’와 ‘새드 힐’은 스토리의 힘이 얼마나 강한 것인지 새삼 역설한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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