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예고 글' 본 다수 피해자에 대한 협박 혐의 공소기각은 위법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흉기난동 예고 글'로 인한 피해자를 특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일부 협박죄가 공소기각된 판결은 위법하다는 항소심 판단이 나왔다.
항소심 재판부는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범행 특성상 추상적으로 피해자를 적시하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검사는 협박죄의 공소사실을 구성함에 있어서 이 사건 범행이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특수성을 고려해 다소 예시·추상적으로 피해자를 기재했다"면서 "그러한 기재는 범행의 특수성상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항소심 "불특정 다수 대상 특성 고려해야"
형사소송법 따라 파기 후 1심 법원으로
'흉기난동 예고 글'로 인한 피해자를 특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일부 협박죄가 공소기각된 판결은 위법하다는 항소심 판단이 나왔다. 항소심 재판부는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범행 특성상 추상적으로 피해자를 적시하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4-2부(부장 엄철)는 위계공무집행방해, 협박 등 혐의를 받고 있는 박모씨의 1심 판결이 위법하다며 10일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환송했다. 형사소송법 366조에 따르면, 공소기각이 법률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원심 판결을 파기하면, 사건을 원심 법원에 환송해야 한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에서 협박 혐의 관련 일부 공소사실에 대한 기소를 무효로 본 점이 잘못됐다고 판단했다.
박씨는 지난해 8월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저장소에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에서 특정 지역 출신 사람들을 살해하겠다는 취지의 흉기난동 글을 올렸다. 이 글이 알려지자 난동을 막기 위해 경찰관 9명이 현장에 출동했다.
1심 재판부는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와 게시물을 보고 최초로 신고한 피해자 A씨에 대한 협박 혐의를 유죄로 보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과 보호관찰, 120시간 사회봉사를 명령했다. 하지만 A씨를 제외한 게시물을 열람한 다른 피해자는 특정되지 않았다며 협박 혐의 관련 일부 공소사실에 대한 기소를 무효로 봤다. 이 혐의는 반의사불벌죄가 적용되는데,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을 경우 피고인이 방어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것이 근거가 됐다.
항소심 재판부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검사는 협박죄의 공소사실을 구성함에 있어서 이 사건 범행이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특수성을 고려해 다소 예시·추상적으로 피해자를 기재했다"면서 "그러한 기재는 범행의 특수성상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이 사건의 특수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짚었다. 재판부는 "범행의 불법성은 '묻지마식 강력 범죄'가 자주 발생하는 현실에서 전통적 협박에 비할 수 없을 정도로 무거워 엄중한 처벌이 필요한 경우"라면서 "추후 처벌 강화와 반의사불벌 규정 적용 배제 등이 입법적으로 해결될 때까지 실무적 해석을 통한 규율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범행에도 피해자가 명시적으로 특정돼야 한다면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협박죄는 검사의 업무 과중을 초래할 수 있다"면서 "다수 피해자가 존재하는데도 확인할 수 있는 일부가 처벌을 불원해 피고인이 처벌을 면할 불합리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근아 기자 galee@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안세영 폭로로 드러난 협회 '민낯'... 회장 마음대로 3억원 쓰고, 선수 보너스는 찔끔 | 한국일보
- 수조원 D램 기술 中에 넘긴 삼전 전 상무, 中정부 돈으로 공장까지 지어 | 한국일보
- "시신 수백 구 절차도 없이 해부 실습용으로"… 37년 만에 드러난 '제2의 형제복지원' 사건 | 한국
- 안세하 측 "학폭 의혹 사실무근…법적 대응할 것" | 한국일보
- 차량에 경찰관 매달고 도망친 운전자도 '음주 술타기' 시도 | 한국일보
- 文 부부 사진 올린 탁현민 "내 대통령 물어뜯으면 나도 문다" | 한국일보
- 운전연수 중 허벅지 밀친 강사.. 강제추행죄 무죄 받은 이유는 | 한국일보
- 분노의 나문희 "호박고구마!" 실화였다...'김삼순' '무한도전' '하이킥' 또 보는 이유 | 한국일보
- '57세' 신성우, 노안 수술 감행한 이유 ('꽃중년') | 한국일보
- "제 행동 잘못, 멘털 문제 없다" 사과한 김민재...오만전서 제 기량 나올까 | 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