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 편광필름 1.1조원에 中 매각

디스플레이 주도권 中 넘어가
비주력사업 정리 투자금 확보
2차전지 등 차세대 소재 집중

삼성SDI가 전자재료사업부의 편광필름 사업을 매각한다. 비주력 사업 정리를 통해 마련한 투자금으로 차세대 소재에 집중하기 위한 포트폴리오 조정 전략으로 풀이된다.

10일 삼성SDI는 이사회를 열고 편광필름 사업을 중국 우시헝신광전재료유한공사에 양도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양도 금액은 총 1조1210억원으로 국내 청주·수원사업장 내 편광필름 제조·판매 사업 일체와 중국 내 우시법인 지분 100%를 양도한다. 향후 관계 당국의 승인 절차를 거쳐 최종적으로 매각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편광필름은 디스플레이 패널에서 액정과 조합해 전기 신호에 따라 빛을 차단하거나 통과시키는 광학필름이다. LCD, OLED TV와 모니터의 가장 바깥 면을 덮는 검은 필름 형태로 디스플레이 장치에서 빛 투과도와 반사율을 조절하는 핵심 소재다.

삼성SDI는 2007년 전문업체 에이스디지텍을 인수하며 해당 사업에 뛰어든 지 17년 만에 편광필름 사업에서 철수하게 됐다. 삼성SDI는 그동안 뛰어난 기술력을 바탕으로 삼성전자 등 글로벌 프리미엄 TV에 편광필름을 납품해왔다. 지난해 연간 기준으로는 전 세계 편광판 시장에서 3위인 11.4%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편광필름 사업이 포함된 전자재료사업부는 올해 2분기 매출이 5772억원, 영업이익은 722억원이었다.

삼성SDI가 편광필름 사업을 매각한 것은 중국 업체의 물량 공세가 본격화하는 데다 배터리 중심으로 사업이 재편되며 성장축 자체가 옮겨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한 중국 업체들이 물량 공세를 펼쳐 편광필름 사업 수익성은 나날이 악화하고 있다. 중국 우시법인은 2019년 647억원에 이르던 순이익이 2023년 308억원까지 줄어들었다. 특히 전방 사업인 LCD 산업 주도권이 중국으로 넘어간 것이 편광필름 산업 퇴출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이미 삼성디스플레이가 LCD 사업을 접으면서 자연스레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가 크게 줄어든 상황이다. 경쟁사인 LG화학 역시 지난해 중국의 저가 공세에 시달리다가 편광필름 사업을 매각했고, LG디스플레이도 LCD 사업 부문 매각 절차를 밟고 있다. 이번 매각 결정이 국내 LCD 산업 경쟁력 약화를 고려한 선제적 사업 재편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삼성SDI의 사업 중심축이 2차전지 부문으로 옮겨간 점 역시 이번 매각의 주된 요인으로 분석된다. 비주력 사업으로 분류되는 편광필름 사업 매각으로 1조원이 넘는 투자 자금을 확보한 만큼 전기차 배터리 등 핵심 사업에 대한 연구개발과 인수·합병을 추진할 수 있다.

최윤호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은 전기차 시장이 위축된 올해도 줄곧 투자 확대와 핵심 인재 확보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시장 선도적 투자 전략을 강조해왔다. 실제로 삼성SDI는 지난달 말 2조2930원을 투자해 제너럴모터스(GM)와 2027년부터 연간 27GWh(기가와트시) 규모 배터리를 생산하기 위한 전기차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확정한 바 있다.

다만 최근 전기차 산업이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 여파로 위축된 만큼 무리한 투자 결정 대신 여러 대외 변수와 각종 리스크를 종합적으로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여러 배터리사가 기존 투자 계획을 철회하거나 연기하는 대신 내실을 다지거나 대용량 에너지저장장치(ESS) 투자 등 포트폴리오 다변화 전략을 꾀하고 있어 삼성SDI 역시 신중하게 투자 결정을 단행할 전망이다.

[추동훈 기자 / 정상봉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