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건강보험제도 원칙 부재…유럽식·미국식 제도 혼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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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건강보험제도는 국가가 국민의 의료서비스 이용을 보장하는 사회의료보험의 틀을 가지고 있지만, 비급여 서비스 가격은 의료기관이 자율적으로 책정하게 해 의료 영리화를 초래하는 모순을 안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는 건강보험운영의 이념이 없는 사회"라며 "의료보장제도를 유지할 자격이 있는 국가인지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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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오진송 기자 = 우리나라 건강보험제도는 국가가 국민의 의료서비스 이용을 보장하는 사회의료보험의 틀을 가지고 있지만, 비급여 서비스 가격은 의료기관이 자율적으로 책정하게 해 의료 영리화를 초래하는 모순을 안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규식 건강복지정책연구원장은 10일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바람직한 의료개혁의 방향'을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우리나라 의료보장제도는 전적으로 잘못된 패러다임 속에 짜였기 때문에 어떠한 정책을 내놓아도 맞지 않고, 정부 정책이 오히려 의료현장의 혼란을 가중한다"고 주장했다.
이 원장에 따르면 한국은 프랑스나 독일처럼 의료 서비스 이용을 국가가 보장해야 하는 기본권으로 인식하는 정책적 이념의 틀을 가지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 건강보험을 기본권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의료보장 재원 대부분이 정부 재정으로 채워진다.
사회연대를 중시하는 독일은 소득이나 자산이 많은 사람이 더 많은 건강보험 보험료를 내는 방식으로 건강보험 재정이 충당된다.
이 원장은 "우리나라 역시 소득이 많은 근로자가 더 많은 보험료를 내는 방식으로 건강보험 재정을 충당하고 있다"면서도 "최고 보험료가 평균 보험료의 30배에 달해 부자들에게 보험료를 징벌적으로 과다 부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건강보험 재정의 공동 조달에 초점을 맞추면서도 의료서비스 배분은 수요에 맡겨서 마치 미국형 시장주의 의료정책처럼 의료의 소비자 시장이 있는 것처럼 착각하게 해 유럽 국가들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제도가 전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원장은 "2000년에 비급여를 인정하면서 서비스 가격을 의료기관이 자율적으로 책정하게 했다"며 "이로 인해 민간의료기관은 물론 공공의료기관도 모두 초과이윤을 추구하게 되면서 의료영리화가 이뤄졌고, 진료과별 의사 수입의 격차가 발생해 특정 진료과에 인력 부족이 발생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는 건강보험운영의 이념이 없는 사회"라며 "의료보장제도를 유지할 자격이 있는 국가인지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자로 나선 김창수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장은 "우리나라 의료는 대부분 민간의료에 기반해서 돌아간다"며 "이제 와서 공공적 성격의 병원으로 바꾸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민간병원에 공적 성격을 부여하기 위해 어떻게 뒷받침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건강보험 제도에 대한 대수술이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이은혜 의협 정책이사는 "우리나라 건강보험이 의료보장의 이념과 사회보험의 원칙을 지키지 않는다는 지적에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말했다.
이어 "건강보험이 비영리로 유지되려면 정부가 재생산이 가능한 수준으로 공급자에게 원가를 보장해야 한다"며 "현실적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인에 대한 인건비를 제대로 지원해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dind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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